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문
이재순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은 내 동생
집에 가겠다고
울고불고
아무리 달래도
막무가내입니다.
엄마는
차마 돌아설 수 없어
닫지 못하는 문이 됩니다.스르르
자동문이 닫혀도
엄마 마음은 닫히지 않는
문으로 서 있습니다.
이재순(李在順)은 경북 안동군 도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91년 월간한국시 동시부문 신인상, 2017년 한국동시조 신인상, 2022년 월간문학 신인 작품상(시부문)에 당선되었다. 영남아동문학상, 김성도아동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박화목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별이 뜨는 교실』, 『큰일 날 뻔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나비 도서관』, 『발을 잃어버린 신』, 『마음 문 열기』 동시조집 『귀가 밝은 지팡이』 등이 있다.
요즘 큰 건물에 가면 자동문을 볼 수 있다. 「자동문」은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외지 않아도 저절로 열리기에 편리하다. 자동문이 엄마의 마음과 교감하는 AI(인공지능)인 셈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오늘날은 AI시대이다.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은 아이를 차마 떼어놓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을 자동문이 읽었다. 자동문이 엄마의 마음을 대신해서 닫아준다.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는 엄마의 애절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 동시이다. 로봇이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드나드는 자동문에 감성을 입힌 동시이다.
저작권자 © 경인매일 - 세력에 타협하지 않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