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풀물
공재동
풀밭에서
무심코
풀을 깔고 앉았다.
바지에
배인
초록 풀물
초록 풀물은
풀들의
피다.
빨아도 지지 않는
풀들의
아픔
오늘은
온종일
가슴이 아프다.

공재동(孔在東, 1949~ )은 경상남도 함안에서 태어났다. 마산고와 부산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교직에 종사했다.
1977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가 추천되고, 197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저서로는 동시집 『꽃밭에는 꽃구름 꽃비가 내리고』, 『새가 되거라 새가 되거라』, 『별을 찾습니다』, 『바람이 길을 묻나봐요』, 『초록 풀물』 등이 있다.
세종아동문학상(1979)을 시작으로 이주홍아동문학상, 최계락문학상, 방정환아동문학상, 풀꽃동시상 등을 받았다.
하지(夏至)가 지나니 사방은 온통 풀밭이다. 시적 화자는 무심코 무성한 풀밭에서 풀을 깔고 앉는다. 그 바람에 바지 엉덩이에 초록 풀물이 들었다.
시인은 그 초록 풀물을 풀의 피라고 표현했다. 빨아도 지지 않는 풀들의 아픔 때문에 자신도 가슴이 아프다고 고백한다. 옷에 물든 풀물을 보고 온종일 가슴 아파하는 시인은 창령에서 문학관겸 카페인 <초록 풀물>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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