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우울하지만 태극기로 위로해주는 사람도 있는’ 朴 대통령 취임 4주년
‘촛불로 우울하지만 태극기로 위로해주는 사람도 있는’ 朴 대통령 취임 4주년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02.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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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심판 임박한 가운데 서울 도심서 찬(촛불)-반(태극기) 집회 대규모 개최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찬성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4주년을 극히 우울하고 불안한 심리 상태에서 맞이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임박한 가운데,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거처인 청와대 코앞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로 열렸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위안거리도 있었다. 자신의 퇴진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커다란 규모를 과시했다.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변론일이 오는 27일로 정해지고,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만료일을 사흘 남긴 25일 토요일에도 어김없이 박 대통령 탄핵 찬반집회가 열렸다.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은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촉구했다. 또 헌재를 향해서는 민심을 반영해 인용 결정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는 날이 갈수록 더욱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다.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국회,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최종변론일을 정한 헌재, 수사를 맡은 특검을 한꺼번에 비난하며 탄핵 기각을 목놓아 불렀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이 집회에 참가한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꼼수로 탄핵심판을 지연하려 했지만 촛불의 힘으로 막아내며 여기까지 왔다”며 “탄핵 결정은 단지 재판관 8명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 이름으로 선고돼야 하지 않겠냐”고 힘줘 물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얼마 전 권한대행 기념 시계를 제작했다”며 “황 권한대행은 권력에 취한 대통령 놀이를 그만두고, 당장 특검 연장을 승인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일제히 촛불을 껐다가 빨간색 종이를 대고 촛불을 켜는 ‘레드카드(퇴장)’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박 대통령·황 권한대행의 퇴진을 요구하는 의미다.

이어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국정농단 사태 공범으로 지목된 대기업들의 사옥 방면으로 행진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를 내세우는 데 대한 반발의 뜻으로 다른 참가자들에게 노란 리본을 매단 태극기를 나눠줬다. ‘부정부패와 독재정권이 오염시킨 태극기를 새로운 태극기로 바꾸자’는 내용의 펼침막도 선보였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석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왔다.

이날 촛불집회는 ‘서울 집중’ 형식으로 열렸다. 하지만 지방 곳곳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광주 동구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은 수의(囚衣)를 입은 박 대통령, 황교안 권한대행,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을 펼쳐 찢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부산 서면 중앙로에 모인 시민들도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와 국정농단 공범”이라며 헌재에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또 “이번 기회에 부패한 기득권과 재벌 간 정경유착 고리를 끊도록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100만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107만8130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25일 오후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회원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촛불집회에 앞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관들을 비난한 발언이 고스란히 거리로 이동한 듯한 모습이었다. 정광용 탄기국 공동대표(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는 “악마의 재판관 3명이 있다”며 “이들 때문에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강일원 탄핵심판 주심에 대해 “헌정 전체를 탄핵하려 한다”며 “(우리는) 당신들의 안위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지낸 권영해 탄기국 공동대표는 “헌재가 27일 탄핵심판 심리를 종결하고 어떤 재판관 임기가 끝나기 전 탄핵 인용을 결정짓겠다는 흉계가 보이는 듯해 걱정”이라며 헌재 앞 무기한 단식을 예고했다.

김진태·조원진·윤상현·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박근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김평우·서석구 변호사도 태극기 망토 등을 두르고 집회에 참석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내 변론을 동영상으로 보셨을 텐데 내용에 동감하시느냐”며 “법관(의 행동)이 헌법에 (비춰) 틀렸다고 생각하면 국민도 틀렸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며 자신의 행동을 옹호했다. 김 변호사는 탄핵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을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김진태 의원은 “처음부터 국회에서 엉터리로 (탄핵소추안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헌재는 (기각이 아닌) 각하를 하면 된다”면서 “국회는 원래 이렇게 엉터리 짓을 하는 데라서 욕먹어도 싸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오후 6시경부터 남대문, 서울역, 염천교, 중앙일보, 서소문을 거쳐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했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에 3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탄기국은 특검이 끝나면 특검 관계자들을 모두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고 공언했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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