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빨간 글씨 노는 날
[덕암칼럼] 빨간 글씨 노는 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6.0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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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6월 6일 현충일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뿐만 아니라 연간 국경일과 대체 공휴일은 물론 이래저래 쉬는 날을 모두 합치고 월차·연차 휴무에 명절휴가까지 모두 더하면 매월 보름정도 일 하는게 일반적인 근로자들의 현실이다.

지난 대선에는 모 후보가 선진국 사례라며 주 4일제까지 들고 나왔다. 안 그래도 일 안하고 각종 수당에 길들여져 노는 분위기에 이쯤 되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억척같던 생활력은 다른 나라 이야기로 남게 됐다.

과거 현충일은 학교에서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라며 현충일 노래까지 불렀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빨간 글씨 노는 날이 된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집집마다 태극기를 조기로 게양하는 것을 보기 어렵고 지난 5일 월요일이 가운데 끼어들면 대체공휴일이라는 명분으로 많은 근로자들이 연차를 쓰고 4일짜리 연휴를 즐기는 것이다.

다 좋다. 순국선열들이 목숨 걸고 되찾은 나라 후손들이 호강하는 건 고맙고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청년 실업자가 늘고 일할 사람은 구하기 어려운 시대, 외국인 근로자들이 현 사회 구석구석 자리하여 국가 기간산업의 노동시장까지 잠식한 시대, 여자들은 아이 낳기를 거부하고 젊은 청년은 군대 가는 것을 희생으로 여기며 결혼기피에 국민들의 평균 연령층은 점차 노화되고 있으니 이 보다 더 심각한 망국의 조짐이 어디 있을까.

3년간 6·25전쟁으로 인해 사망한 인구가 약 350만 명이라면 현재 저출산과 노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는 전쟁보다 더욱 심각하다. 이쯤하고 어제 현충일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글자 그대로 풀자면 충렬을 드러내는 날이라는 뜻이다. 매년 6월 6일 애국 애족한 열사들의 애국심과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모든 이들의 충성을 기념하기 위한 국가 추념일이자 법정공휴일인데 혹자는 국경일로 칭하는 사람도 있다.

나라의 경사가 난 날을 국경일이라 하는데 슬픔을 기념하는 날도 구분 못하는 것이다. 1956년 제1회 현충일을 시작으로 올해 제67회를 맞이했는데 대한민국국기법 제9조 제1항 제2호에 의거 조기를 다는 날이다.

오전 10시가 되자 전국에서 사이렌소리와 함께 묵념으로 예를 갖춰야 하는데 일부 국민들은 민방위 훈련소리냐는 무식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1년에 1분, 이 작은 관심조차 없다면 국민으로서 권리만 주장할 게 아니라 의무도 병행되어야 함을 고하고자 한다.

국가 추념일인 현충일에 국립대전현충원을 비롯한 국립서울현충원, 국립호국원과 순국선열공원, 각 지역의 현충탑이나 충혼탑 등지에서 각 지자체가 주관하는 추념행사가 열렸는데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호국영령들의 희생이 전제되었음을 추모로 함께 해야 맞는 것이다.

이날만큼은 스포츠 경기에도 응원단장과 치어리더 등 응원단의 동원을 자제하는 편이고 아예 응원단이 나오지 않거나 응원단장과 북을 치는 고수 정도만 파견해서 응원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덜하지만 나이트클럽이나 유흥업소에서 유일하게 쉬는 날이 현충일이었다. 애국심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숭고한 희생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다. 지나간 일이지만 집창촌 이었던 청량리 588도 1년에 하루 이날은 경건한 마음으로 문을 열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다.

그나마 과거 이야기일 뿐 지금은 자영업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현충일에 대한 의미는 많이 희석되어 이제는 그냥 빨간 글씨 노는 날이다. 하지만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 없다.

6·25전쟁,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어느 정도 생존해 있던 2~30년 전까지만 해도 현충일은 경건해야 하고 추모해야 하는 날로 인식됐으며, 그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작고하신 상태라 피부에 와 닿는 체감도가 상당 부분 떨어진 시점이다.

그러나 노령으로 전쟁을 겪었던 분들의 세대가 작고하였다고 그분들의 희생까지 퇴색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온갖 호강을 누리고 있지만 여전히 자살률이 전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두 번째 국가와 차이가 상당하다.

배고파 죽겠다던 시절에서 배불러 죽겠다고 돈을 주고 살을 빼는 시대가 됐으니 후손들이 누리는 호강은 선친들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들이다. 그렇다면 어제 같은 날 우리는 무슨 생각으로 살아야 할까.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자고 배설하면 동물과 진배없는 것이며 뜻을 품고 자아를 갖출때 보다 가치와 의미를 더하는 삶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지난 선친들의 희생으로 현재의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우뚝 섰다면 이제는 주어진 상황을 잘 활용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데 함께 역량을 모아야 후손들에게 할 말이 있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은 망국을 향해 속도를 낼 수밖에 없지만 마냥 자조 섞인 한탄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먼저 전쟁은 남의 나라일이 아니다. 애국심과 국가관이 흐리면 전쟁이 나도 숨을 궁리만 하게 될 뿐 총을 잡을 용기가 안 나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전쟁도 그러하거니와 한반도 위기설은 당장 무슨 일이 생겨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긴장이 고조되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그 다음 실천해야 할 일이 국기 게양이다. 미국을 가보면 집집마다 성조기가 당연하듯 걸려있지만 숱한 침략사로 점철된 나라가 자국의 상징에 대한 애착이 전무하다.

작은 관심과 정성조차 없는 국민이 무슨 나라를 지킬까. 마지막 세 번째가 정신자세다. 정치권이 망쳐놓은 근로의욕 상실, 놀고먹는 선심정책의 남발로 표를 얻고 게으름에 길들여진 국민들이 애국심조차 사라진 시대를 만들어 놓은 현실이 향후 겪어야 할 참담한 미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제 대안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강인한 나라, 부지런한 국민, 효율성 있는 다산정책으로 새로운 세대를 출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안일한 공직사회가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 쓰고 정신을 차리면 구석구석 놀고먹는 유휴인력들이 창의적인 자세로 일하게 되는 것이고 실직상태로 일자리도 구하지 않는 은둔형 청년 수 십만 명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미래의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더 방치하면 아예 무능해진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아예 못 하는 것은 다르다. 아직까지는 안하는 것이니 강력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해야 하며 국민들은 기지개를 켜고 다시 뛰어야 한다. 그래야 위대한 대한민국이 부국강병으로 태평성대를 이룰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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