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시 꿈 영원히 버려야
명품도시 꿈 영원히 버려야
  • 신동헌 전 KBS 농업전문PD kmaeil@
  • 승인 2007.07.0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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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시대다. 명품바람이 곳곳에서 넘쳐난다. 명품 하나 걸치지 못하면 축에도 못 끼는 세상이고, 명품이라는 신기루를 쫓아다니는 분위기가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다. 얼마 전 오픈한 여주에 아웃렛매장도 그랬다.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홍보 덕분일거다. 서울 도심권 명품 족들로 대거 붐볐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명품이란 호칭이 무차별적이다. ‘명품교육’ ‘명품신도시’ ‘명품피부’ ‘명품CEO’ 등 정신없이 쓰여 진다.
명품바람은 하남시에도 불었다. 하남시 홈피를 들어가 보면 ‘명품도시 하남’을 만들겠다는 하남시장의 의지가 짙게 배어 나온다. <환경명품>하남, <교통명품>하남, <교육명품>하남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번쩍번쩍 돌아간다. 틀린 것은 없다. 방향성도 바람직스럽고, 앞으로도 미래지향적인 명품도시만이 지자체 출범의 취지를 충실히 담아 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경쟁력으로 무장한 CEO(최고경영자)형 자치단체장들의 변신이 자주 눈에 띈다. 지역의 단순한 행정집행자의 차원을 벗어나 지역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려고 각가지 수익사업을 전개하고 일자리 창출을 만들어 나간다.
문제는 지나친 ‘과시욕’과 ‘낭비성’을 지적할 수 있다. 과시욕의 본질은 허영이다. 때문에 대부분 지역사업의 속을 들여다보면 허영심으로 알맹이가 부실하고 미래성이 없다. 환경명품을 만들겠다는 하남이다. 그런데 덕풍천을 친환경생태하천으로 개발하여 <환경명품>하남을 만들겠다는 게 고작이라면 소가 웃을 일이다. 지하철 5호선과 종합터미널 유치로 교통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명품도 마찬가지다. 뭔가 붕 떠있는 듯하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챙기겠다는 디테일 교육전략과 아이디어가 없다. 설익은 것이다. 
발상의 출발이 잘못되었다. 명품도시 조성에 소요예산조달 방법을 보면 “피를 팔아서 명품 부로우치를 사겠다.”는 발상에 과히 빗나가지 않는다. 보도에 의하면 하남시는 경기도 광역장사시설을 상산곡동 산 일원에 약30만평 규모로 (화장로 16기, 봉인당 20만위, 장례예식장 20실을) 조성하는데 경기도 지원금 5천억 원을 받는다고 한다. 그 중 시설비에 3,000억 원이 들어가고 ‘고마움’의 표시로 받는 인센티브가 2,000억 원인데 이 중 500억원이 상산곡 주민들에게 보상된다고 한다. 그러면 과연 나머지1,500억 원은 하남을 명품도시로 변화시킬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는 것인가?
야무진 생각이지만, 아무리 먹고사는 문제가 급해도 광역화장장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명품도시의 꿈은 영원히 버려야 한다. 하남의 브랜드 가치와 비교했을 때 1,500억 원의 돈은 돈이 아니다. 생각해 보자. 화장장 시설은 엄연한 혐오시설이다. 무한대의 청정이미지를 갖고 있는 하남에서 돈 몇 푼에 광역화장장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을 어찌 표현할 수 있겠는가? 하책 중에 하책이다. 한강과 남한산성을 끼고 함께 수백 년 살아왔고 또 앞으로 살아 갈 날이 구만리인 하남, 광주시민의 이미지를 경제적 이유 하나 때문에 팔아먹겠는가? <대한민국 최대의 화장장 하남>이라는 딱지가 한번 붙으면 그 이미지는 천년을 간다.
엊그제 도올 김용옥 교수는 ‘청목회’라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 모임에서 과시적 행정을 꼬집었다고 한다. 동감이다. 특히 계획 중인 하남의 광역화장장은 기준미달의 미숙한 과시욕이다. ‘선무당’ 속담도 있지만, 그렇게 염원하고 자신한다면 최첨단(?)화장장은 하남의 중심부에 건립이 옳다.
21세기는 살아있는 테마가 명품도시를 만든다. 함평의 테마는 ‘나비’다. 스페인 빌바오(Bilbao)의 테마는 ‘구겐하임 미술관’이고, 명품도시 소프론(Sophron, 헝가리)의 테마는 ‘임플란트 관광’이다. 하남이 선택한 광역화장장을 일찌감치 퇴짜 놓은 가평군도 자라섬 재즈국제페스티발 같은 좋은 테마를 착실히 살리고 있다. 지난 해 10만 명을 모으는 성공적 테마축제가 됐다. 버려진 자라섬을 ‘있는 그대로’의 아이디어로 이룩한 쾌거다. 경제적 효과만 16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남시장의 버리는 ‘명품 용기(名品 勇氣)’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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