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의 갈 길 정하는 헌재 내비게이션…대통령행(行) 혹은 전 대통령행(行)
朴 대통령의 갈 길 정하는 헌재 내비게이션…대통령행(行) 혹은 전 대통령행(行)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03.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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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1시 선고 절차 진행…인용 ‘되거나’ ‘안 되거나’ 둘 중 하나 뿐

2017년 3월 10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과 ‘전 대통령’의 두 갈림길에서 하나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날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오직 헌법이 박 대통령의 운명을 심판할 따름이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절차에 들어간다. 인용, 기각, 각하 등 세 가지 선택권이 있지만 사실상 ‘인용되거나’ ‘인용 안 되거나’라는 두 가지 결과, 반반의 가능성만 존재한다.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박근혜 대통령은 그 즉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된다.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내려지면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018년 2월 24일까지 대통령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뒤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 朴 대통령 운명 가를 30분…주문 낭독 순간 ‘인용이냐 기각·각하냐’

선고 과정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이 결정문의 결정 이유 요지를 읽은 뒤 심판 결과인 주문을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결정 이유에 대해서는 국회 소추위원의 주장과 이에 대한 피청구인(대통령) 측 답변, 그에 대한 헌재의 판단 등을 근거로 들어 밝힌다.

이 과정은 약 30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권한대행과 강 재판관이 결정과 다른 의견을 낸 경우에는 다수의견을 낸 재판관 중 최선임 재판관이 낭독한다.

지난 2005년 헌재법 개정으로 결정문에는 소수의견을 함께 표시하도록 돼있다.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 중 최선임 재판관이 소수의견을 낭독할 전망이다.

주문은 탄핵 인용일 경우에는 “피청구인을 파면한다”나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형식으로 쓴다. 반대로 기각일 경우에는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라고 선언한다.

헌재는 국민적 관심을 감안해 선고 전 과정 생방송 중계를 허용했다. 선고를 직접 방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헌재는 안전상의 이유로 현장접수는 생략하고, 전자추첨 방식으로만 방청객을 선정한다.

헌재는 선고 직후 결정문 정본을 박 대통령과 국회 등 당사자에게 보낸다. 또 법무부 등 이해관계 국가기관 등에도 송부한다.

또 결정문을 일반인이 찾아볼 수 있도록 관보와 헌재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도 공개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경찰이 헌법재판소 주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 헌재 앞은 ‘촛불 vs. 태극기’ 전쟁터…‘DMZ 역할’ 경찰 사이 극한 대치 우려

박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 민심’과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민심’은 헌재 앞에서 격한 대립을 펼칠 공산이 크다.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한 쪽은 환호를, 한 쪽은 분노를 쏟아낼 수밖에 없다. 환호를 부르짖는 세력을 바라보는 반대편 세력은 물리적 충돌도 불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0일 오전 9시에 헌재 앞에 모이기로 했다. 퇴진행동은 생중계로 선고를 지켜보고, 결과에 따른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8일부터 11일까지 헌재 앞에서 3박4일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두 세력 모두 만만치 않은 규모를 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충돌을 막아내야만 하는 경찰도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10일 선고 결과에 불복한 과격행위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당일 서울지역에 갑(甲)호 비상을 발령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갑호 비상은 갑-을(乙)-병(丙)호-경계강화로 이어지는 비상령 중 가장 높은 수위다. 선고 전날인 9일과 선고 다음날인 11일 이후에는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2단계인 을호 비상태세를 유지한다.

이에 따라 9일 오전 8시부터 서울지역 경찰관들의 연가가 중지된다. 갑호 비상이 발령되는 선고 당일에는 모든 지휘관과 참모들이 사무실 또는 상황 관련 위치를 벗어날 수 없다. 가용 경찰력 전체가 동원될 수도 있다.

서울 외 지역에는 9일과 11일 이후에는 경계강화가, 선고 당일에는 을호 비상령이 내려진다. 을호 비상 상황에서도 연가는 중지된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탄핵정국 비상시국 의원총회에서 "정치권과 모든 국민은 헌재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며 "탄핵 기각시 의원직 총 사퇴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 정치권도 여야 막론 “떨리네”…일정 최소화

여야 정치권은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극도의 긴장감 속에 빠졌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대선 일정이 판가름 나고, 처지도 윤곽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여야는 당을 사실상 비상체제로 전환해 탄핵심판 선고 이후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일부 대선주자들은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집권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 당직자들에게 당사와 국회 주변에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오전 공개회의도 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10일 헌재 선고 직후 곧바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다.

김선동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가적, 사회적으로 상당한 홍역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무거운 심정으로 처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권은 헌재의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로 삼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헌재 결정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결정이 나와도 승복하겠다고 선언해 주는 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통합을 위해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요구했다.

한국당을 향해 석고대죄도 촉구했다. 고용진 대변인은 “한국당 의원 94명 중 60명이 (박 대통령) 탄원서에 서명했다”면서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당이 노골적으로 탄핵 반대에 나섰다는 것은 뻔뻔하고 추한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헌재가 국민의 뜻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국민의당은 탄핵 이후 질서 있는 수습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대통령 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헌재의 선고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탄핵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바른정당은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기각될 경우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는 결의를 다시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헌재 결정에는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승복의 대상은 박 대통령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한국당 내부의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을 향해서는 러브콜을 보냈다. 정병국 대표는 “자유한국당 내 탄핵 찬성파 의원들도 용기를 내야 한다”며 “더 이상 망동을 일으킨 친박(친박근혜) 세력들과 한집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호소했다.

대권 주자들도 긴장 속에 하루를 보냈다.

여당인 한국당 대권 주자들은 탄핵 결정에 따른 미묘한 입장 차이를 나타냈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상수 의원과 원유철 의원은 헌재 결정을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 주자들은 아예 일정을 비우거나 최소화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공개일정 없이 헌재의 탄핵선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대변인은 “오늘은 내일 탄핵선고에 대비해 지인들과 의견을 나누거나 탄핵 이후 정국 구상을 하면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광주·전남지역 기자간담회와 조계사 방문 외 일정을 비웠다. 비는 시간에는 탄핵 심판 결과에 대비한 전략을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안 지사는 선고 당일에도 경선과 관련한 일정을 생략한 채 충남도청에서 도정을 챙길 계획이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조계사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는 일정만 잡았다. 캠프 대변인인 제윤경 의원은 “아직 탄핵 심판이 어떻게 전개될지 확실하지 않다”며 “탄핵 심판과 촛불집회 등 동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방송 출연 외에는 일정을 잡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선고 당일 오후 3시 정국 구상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국민의당 소속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호남을 방문했지만 일부 일정은 취소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탄핵이 인용된다면 한국당의 탄핵기각을 주장한 분들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탄핵소추에 찬성한 30명 정도 의원들은 한국당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내일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며 “헌법적 질서를 따르는 것은 모든 정치인과 국민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오전 11시로 잡은 ‘신학기 맞이 3대 선물 공약발표’ 기자회견을 잠정 연기했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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