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뽑기
하청호
풀을 뽑는다.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다.
흙 또한
뿌리를 움켜주고 있다.
뽑히지 않으려고 푸들거리는 풀
호미날이 칼빛으로 빛난다
풀은 작은 씨앗 몇 개를
몰래
구덩이에 던져 놓는다.
하청호(河淸鎬, 1943~ )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대구사범학교와 계명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원으로 있었다.
1972년 동시 「둥지 속 아기새」가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뽑히고, 1973년 「봄에」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둥지 속 아기새』, 『하늘과 땅의 잠』, 『보리, 보리 문동아』, 『잡초뽑기』, 『별과 풀』, 시집 『새소리 그림자는 연잎으로 뜨고』, 산문집 『시인은 왜 아름다운 사람인가』 등이 있다. 세종아동문학상, 경북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의 시세계는 생동하는 생명력에 대한 애정과 신념이 주류를 이룬다. 자연의 신비를 평면적으로 그리지 않고 현실에 바탕을 두어 환상미로 승화시키고 있다. 밭이나 뜰에 가면 수많은 풀을 만난다.
장마철에 비가 오고 나면 걷잡을 수 없이 자란다. 사람들은 잡초라는 이름으로 이런 풀들을 모조리 뽑아 없애려 한다. 잡초들은 뽑히지 않으려고 앙버티며 안간힘을 다한다. 풀이 뽑히며 ‘작은 씨앗 몇 개를 몰래 구덩이에 던져 놓는다.’한 에필로그는 강한 생명력으로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저작권자 © 경인매일 - 세력에 타협하지 않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