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박상재 동화집, ‘꽃이 된 아이’ ···
[신간] 박상재 동화집, ‘꽃이 된 아이’ ···
  • 권영창 기자 p3ccks@hanmail.net
  • 승인 2023.06.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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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생명은 이어져 있고,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
- 작가가 창작한 다섯 편의 깨침과 울림이 큰 이야기

[경인매일=권영창기자]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과 단국대대학원 외래교수를 지낸 박상재 작가가 깨침과 울림이 큰 동화 5편을 모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다섯 편의 동화들은 <고양이 스님 새벽이>, <까치와 부처꽃>, <동자꽃>, <두타연 달항아리>, <통일을 부르는 은행나무> 등인데 하찮은 식물부터 동물,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은 이어져 있고,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양이 스님 새벽이>는 피해를 주는 존재로 생각하는 길고양이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까치와 부처꽃>은 하찮은 꽃 한 송이도 사적인 욕심으로 함부로 꺾지 않아야 함을, <동자꽃>은 한 사람의 생이 마감되어도 다른 생명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모든 생명이 귀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두타연 달항아리>와 <통일을 부르는 은행나무>는 반드시 사람이 아니어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역사의 한 순간을 보여 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어린이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종교인 불교의 가르침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신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그려낸 작품이다.

첫 번째 이야기-고양이 스님 새벽이

족보 있는 고양이지만 주인에게 버려져 길에서 떠돌아다니는 처지가 된 샴 고양이와 버만 고양이 이야기. 샴 고양이는 자신의 조상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저 하루하루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삶을 살고 있었지만, 버만 고양이는 달랐다. 자신의 뿌리를 알았고 열심히 공부하며 수행하듯 지냈다. 버만은 샴을 만나 샴의 조상을 알려주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일깨워 준다. 똑같이 버려져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 이야기-까치와 부처꽃

꽃을 좋아하는 까치와 나무를 좋아하는 까치가 만나 부부가 되었다. 둘은 꽃이 피는 나무에 보금자리를 만들었고, 신랑 까치는 꽃을 좋아하는 신부를 위해 늘 꽃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신부만 위하다 보니 신부를 위하는 일에 방해가 되는 존재들은 미워하게 되었다. 어느 날은 부처꽃을 힘들게 꺾어 갔는데, 신부는 더 이상 기뻐하지 않았고 이상하게 꽃에서 향기도 나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일까?

세 번째 이야기-꽃이 된 아이

한 스님이 길을 가던 중 암자 근처에서 가방을 안은 채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버려진 아이임을 직감하고 암자로 데리고 가는데, 가는 동안 이것저것 물어도 아이는 답을 하지 않았다. 스님의 마음에 찬바람이 불었지만, 나중에 가방을 열어 보고서야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란 걸 알게 된다. 스님은 백팔배를 하고 ‘이 아이는 꽃이 될 아이’라는 부처님 음성을 듣는다. ‘동자꽃’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두타연 달항아리

조선 후기 병자호란 때 백마산성을 지킨 임경업 장군의 이야기를 옛 두타사 인근에 묻혀 360여 년을 지나온 항아리가 옛날이야기를 하듯 들려준다. 청나라에 압송되던 중 탈출한 임경업 장군은 스님으로 변장을 하고 두타사로 왔으나 나라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두타사가 아닌 근처 동굴에서 지냈다. 다시 나라를 위해 일을 도모하기 위해 떠날 때 한 도공으로부터 달항아리를 선물 받는다. 떠나기 전날 밤 거기에 물을 가득 받아 달빛이 가득 찰 때 소원을 빌고 떠났으나 그 후의 소식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섯 번째 이야기-통일을 부르는 은행나무

거센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은행나무 한 쌍은 둘로 나뉘었다. 아내 나무는 그 자리에 남고 남편 나무는 바닷물에 떠밀려 한 섬마을에 도착했다. 마침 마을 당산나무가 없었던 그곳에서 은행나무는 당산나무 역할을 하며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다.

한시도 아내를 잊지 못하던 은행나무는 졸가리마저 자신이 떠나 온 북녘을 항하여 뻗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나무는 꿈에도 그리던 아내 나무를 한 장의 사진으로 만나게 되고, 두 나무의 소식은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안도현 시인(단국대 교수)은 이 책에 대해 “동자꽃으로 환생한 동자승의 애달픈 사연이 전설처럼 피어나는 동화이다. 산화공양의 큰 울림이 범종소리처럼 가슴에 파고드는 시적 판타지”라고 평한다.

김용희 평론가(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도 “버림받은 이들에 대한 아픔을 인지하고 극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정서적으로 일깨워 주는 책”이라고 귀뜸한다. 일본의 아동문학평론가 오타케 기요미(쥰신대학교 교수)도 “동자꽃에 얽힌 애절한 사연이 눈물꽃으로 피어나게 한다. 다섯 편 동화 모두 깊은 사유와 함께 큰 울림을 주어 동화의 청정한 숲길에 오래 머물게 해준다”라고 호평했다.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박 작가는 1981년 아동문예 신인상,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을 통해 등단했다. 그동안 『도깨비가 된 장승』(청개구리), 『잃어버린 도깨비』(아침마중) 『도깨비와 메밀묵』(단비어린이) 등 도깨비를 소재로 한 동화집을 비롯해 『개미가 된 아이』, 『아름다운 철도원과 고양이 역장』, 『구둘느티나무의 비밀』 등 동화집 120여 권을 냈다. 방정환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국제PEN문학상 등을 받았고, 현재 아동문학사조 발행인, (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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