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망자는 말이 없다
[기자수첩] 망자는 말이 없다
  • 경인매일 webmaster@kmail.com
  • 승인 2006.10.0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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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亡者)는 말이 없다 했던가. 11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로 사고 원인 공방과 보상문제를 놓고 온갖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당사자들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혼란은 예견된 일들이다.

추돌사고의 경우 전방주시의무 태만과 안전거리 미확보 등으로 뒤에서 들이받은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29중 연쇄추돌과 화재 등으로 12대의 차량이 불에 탄데다 25톤 트럭이 앞선 1톤 트럭을 들이받은 최초 사고를 제외하곤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어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고 당시 짙은 안개로 불과 15~20m에 불과했던 사정거리를 감안할 때 운전자들의 각기 다른 주장 또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고, 차량들이 불에 타버려 파손부위나 부딪친 흔적 등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또 대다수 운전자들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어 유족들간 싸움으로 번질 우려도 낳고 있다. 사고의 책임 향방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과 수위가 결정되고 보상문제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원인이 불분명하고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족을 잃은 슬픔을 뒤로한 체 보상문제를 놓고 옥신각신 해야 할 유족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다.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은 이번 사고로 대인 피해 30억원, 대물 피해 10억원 등 모두 4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피해액이 얼마나 되고 누구의 책임이 중요한가가 아니라 똑같은 일로 고귀한 생명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 가는 불행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길 당부한다. 또 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상습 안개지역에 대한 대책마련 및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 등에 대한 교육 등에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이정하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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