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순간의 선택이 빚어낸 희비
[덕암칼럼] 순간의 선택이 빚어낸 희비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5.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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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가요계는 체계라는 게 사라졌다. 가왕 하면 조용필, 이미자, 나훈아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다섯 손가락에 꼽혔으나 종편들이 만들어낸 일반 가수들의 인기몰이는 성공 흥행의 연속이었다.

로또보다 더 성공 확률이 낮은 인기가수의 출셋길은 무명가수로서 수십 년 밤무대를 다니는가 하면 지쳐 포기하는 지망생들도 많았다. 인기만큼 개런티도 각양각색이었다. 같은 가수라도 수십 만원에서 수천 만원까지 부르기에 따라 얼마든지 고액의 몸값으로 많은 대중들의 부러움을 샀다.

연예인 하면 연상되는 예술적 가치와 인기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사했다. 특히 한류열풍을 타고 국제사회에서 많은 팬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BTS와 블랙핑크 등 유명 그룹의 경제적 창출효과는 자동차 수만 대, 휴대전화 수천만 대의 수출보다 더 뛰어난 경제효과를 거두었다.

투자 대비 높은 효율성을 갖춘 문화예술 분야의 국위선양은 정치, 경제, 국방을 넘어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훌륭한 효자 역할을 해 냈다. 대외적으로도 그렇지만 내부적으로 문화예술은 답답한 국민들의 마음에 시원한 사이다 역할도 해냈다.

이제 가수는 노래만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서를 이끄는 지도자가 됐다. 부드러운 음률로 감동을 주는가 하면 신나는 박자로 활력도 주고 때로 열창으로 눈물을 빼는 정신적 샘터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만큼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들의 관심과 조명을 받기 마련이다. 한국 가요계의 판이 바뀐 것은 코로나19의 출발과 함께였다. 집합 금지와 거리두기로 인해 모든 공연이 취소됐던 시절.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했다가 2020년 초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다. 문화 예술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가수뿐만 아니라 관련 인프라에 종사했던 많은 사람들이 악기를 팔고 대리운전을 하고 조명, 음향은 고물값에 거래됐다.

따라서 국민들의 감성에도 목이 마를 즈음 종편에서 출발한 새로운 실내공연 문화는 안방극장으로 모든 관심을 끌 수 있었고 이는 물들어올 때 배 띄운 격이었다. 이때 샛별처럼 등장한 가수들이 한국 가요계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그중에 대표적인 가수가 임영웅과 뒤를 이어 인기차트 2위를 기록한 김호중이었다. 평범한 무명 가수에서 정성껏 노래한 덕분에 대한민국 1호 가수로 등장한 임영웅. 1991년 6월 16일 경기 포천시 출신으로 소속사는 물고기 뮤직, 경복대학교를 졸업한 임영웅은 2016년 싱글 앨범 ‘미워요&소나기'로 데뷔했으나 2020년 3월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TOP1을 기록하며 이름 그대로 영웅시대를 예고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들에게 보여준 진실성이었다. 2024년 트로트 뮤직어워즈 최고의 노래로 손꼽히면서 영웅은 국민들에게 삶의 활력을 제공하는 가왕이 됐다. 또 한 사람 김호중. 성악가가수로서 트로트계로 장르를 바꿔 등장한 그의 변신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1991년 10월 2일 울산 태생으로 소속사는 생각엔터테인먼트, 학력은 한양대학교 성악과 중퇴. 김호중 또한 2020년 3월 TV조선 ‘미스터트롯' TOP4을 찍으면서 2024년 트로트 뮤직 어워즈 최고의 가수로 등장했다.

두 사람 모두 코로나가 낳은 시대적 영웅인 셈이다. 같은 출셋길에 나선 두 사람. 결과는 어땠을까. 한 사람은 지난 25일과 26일 양일간 서울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을 진행했다.

비가 오는 와중에서 약속된 시간에 정확히 무대에 오른 가수 임영웅은 폭죽이 하늘을 수놓으며 서막을 열었다. 이날 공연에 투입된 안무가만 무려 158명. 그동안 한국에서 열린 공연을 통틀어 최대 규모였다.

그는 말했다. 궂은비가 오면 세상 가장 큰 그대 우산이 될게라는 그의 히트곡과 이제 나만 믿어요라는 노래에서 하늘색 우비를 입은 10만 관중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2, 3층 관객을 가까이서 만나고 싶다면서 열기구에 올라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등을 부르며 눈높이를 맞췄다.

공연이 끝 무렵 데뷔 후 2,849일이 흘러 이 스타디움에 선 것은 여러분들의 힘이라며 공인으로서의 예를 갖췄다. 반면 음주 운전으로 세간의 비난을 샀던 김호중 가수는 어찌 되는 것일까.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면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고 거짓말을 반복하다 보면 제아무리 높은 지위나 인기를 누렸다가도 그 지위와 권력, 인기, 바다의 밀물처럼 빠져나간다.

미필적 고의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행위자가 범죄 사실의 발생을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기의 행위가 어떤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의식이다.

음주 운전 자체도 고의성이 있지만 은폐 시도나 허위 진술은 그 죄가 더욱 크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을 만큼 일을 키웠다. 사자가 죽을병에 걸리면 토끼도 걷어찬다고 했던가. 한번 무너진 김호중의 탄탄대로는 제아무리 강력한 인기 철옹성이라 해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것이고 공연은 공연이라던 관객들조차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선 과거 학폭 사건까지 거론되며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음주운전, 개인적으로 해당 법률에 따라 처벌받으면 그만이 아니라 팬들이 겪어야 할 정신적 충격과 상실감, 그리고 공인으로서 시도했던 범죄 은폐를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

무릇 어떤 자리에 올라가는 것도 어렵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 또한 매우 신중해야 할 일이다. 비단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등 모든 분야가 대동소이하다. 공인이라면 공인다운 인격과 철학이 병행되어야 하며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다만 그렇더라도 잘 버티는 분야는 정치뿐 인가하는 판단이 드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