수박
한명순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말을 하지
'고놈 잘 익었군!'
그러나
난 알고 있지
가슴 깊이 꼭꼭 숨겨 둔
붉은 그리움
나도 내 마음
들키고 말았을 때,
부끄러운 너처럼
붉어졌었거든.

한명순(1952~ )은 인천에서 태어났다. 1990년 동시 「풀잎의 눈과 새들의 귀로」로 <아동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하얀 곰 인형』, 『좋아하고 있나 봐』, 『아궁이 너처럼』, 『파도 타는 자전거』 등이 있다. 해강아동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소월문학상 등을 받았다.
한명순은 그동안 어린이의 일상을 세심히 관찰하고 애정을 듬뿍 담은 동시를 꾸준히 써왔다. 어린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형상화한 것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그린 작품도 많다. 아울러 생활 속에서 흔히 쓰는 말의 의미와 활용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위트있게 보여주기도 한다.
여름이 성큼 다가오자 온갖 과일이나 열매채소들이 다투어 쏟아져 나온다. 수박은 여름철을 대표하는 열매채소이다. 요즘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여 겨울철에 생산되기도 하지만, 수박은 여름철이 되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잘 익은 수박은 속이 붉다. 가슴 깊이 꼭꼭 숨겨둔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들켰을 때 얼굴이 붉어진 것을 수박의 붉은 속에 비유하며 사고를 확장시키고 있다. 화자는 수박을 먹으며 저녁놀처럼 붉게 물든 그리움을 토해내고 있다.
저작권자 © 경인매일 - 세력에 타협하지 않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