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둘째 주말, 상반된 광장의 풍경…촛불 “우리가 승리” 태극기 “엉터리 헌재 판결”
3월 둘째 주말, 상반된 광장의 풍경…촛불 “우리가 승리” 태극기 “엉터리 헌재 판결”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03.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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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행동 “탄핵 인용은 촛불 승리” 국민저항본부 “헌재 판결은 무효”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다음날인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탄핵찬성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탄핵인용 축하의 폭죽이 터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조치를 받음으로써 사실상 ‘촛불’이 승리한 가운데 다음 날인 11일 이를 축하하기 위한 뒤풀이 성격의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모이자! 광화문으로! 촛불 승리 20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을 ‘촛불 승리’로 선언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퇴진, 국정농단 사태 공범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만장일치 파면 선고를 끌어낸 것은 촛불 정치였고, 광장의 승리”라며 “당장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쫓아내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끝까지 범죄자를 비호하는 황교안을 내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연 퇴진행동 재벌구속 특위 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재벌 체제 청산은 적폐 청산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이재용에 이어 정몽구, 최태원, 신동빈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진아빠’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우리 가족은 헌재 탄핵 결과를 보고 박근혜 정부가 끝장났다는 기쁨과 ‘세월호 7시간’이 인용되지 않았다는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서울대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사업을 추진하는 성낙인 서울대 총장을 비판했다. 또 청년당 관계자는 친박 단체의 ‘백색테러’를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해직기자, 촛불집회 자원봉사자,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청소노동자 등도 이날 집회에서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본집회를 마치고 탄핵을 축하하는 폭죽을 터뜨리고 촛불 파도타기를 이어간 뒤 단체로 탄핵 축하 ‘셀카’를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이어 오후 7시께부터 청와대와 총리 관저, 종로4가 도심 등 방면으로 행진했다.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한 참가자들은 민간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이 아직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방 빼라”, “감옥으로 들어가라”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전날 헌재 선고 이후 탄핵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3명이 사망한 일에 대해 조의를 표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앞서 그간 촛불집회 과정에서 시민들이 모여 사회 각 분야 개혁 요구를 논의한 결과가 ‘2017 촛불권리선언’으로 발표됐다.

선언은 “광장을 지켜 왔던 뜻으로 삶의 현장과 일터를 바꿀 것”이라며 촛불을 ▲ 직접민주주의를 전진시키는 주권자 행동 ▲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정당한 항의 ▲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선언 ▲ 평화로운 공존의 권리 등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국가정보원·검찰 등 개혁, 18세 선거권 보장, 재벌총수 등의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 제정 등 10대 분야에서 실현할 100대 과제도 선정했다.

퇴진행동은 이날로 주말마다 열리던 촛불집회는 마무리하되 이달 25일, 세월호 참사 3주기(4월16일)를 앞둔 4월15일에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다만 대선 국면에서 편파적 개입이 발생하면 다시 촛불을 들겠다고 밝혔다.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과 충돌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말리고 있다.

이에 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친박(친박근혜) 단체들은 울분의 하루를 보냈다. 이들 단체는 헌재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는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1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국민저항본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전날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헌재를 두고 “국가반란적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헌법상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헌재 해산을 요구하고, 재판관 9명을 새로 지명해 다시 심판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구성요건인 정족수마저 외면하고, 말도 안 되는 판결문으로 국민을 우롱하면서 정의와 진실을 외면했으며, 심리는 특정인 퇴임 기간에 맞춘 졸속이었고, 최소한의 요건마저 외면한 판결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정의와 진실, 헌법과 법치 수호, 민주주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건설’을 목표로 ‘국민 혁명’을 벌이고자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새누리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새누리당 입당원서를 배부·접수하는 등 창당 준비를 본격화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억울하게 파면됐는지 국민들이 알게 하고 다가오는 대선에서 종북 집권을 제지하기 위해 태극기를 들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자리에 나오셔서 나라를 구하는 잔다르크가 되시라”고 박 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국민저항본부는 전날 선고 직후 헌재 방면으로 진출하려다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다수가 다쳐 지금까지 3명이 숨진 일에 대해 “국민저항권에서 정당한 폭력은 용인돼야 한다”면서도 “스스로 자중자애해 무저항 비폭력 투쟁으로 회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제의 희생은 국민의 정당한 헌재 방문을 막은 경찰 측에 1차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누구에게나 처절히 저항해 피의 대가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저항본부는 김진태·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 등과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전날 시위 도중 발생한 사망사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애국열사 순국선열 장례위원회’를 발족하고 사망자들의 위패를 서울광장에 있는 천막에 마련해 분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탄핵심판 대통령 측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김평우 변호사는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깨끗하셨고 헌법 수호에 누구보다 열의를 가졌던 최초의 여성대통령 박근혜님이 법치애국의 영원한 순교자가 됐다”며 “이 나라의 법치주의는 죽었기에 제2의 건국의 행군을 시작하자”고 제의했다.

참가자 다수는 전날 헌재 결정이 ‘법치주의 사망 선고’라고 주장하는 뜻으로 ‘근조(謹弔)’라고 쓰인 검은 리본을 달았다. 집회에는 김진태·윤상현·조원진 등 친박계 의원들도 참석했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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