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계장 허지도
1970년대 초반 농업고등학교를 다닐 때 우리 마을에 4-H 구락부 조직을 시작한 때가 생각난다. 당시만 해도 산골에서 30호가 되지 않은 조그만 마을에 지도자로 추대할만한 이가 없어 우리는 타지에서 이사 오신 초등학교 교사님을 찾아뵙고 책임지도자로 추대하게 되었다.
책임지도자가 되신 이 선생님은 열성을 다해 주셨다. 군. 농사 교도소에서 받아온 지도전서 같은 인쇄물도 읽어 보시고 회의 때마다 임석하여 도움말도 주시고 뒤에서 우리를 격려하고 뒷받침해 주시는 지도자였다. 오락시간에는 모두가 손잡고 노래도 불렀고 지금도 그분이 부르신「푸른 하늘 은하수…」가 귀에 쟁쟁하니 남아 들리는 것 같다. 80년대 필자는 평택시와 화성시에서 4-H담당 업무를 오랜기간 맡아서 활동하였는데 4-H지도자 이야기만 나오면 항상 그분의 이미지가 떠오르곤 하였다.
지도자는 이와 같이 4-H 회원들에게는 영원히 잊혀 질 수 없는 인격의 우상이다. 청년이 되어서나 장년이 되어서도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생명력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4-H 지도자는 초등학교 선생님같이 ‘스승’이 되고 ‘은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다양화되고 각박해진 사회에서는 가정에서의 온전한 인격형성이나 품성이 제대로 길러지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 어린 청소년시설 4-H 활동을 통해 바람직한 품성이 길러지고 이 사회에 적응해 갈 수 있는 한 인간으로서 성격이 제대로 형성되도록 돕고 지도하는 일이야말로 지도자의 가장 큰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청소년들 중에는 남과 어울리지 못하고 고립된 채 자기만 알고 또 침착성을 잃고 조금도 조용한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또 청소년시절에는 대부분이 고민과 불안에 쌓이게 되고 모든 것을 부정하며 말을 듣지 않고 배우는데 열중하지 못하고 능력이 있는데도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청소년들을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 하는 것이 아마 지도자마다 당면한 과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성격을 지도하는 방법에 있어서 전문가들은 종래와 같이 충고나 훈계, 꾸지람 등의 방법보다는 심리요법에 의한 치료가 바람직하다고들 얘기하고 있다.
심리요법에 의한 성격지도는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청소년들의 자발적 행동의 개발이다. 청소년들 스스로가 자기가 깨달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우선 이것저것 간섭해서 스스로 해보겠다는 자발적 의욕을 꺾지 말고 스스로 몰두해서 노력하는 일에 관심과 격려를 베풀고 소란하고 참을성 없는 일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주며 그들이 스스로 하는 착한 일, 좋은 일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칭찬을 해주게 되면 자발적 행동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동기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항상 관찰하고 회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계기가 여러 방면에서 확대 발전시켜 의욕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노력해서 성취해가도록 도와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청소년들은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4-H회를 지도하는 분들이 담당한 사명과 역할을 4-H회가 추구하는 지·덕·노·체의 이념을 승화시키는 일이다. 지혜를 쌓고 덕성을 함양하며 투철한 직업인으로서 전문기술과 가치관을 키우며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여 바람직한 청소년을 양성하는 것이 바로 궁극적인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4-H 지도자는 모든 4-H 활동이 바로 성격을 교정하고 인격을 함양하는 과정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과제지도를 통해서는 자발성을 유발시키고 성취감을 맛보게 함으로써 자신감을 갖게 해주어야 하며 봉사활동을 통해서는 이웃에 대한 사랑과 덕성을 함양시켜 주어야 하며 경진대회나 야영대회 같은 단체활동을 통해서는 너와 내가 함께 어울리며 협력하는 공동체의식과 사교성, 발표력 등을 키워주는 교육의 도장이 되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제반활동을 통해 바람직한 청소년을 양성하는 일이 바로 4-H지도자의 사명이요 역할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요즘같이 학교4-H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시절에 학교4-H 담당교사도 지도자로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활동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4-H회의 무궁한 발전이 국가발전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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