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심장이식과 LVAD로 생명을 지키는 첨단 의료
세종병원, 심장이식과 LVAD로 생명을 지키는 첨단 의료
  • 김정호 기자 kjh6114@kmaeil.com
  • 승인 2023.11.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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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APCIS서 닐 유리엘 박사(컬럼비아 대학교), 좌심실보조장치(LVAD) 활용 화두 던져
2023 APCIS 성료, 포괄적 심장혈관질환 진단 및 치료 논의
20개국 700여명 심장분야 전문가 온·오프라인 실시간 참여
복잡심기형 등 전통 분야 토론과 인공지능(AI) 미래 먹거리 토론도 활발
(사진)2023 APCIS에서 닐 유리엘 박사가 발표하는 모습.  사진제공=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인천=김정호기자]“좌심실보조장치(LVAD)로도 얼마든지 질 높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닐 유리엘(Nir Uriel) 박사(미국 컬럼비아 대학교)는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태평양 심장혈관 중재 및 수술 심포지엄(APCIS) 2일차 ‘심부전 첨단 의료 LVAD A to Z 토론’에서 “심장이식만이 답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심장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그는 “심장이식 공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LVAD 삽입은 매우 중요한 대체 수단이 되고 있다”며 “현재 LVAD 삽입 후 생존율이 심장이식 후 생존율과 비슷한데, LVAD를 하고도 몸 상태가 좋으면 심장이식 기회를 조급하게 기다릴 필요 없이 LVAD 상태 그대로 장기 생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그러면서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센터장 김경희)의 최근 5년 심장이식 수술 및 LVAD 성공률·유지율 100% 성과를 주목하며 ‘심부전을 극복하는 첨단 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일 세종병원과 닐 박사 등에 따르면 LVAD 삽입 후 5년 생존율과 심장이식 후 5년 생존율 모두 70%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LVAD 삽입 환자의 80%가 심장이식을 받는 반면, 미국은 LVAD 삽입 환자 중 20%만 심장이식을 받고 80%는 LVAD 상태 그대로 삶을 이어간다.

닐 박사는 “기계를 몸에 달아야 한다는 두려움과 거부감이 특히 동양인에게 높다”며 “단순 수치상으로 보더라도 10년 동안 LVAD 상태로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 심장이식을 받아 10년을 더 살면 총 20년을 살 수 있다. LVAD 장착 후 심장내과 의사의 지속적 관리가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환자가 심장이식을 원하는데, LVAD 지속을 강요할 수 없지 않은가”라는 첸 이샹(Yih-Sharng Chen) 박사(대만 국립뇌심혈관센터)의 질문에 닐 박사는 “환자가 최종 판단하게끔 충분한 정보와 최선의 판단을 잘 전달하는 게 의사의 의무”라며 “LVAD로도 질 높은 삶을 살아갈 수 있고 사회적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효율성과 다른 중증 환자에게 심장이식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윤리적 측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답했다.

(사진)2023 APCIS에서 인천세종병원 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제공=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인천세종병원 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은 이에 대해 “심장이식과 LVAD 분야 세계적 대가인 닐 박사의 학술토론 참여에 감사드린다”며 “아시아 각 나라의 심장이식과 LVAD 프로그램에 대한 공동 연구와 기술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APCIS에서는 이같이 기존 개념을 환기하는 토론뿐만 아니라, 전통적 주제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2023 APCIS는 코로나19 사태로 3년간 이뤄지지 못한 현장 토론방식이 재게 됐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토론은 9~10일 양일간 온·오프라인으로 실시간으로 진행됐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복잡심기형(Conotruncal Anomaly) 진단 및 치료’ 주제를 부활시켜 토론한 점도 주목받았다.

특히 올해로 28년째를 맞은 ‘선천성 심장병 학술토론’도 타 학술대회와 차별화를 보이며 성황을 이뤘다.

