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산넘어 산'
현대건설 매각 '산넘어 산'
  • 경인매일 webmaster@kmail.com
  • 승인 2006.10.0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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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인수 자격 논란
이달부터 본격 진행될 계획이던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구(舊)사주 문제' 논의 시점에 대한 채권단의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다. 매각주관사인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채권단 주주협의회(9개 채권기관) 산하 운영위원회 참여기관은 당초 지난 달 말 매각주간사를 선정하고 입찰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채권단은 그러나 지난 8월 말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의 발언으로 불거진 '구사주' 문제에 대한 의견 접점을 보지 못해 운영위원회 공식 회의조차 단 한 차례도 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작업의 신호탄이라 할 매각주간사 선정도 이달 안에 이뤄지기 힘들게 됐으며 전체 매각일정도 순연이 불가피해졌다.

올 인수합병(M&A) 시장의 마지막 최대 매물인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갑자기 돌출한 '옛 사주' 문제의 처리 시점과 방향에 대해 채권단이 의견을 모으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 사주 문제'란 현대건설 과거 사주(고 정주영, 고 정몽헌 회장)의 경영권을 승계한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의 인수전 참여 자격을 둘러싼 논란을 말한다. 산업은행 김 총재가 지난 8월 말 "현대건설 매각을 진행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구사주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특히 이번 인수전이 서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家)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옛 사주 문제는 현대건설 매각 작업의 최대변수로 급부상했다.

'채권금융기관출자전환 주식관리 및 매각준칙'는 구사주 배제 규정을 담고 있으나 기준이 모호해 현대그룹의 인수 자격 여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 조항은 '부실책임이 있는 구사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하되 부실책임의 정도 및 사재출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사후평가를 통해서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현대건설의 부실화 및 정상화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책임 정도와 정상화 기여 여부를 꼼꼼이 따져본 후 결론이 도출돼야 하는 사안인 셈이다.

문제는 채권단의 의견 조율을 통해 방향이 잡혀야 할 옛 사주 문제가 채권단내 이견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매각주관사인 외환은행과 이번 사안을 공론화한 산업은행이 '옛 사주 문제'의 논의 시점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당초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지난 6월) 이후로 계획됐던 만큼 벌써 4개월씩이나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매각주간사 선정 등 매각작업을 우선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매각주간사를 우선 선정하고 주주협의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옛 사주 문제를 공식 논의하자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주주협의회 첫 회의 구성을 위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입장 표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별다른 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옛 사주' 문제는 우선 채권단이 모여 논의하고 여론 수렴을 거쳐 결정돼야 할 문제이므로 매각주간사를 선정한 후 주주협의회를 통해 논의해 보자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하지만 나머지 주주협의회 참여 기관(산업은행, 우리은행)으로부터 가타부타 의견을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외환은행의 입장과는 달리 산업은행은 '옛 사주 문제'를 우선 짚은 뒤 매각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의 인수 자격에 대한 점검없이 매각절차를 밟을 경우 자칫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함은 물론 매각작업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이같은 입장은 LG카드 인수전 당시 '공개매수' 논란에 발목잡혔던 '학습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개매수 조항을 미리 짚지 못해 혼쭐이 났던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옛 사주 문제'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그러나 김 총재의 발언이 있은 지 한달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뚜렷한 내부 입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의 핵심은 옛 사주 책임관계를 살피는 일이다"며 "금융권은 물론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함께 법률적 검토도 이루어져야 할 문제이므로 준비가 되면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 수렴과 내부 입장 정리를 완료한 후 매각절차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기본 입장인 셈이다.

채권단내 이같은 입장 차이로 인해 현대건설 매각주간사 선정은 다음달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이후 국정감사 일정 등을 감안하면 산업은행이 이른 시일 내에 내부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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