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 주민 탈북 독려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경축사에서 북한 주민을 향해 탈출을 권유하는 발언을 했다.
야권은 4일 10.4 남북정상선언 9주년을 맞아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북한붕괴론을 전제한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수정권에서 북한의 핵 능력이 강해지고 안보 위험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를 향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행(行)을 권유했는데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며 “대화의 장을 만들어 북한을 개방으로 가게 하겠다던 정책이 어느덧 북한붕괴론으로 옮겨진 게 아니냐”고 말했다.
또 “북한이 붕괴하면 중동처럼 난민이 발생한다”며 “북한 난민이 약 10만명만 발생해도 서울 25개구에 4000명 이상 난민이 노숙하면 정상적 서울생활이 이뤄지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북한붕괴론은 남북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북한 미사일과 핵을 아무리 비판해야 한다고 할지라도 북한을 붕괴시켜야겠다는 발상은 지혜로운 대책이 아니다”라며 “인내심을 갖고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박경미 대변인도 브리핑을 열고 “이명박·박근혜정부 8년 반 동안 평화와 협력은 실종됐지만 북핵 능력은 강화됐고 안보 리스크는 점차 증대됐다”며 “제재와 압박이란 채찍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대화를 병행하면서 북핵위기 국면을 근본적으로 풀어가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7.4 남북 공동 성명을 발표했던 아버지의 뜻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군사독재 시절에도 한반도의 평화와 교류를 위한 노력은 있었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주민의 대량탈출과 체제붕괴는 늘 대비해야 할 플랜이지만 우리가 그런 상황을 먼저 만들어서도 안 되고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현 상황에선 대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희망으로 만들려면 대화의 끈을 놔선 안 된다”며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최경환 의원(초선·광주 북구을)도 “9년 전 정상 간에 만나고 화해협력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 경색된 남북관계가 계속되는 것이 암담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군의 날 경축사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말을 했다”며 “국군 장성 출신이 ‘대통령이 대북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전쟁에 준하는 큰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문제”라며 “이렇게 긴장을 고조시키는 건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박정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