먼저 참가자들이 팀을 나눠 실제 환자 치료 영상과 수술 등 치료 사례를 재검토하는 경쟁 토론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번 경쟁 토론에는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100여명의 심장 전문의가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10일 본격적인 경쟁 토론에 앞서 전날 밤늦게까지 팀별 사례를 검토 및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그동안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학술 논문을 공유하고 분석했다.

경쟁 토론 당일 참가자들은 소아청소년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분야별로 역할 분담을 하고 팀별 발표 시간을 통해 수시간 동안 종합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저마다의 치료 노하우를 뽐내고 최적의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

<사진>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서정욱 이사장이 부검 심장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제공=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선천성 심장병 학술 토론의 화룡점정, 실물 심장 해부 시연 및 토론도 이뤄졌다. 이 같은 프로그램도 타 학술대회와의 대표적인 차별화 점이다.

APCIS를 주최한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서정욱 이사장은 이번 행사를 위해 부검 및 심장이식 과정에서 나온 사람 심장 150개가량을 준비했다.

서 이사장은 “APCIS에서는 매년 전통적으로 심장병 치료 도중 사망한 어린이의 부검 심장과 심장이식 받은 환자의 기존 심장을 실물로 가져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전문가들과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며 “병든 심장을 버리고 잊어버리기보단 심장을 잘 보존해서 문제점을 모두가 함께 다시 들여다보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다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부득이 2000년 이전의 심장으로 준비했다”며 “외국인이 다수 참여하고, 실제 심장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프로그램 참가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3 APCIS에서는 심부전, 승모판·삼첨판 시술, 대동맥판 및 대동맥 수술, 심장이식 등에 관한 다양한 최신 지견도 활발하게 논의됐다.

토론에는 국내 심장학자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요 클리닉 그레이스 린(Grace Lin)·토마스 엘리슨(Thomas G Allison) 박사, 미국 토마스제퍼슨 대학교 하워드 에이슨(Howard Eison) 교수, 체코 임상및실험의학연구소 피터 이박(Peter Ivak) 교수 등 세계적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아밀로이드증과 우심실 기능 저하로 인한 심부전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한편, 승모판 폐쇄부전의 마이트라클립(Mitraclip) 시술과 삼첨판 시술을 이해하기 위한 해부학과 기술, 대동맥 판막 협착을 치료하는 대동맥판막치환술(TAVR), 대동맥류 치료를 위한 혈관 내 혈관 삽입술 등 최첨단 치료 기술 동향을 공유했다.

2023 APCIS는 심장재활 프로그램, 인공심폐기, 심장초음파 실습, 심장병리학, 초보자를 위한 심장학 프로그램 등 세부 분야별 전공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추가 운영하며 의료진의 저변 확대에도 신경을 썼다. 무려 15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하며 성황을 이뤘다.

심장재활 프로그램 책임자인 부천세종병원 윤정호 박사는 미국과 호주,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들며 지역 사회의 심장 재활 지원 활동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심장 수술 및 시술을 잘하고도 심장 재활에 실패해 근육 소실이 심해지면 환자의 건강 회복은 더디고 삶의 질 향상을 이룰 수 없다”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활 지원을 위해 입원 중은 물론 퇴원 후에도 재활 운동을 지속하도록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심폐기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수술 방법을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한 최신 기술과 사례가 소개됐다. 인공심폐기를 통한 체외순환은 심장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심장 기능을 대신해 뇌와 인체 장기 손상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심장초음파 실습에서는 모의 환자 심초음파를 촬영하면서 부검 심장을 비교 관찰하는 교육이 펼쳐졌다.

이를 위해 제네럴일렉트릭헬스케어社(GE healthcare)에서 제공한 심초음파 장비 4대와 실제 심장 30개가 현장에 마련됐다.

1일 선생님이 된 심장내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참가자들에게 실제 환자 사례를 설명하면서 초음파 기술을 이해하기 쉽게 교육했다.

