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전작권 논쟁 내년 대선 이슈화
[사 설] 전작권 논쟁 내년 대선 이슈화
  • 경인매일 webmaster@kmail.com
  • 승인 2006.09.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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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재향군인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내년 대선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를 지지할 것을 천명하면서 작통권 환수 문제가 단순한 이념대립이 아닌 대권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보수단체들은 작통권 환수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50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최근 이들 집회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한나라당 인사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는 등 작통권 문제가 본격적인 정치적 아젠다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보수단체의 주장대로 2007년 대선에서 작통권 재협상 공약이 보수진영의 표를 끌어모을 수 있을 정도로 초대형 이슈가 될 수 있을까?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와 더불어 작통권 환수 논란은 현재 정치권을 뒤흔들 매머드급 이슈임은 틀림없다.

주한미군의 지위 및 철수, 국방비 증가에 따른 국민부담 증가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부분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대선이 1년 이상 남은 상태에서 작통권 환수 문제가 대선의 승패를 가름할 초대형 이슈가 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특히 작통권 조기이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미국과 우리 정부가 2007년 12월 대선 전에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해버린다면 이후 진행되는 작통권 환수 반대 논의는 그야말로 ‘뒷북’이 될 게 명확하다.

여론전문연구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헌태 소장과 정치전문컨설팅그룹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에게 작통권 문제의 대선 영향력에 대해 물어봤다.

“작통권 자체 파급력은 미미, 다른 사안과 합쳐지면 커질 수 있다”

김헌태 소장은 작통권 이슈 하나만으로는 2004년 열린우리당을 단숨에 원내과반수 정당으로 만들었던 탄핵 때만큼의 파괴력을 가져올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작통권과 연계된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할 때 그 파급력은 훨씬 커질 수 있고 오히려 작통권이 아닌 경제·군사적인 부문에서 더 큰 이슈가 나올 수 있다고 김 소장은 밝혔다.

“작통권을 환수 이후 만약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군사행동으로 진화하면 모르겠지만 작통권 문제 자체는 그만한 사안이 아니다. 작통권은 자체로 과거 탄핵과 같은 매머드급 이슈가 되기보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적 실패, 무능과 결부되면서 훗날 정부와 여당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작통권이 보수진영의 결집효과를 가져오는 건 사실이지만 이미 이번 사안으로 어느 정도 결집돼 있기 때문에 추가로 폭발적인 결집을 이끌어오기는 힘들다는 게 김 소장의 생각이다.

또한 작통권 환수가 가져올 수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부담도 정부여당에 더 나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김 소장은 지적했다. 이미 지금도 한나라당을 비롯한 환수반대를 주장하는 측은 작통권 환수시 드는 국방비 증가비용을 산출해 자신들의 논거로 쓰고 있다.

작통권 환수가 안보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보수진영의 주장에 대해 김 소장은 “안보불안은 작통권 문제와 직결될 가능성보다는 별개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 국민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미국의 군사적 압박 등에 대해 더 큰 불안을 느낀다. ‘작통권 = 안보불안’으로 이어져 탄핵수준까지 가기는 어렵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특정세력에 유불리한 이슈는 없다.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문제”

박성민 대표는 작통권 문제의 대선 영향력에 대해 “지금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정치에 있어서 어떤 사안이 특정 세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또는 불리할 수는 없다는 것.

결국 작통권이라는 사안을 가지고 보수·진보 양 진영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매머드급 이슈가 될 수도 있고 미미한 사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탄핵이든 행정수도이전법이든 어떤 이슈가 가지고 있는 자체 속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세력이 뒤에서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영향력은 틀려진다. 정치에서 특정세력에게 유불리한 이슈는 없다.”

작통권 환수와 같은 문제는 옳고 그름을 따질 만한 게 아니라 당파성의 문제라는 것. 따라서 진보진영에서 작통권 문제를 가지고 보수진영을 ‘수구꼴통세력’으로 몰아붙이거나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을 ‘좌파빨갱이’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박 대표는 주장했다.

“작통권이 어느 누구에게 득이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정치는 사실의 게임이라기보다 인식의 게임이다. 실제 작통권, FTA에 대해 대중들이 인식하는 방법은 ‘누구의 말이 맞는 것 같다’라는 식이다. 이후 어떻게 이걸 가지고 싸움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슈 그 자체로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 지금 판단은 이르다. 바다이야기 사태도 ‘정권의 도덕성이 걸린 문제이니까 현 정권에 불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행정수도 이전, 국보법 등도 모두 사실 자체보다 사안을 둘러싼 정치 게임이다. 결국 설득력을 가진 쪽이 이기는 것이다.”

박 대표는 오히려 작통권 같은 개개의 이슈보다는 보수·진보 양 진영 모두 자기혁신을 먼저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의 핵심은 보수건 진보건 승리하려면 자기진영에 대한 혁신을 누가 하느냐에 달렸다. 상대편을 척결하고자하는 전략은 안 먹힌다. 예를 들어 뉴라이트나 보수는 재벌의 불법상속같은 문제에 강한 개선의지를 보여야 하고 진보는 노조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등의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작통권 문제가 양쪽의 싸움거리는 된다. 하지만 내가 전략가라면 자기 진영부터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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