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바다
이상현
꽃게가
한 덩이 바다를 물고 왔습니다.
집게발가락에 꼭 물려 있는
조각난 푸른 파도
생선 가게는 이른 아침
꽃게들이 물고 온
바다로 출렁입니다.
장바구니마다
갈매기 소리가 넘쳐납니다.
쏴아쏴아
흑산도 앞 바다가 부서집니다.
꽃게는
눈이 달린 파도입니다.
걸어다니는 바다입니다.

이상현(李相鉉, 1940~ )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6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고, 1979년 《현대시학》에 시가 추천되었다.
조선일보 기자와 서울교통방송 보도·편성국장을 지냈으며, 한국아동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세종아동문학상(1972), 소천아동문학상(1975), 한국동시문학상(2002), PEN문학상(2003)등을 받았다.
동시집 『아이들은 시 집 속에서 꿈꾼다』, 『햇빛마을 가는 길』, 『휴전선 가는 길』, 『그 아이들은 별입니다』 등이 있다. 초등 국어교과서에 동시 「수레」, 「햇살」, 「걸어 다니는 바다」 등이 수록 되었다.
이상현은 한 마리 꽃게를 보고 바다를 유추하고 있다. 이른 아침 생선 가게에서 본 꽃게는 눈이 달린 파도이고, 걸어다니는 바다 그 자체이다. 꽃게를 담은 장바구니에서는 갈매기 소리가 넘쳐나고, 흑산도 앞 파도 소리가 부서진다. 시인의 넘치는 메타포와 상상력은 후덥지건한 여름 아침에도 생동감 넘치는 푸른 바다를 선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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