이와 함께 강의와 실습을 곁들인 심장병리학 프로그램, 초보자를 위한 심장학 프로그램도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2023 APCIS에서는 ‘인공지능과(AI)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제로 한 미래기술 토론도 주목받았다.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는 기존 X-Ray 흑색 영상만으로 장기 각 부위를 따로 분류해 3차원 컬러 영상으로 나타내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AI 및 최신 디지털 기술이 활용된다. 박 대표는 이 기술을 이른바 ‘AI 활용 장수 프로젝트’라 명명했다. 진단을 뛰어넘어 병변 직경까지 재며 향후 질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사진>인천세종병원 권준명 인공지능빅데이터본부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제공=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권준명 인천세종병원 인공지능빅데이터본부장은 단순 심전도 자료만으로도 자동으로 심부전 가능성을 진단해주는 AI 프로그램 에티아LVSD(AiTiALVSD)를 소개했다.

에티아LVSD는 유사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미국 메이요 클리닉보다 빠른 지난 3월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고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며 공신력을 확보했다. 1~2 방향의 심전도 그림을 12방향 심전도로 AI에게 그려보라고 하는 원리로, 심근경색 진단시 정확도를 높혔다.

세종병원 건강검진센터는 물론, 전국 KMI한국의학연구소 건강검진센터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으며, 다수 대형 대학병원에서도 비급여 처방하며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의료AI가 비즈니스로 전환되는 방식을 논했다. 내과 전문의이자 전문 투자자인 그는 AI를 활용한 의료분야 창업에서 대표적인 시행착오가 무엇인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김 상무는 “투자자는 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다. 그러나 가치입증이 힘든 것들, 의료계에선 보험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보험이 적용되는가가 핵심”이라며 “버틸 자금력이 풍부한 글로벌 대기업에서도 FDA 승인을 받고 십수년이 지나서야 보험 승인을 받는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엄청난 기술로 헬스케어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의욕에 앞서기보다는 회사의 가치를 찾고 보험을 받아낼 건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보율 ㈜위뉴 대표는 “전통적 의료시장이 아닌 개인 헬스케어에 눈을 돌려볼 것”을 제안했다.

법·규제와 연구개발 절차를 거치고 충분한 임상 증거가 필요한 전통 의료시장보다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웨어러블, 다이어트, 피트니스, 수면케어 등 개인 헬스케어 시장이 사업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마이데이터’의 의료계 확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 권한을 제3의 기업에 넘겨주고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데이터는 정부24, 네이버 전자증명서 등 공공 분야와 금융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황 대표는 “의료기록, 혈액검사 결과치 등 병원 내 마이데이터가 개인의 동의하에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건 굉장히 혁신적”이라며 “많은 의료서비스가 이미 모바일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앞으로 모든 병원 서비스가 모바일로 넘어가고 더 큰 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심장혈관 중재 및 수술 심포지엄(APCIS·조직위원장 오병희)은 전 세계 의료 전문가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실시간 참여해 포괄적인 심장혈관질환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이사장 서정욱)과 대한심장학회 심장병리연구회(회장 이창하)가 공동 주최하고 세종병원그룹과 대한소아심장학회가 후원하는 올해 APCIS에는 20개국 700여명이 참여해 심부전, 심부전 장치 치료, 심장이식, 복잡심기형, 심장 표본 관찰, 심폐병리, 대동맥판막치환술(TAVR), 승모판·삼첨판, 대동맥 치료,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 좌심실보조장치, 심장초음파, 체외순환 등의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오병희 APCIS 조직위원장(인천세종병원장)은 “APCIS는 세계적 심장혈관 분야 전문가가 한데 모여 심장혈관 분야의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는 국제행사로, 세계 의료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경에 관계없이 심장혈관질환 치료 술기 전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은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설립자인 우촌 박영관 박사가 지난 2013년 설립했다. APCIS 등 심뇌혈관 분야 학술·연구 활동을 주최 및 지원하는 한편, 국내외 의료인 교육 지원, 국내외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심장박물관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심장의 중요성과 건강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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