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매일=김도윤기자]북한이 15일 정오경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군사분계선 이북 구간 일부를 폭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고 "우리 군 감시 및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지난 9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14일에는 우리 군 감시자산에 의해 북한이 가림막을 설치하고 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합참은 폭파 직전 진행된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의 폭파로 인한 우리 측 피해 발생 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상당량의 폭약을 터뜨릴 경우 음파·진동·비산물에 의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우리 측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응하는 조처'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도로 폭파는 북한이 최근 취해온 일련의 남북 관계 단절 조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북한은 단계적으로 남북 간 육로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해 11월 경의선 도로 주변 지뢰 매설을 시작으로, 12월 동해선 지뢰 매설, 올해 3월 동해선 도로 펜스 철거, 4월 경의선 도로 가로등 철거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5월 이후에는 동해선·경의선 철로 및 침목 제거에 나섰고, 8월에는 경의선 열차 보관소를 해체했다.
이번 도로 폭파로 인해 남북 간 육로로 연결된 통로는 화살머리 고지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만 남게 됐다. 이는 남북 관계의 물리적, 상징적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남북 관계 개선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북한의 대남 강경 기조를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한 북한의 불만 표출이자, 미국과 한국을 향한 압박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와 군은 이번 사태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향후 남북 관계의 향방과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과 국제사회의 반응이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