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대교 갓길없어 구조 무방비
서해대교 갓길없어 구조 무방비
  • 경인매일 webmaster@kmail.com
  • 승인 2006.10.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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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충돌사고때 견인차도 투입 외면
전국의 고속도로에 환절기마다 심한 기온차이로 안개가 도로를 덮어 가시거리가 매우 짧아져 사고 위험이 높은데도 이에 대한 뚜렷한 대배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재로 안개가 짙게 끼면 제한속도의 50%까지 감속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운전자는 극히 드물고 그 이상의 속도로 운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 따르면 "현행 도로교통법상 안개가 끼여 가시거리가 100m 이하일 경우 제한속도의 50%까지 감속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그러나 이에 대해 명확한 정황이 포착되기 전에는 단속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또 경찰도 안개로 인한 속도위반의 경우는 거의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일 오전 7시50분께 평택시 포승면 만호리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서해대교 북단 목포기점 279.8㎞ 지점에서 29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1명이 숨지고 5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형 참사가 벌어진 것은 추돌사고에 이어 사고 차량에 화재 발생 때문이지만 근본 원인은 짙은 안개에도 불구하고 감속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짙은 안개속 감속 규정 안 지켜

경찰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서해대교 주변에는 오전 3시부터 시정거리 100m안팎의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도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가시거리는 65m에 불과해 2000년 11월 서해대교 개통 이래 가장 심했다고 밝혔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안개가 끼여 가시거리가 100m 이하 일 경우 제한속도의 50%까지 감속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를 일으킨 25t 대형 트럭은 이런 규정을 무시한 채 고속으로 주행, 앞서가던 1t트럭을 추돌했고 이어 옆 차선으로 진입, 고속으로 뒤따라오던 버스 등과 연쇄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추돌사고 뒤 차량에 불이 난 것이 희생자를 늘게 했다. 사고를 일으킨 대형트럭의 엔진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 버스, 승용차, 유조차 등 주변의 10여대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다.

◇갓길 운행 구조대 접근 막아

사고 현장 주변 고속도로가 극심하게 정체되자 일부 얌체 운전자들이 갓길로 차를 몰아 구조대원들의 현장 진입을 가로막은 것도 인명피해를 키웠다. 실재로 이번 사고 직후인 오전 8시2분께 도로공사측으로부터 구조작업 지원을 요청받은 인명 구조대가 사고현장으로 접근했으나 현장 400여m를 남겨두고 차량 접근이 불가능했다. 응급차량들을 이용해 비워 두어야 할 갓길을 현장에서 벗어나려는 일반 차량들이 모두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구조대원들은 장비를 들고 현장까지 걸어서 진입, 40여분 만에 도착한 뒤 화염에 휩싸인 환자들을 구출, 들것에 들고 나와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 119소방대와 구급대도 사고 직후 구조대와 마찬가지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알려 졌다.

◇전국 고속도로 안개 무방비

서해대교처럼 연중 30일 이상 안개가 상습적으로 끼는 지역은 전국적으로 80곳이다. 이 가운데 51일 이상은 26곳, 100일 이상 안개가 끼는 지역도 6곳이나 되지만 안개로 인한 안전사고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안개 상습 지역에서 사고를 방지할 수단도 전광판 안내와 안개등 밖에 없다보니 운전자들은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대분이다. 경찰과 도로공사는 안개 발생시 여러 경로로 정보를 제공하여, 안전한 도로운행을 도모하고 있으나 사고를 완벽하게 방지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운전자들의 감속운행과 주의 운전이 사고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를 지키는 운전자가 그리 많지않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한편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조심 운전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안개에 대비한 효율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형 교량에 안전지대(갓길)가 없다는 것도 대형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갓길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량 위에서 사고가 날 경우 렉카들도 후속 추돌 사고 위험 때문에 진입을 꺼리는 경향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서해대교 사고도 사고 차량이 사건 수습을 위해 차량을 세우면서 후속 연쇄 추돌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조경렬 기자 ch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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