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대전 확정에 들끓는 정치권
과학벨트 대전 확정에 들끓는 정치권
  • 경인매일 kmaeil86@naver.com
  • 승인 2011.05.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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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의원들 `선거 논리에 의한 역차별` 반발
호남 의원들 `호남 차별`...충청 의원들 반겨

정부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 결과가 발표된 16일 정치권 전체가 영ㆍ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과학벨트의 `대전 대덕 유치'가 확정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영ㆍ호남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대전 유치가 확정 발표될 경우 몰아닥칠 후폭풍을 짐작케 했다.

   영남 의원들은 `선거 논리에 의한 역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호남 의원들은 `호남 차별'이라며 가세한 상태다.

   ◇영남 = 대구ㆍ경북ㆍ울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의원들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대다수가 한나라당 의원들이지만, 벌써부터 "대전 유치가 결정될 경우 승복하지 않겠다"는 말도 나온다.

   객관적 기준만 놓고 볼 때 경북이 과학벨트의 최적지라는 것이다.

   포항과 울산에 세계 유수의 자동차ㆍ조선ㆍ철강 업체가 몰려있는 데다, 경북이 원전 및 가속기 분야의 `메카'로 불리는 만큼 연구ㆍ산업의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전 과학벨트'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충청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게 영남권 의원들의 인식이다.

   의원회관에서 농성 중인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선거 논리에 의해 역차별을 받아서는 승복 못한다"고 "대구ㆍ경북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나지 않으면 분노의 단계로 폭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 포항 출신의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 여론은 폭발 직전"이라며 "정치 논리로 툭하면 `대통령 고향은 안된다'고 하는데 과학벨트와 대통령 고향이 무슨 상관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구 지역 의원도 "위험한 것은 경북에 갖다 놓고 좋은 것은 대전에 갖다 놓는 것이냐"며 "앞으로 원자력발전이나 방폐장에 대해 강력한 저항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음'을 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대구ㆍ경북 지역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 정부의 공식 발표 이후 의원회관에서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번 동남권 신공항 때 처럼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으로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인 김정훈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를 할 경우 나라가 절단난다"며 "정부는 과학벨트와 LH공사 입지 발표를 중단, 국회와 상의해 일을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법률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는 정치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며, 정부가 숙고 끝에 결정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호남 = 민주당 소속의 광주ㆍ전남 의원도 정부가 `짜맞추기 심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충청권에 준다는 방침을 세우고 광주ㆍ전남 등 다른 지역은 들러리를 세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과학벨트 호남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광주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지반 안정성 및 용지 조성에 대한 점수가 심사에서 축소되면서 호남 유치에 치명타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불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사전에 `대전 확정설'을 흘리는 등 국책사업인 과학벨트를 정치벨트화하고 정치 상품으로 만들었다"며 "이른바 보수대연합을 위한 포석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요 시설을 대전에 두되 일부 연구원은 향후 광주ㆍ전남에 분산 배치할 수도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쥐꼬리만 한 것을 주면서 과학벨트를 삼각벨트라고 생색내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반발했다.

   한 전남 의원은 "정부가 오락가락 행보로 여러 기대감을 준 것이 오히려 배신감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ㆍ전남 의원들은 광주시 등과 협의, 앞으로 대응 방향과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선정 결과를 백지화하기 위한 법적 투쟁 등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다만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이 당론인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는 입지 선정 내용에 대해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지도부 역시 특정 지역을 편들기보다 정부가 최근 국책사업 진행과정에서 무능함을 보였다며 "갈등조장 정권"(김진표 원내대표), "삼류 장사꾼 정치"(이인영 최고위원)라고 정부를 싸잡아 비판하는데 치중했다.

   ◇충청 =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소속의 충청 의원들은 과학벨트의 대전 대덕특구 배치가 확정되자 반기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원안과 달리 과학벨트의 세종시행(行)이 배제되면서 대전과 세종시가 위치한 충남ㆍ북 의원간 약간의 온도차도 감지됐다.

   대전이 지역구인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발표전까지 속단은 이르다"면서도 "정부가 충청권에 조성하겠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환영했다.

   같은 당 임영호(대전 동구) 대변인은 "충청권 공약사항을 정부가 그동안 `정치벨트화'해서 국론을 분열시킨데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변재일(충북 청원군) 의원은 "세종시 발전과 대덕의 연구역량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당초 계획대로 세종시로 갔어야 옳다"면서 "세종시가 배제된 현 상황에서 대덕 입지가 최적"이라고 말했다.

   충남 연기.공주(세종시)가 지역구인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는 "세종시를 배제한 과학벨트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대덕 특구가 선정되더라도 정부는 과학벨트와 세종시를 연계해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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