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특혜 취업 증언’ 허위 파문에 안철수, 이틀째 침묵 중
‘문준용 특혜 취업 증언’ 허위 파문에 안철수, 이틀째 침묵 중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06.28 0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접 입장 표명까지 고심…국민의당 “안철수가 알지는 못했을 것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에 대한 입사특혜 의혹 관련 제보 내용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가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돼 남부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취업 의혹 증언이 허위였다는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이틀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국민의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전 후보는 이날 자택에서 칩거하면서 제보조작 사건 관련 내용을 측근들에게 보고 받으면서 입장 표명을 할지 여부와 표명 방식·시점 등을 고민하고 있다.

전날인 26일 오후 국민의당이 사과 기자회견을 한 이후 제보조작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안 전 후보는 27일 아무런 입장도 나타내지 않은 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안 전 후보는 당초 전날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문제가 더 커지면서 직접 입장 표명까지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국민의당 지도부가 특검과 함께 제보조작 사건 연루자에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제보자 개인을 넘어 조직적 차원의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만큼 SNS를 통한 입장 표명은 부적절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 전 후보는 제보조작 사건을 국민의당이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전날인 지난 25일 이미 보고를 받았으며, 전날에도 국민의당 지도부가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위 제보를 한 당원 이유미 씨는 지난 24일 국민의당 관계자를 찾아가 자백을 했으며, 국민의당 지도부는 관계자를 통한 사실 관계 확인을 거쳐 전날 오전 사건을 보고받고 같은날 오후 사과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착잡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안 전 후보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제보조작 파문에 대해 “특검을 해서 당의 잘못이 있다면 철저히 규명해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람이 있거나 가담했다면 정확히 처벌하고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27일 CPBC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에서 수사를 해도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일련의 사태를 국민이 불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원에 의해 제보가 조작됐다면 그것도 잘못이지만, 준용 씨의 채용비리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가 돼야 하기 때문에 특검에서 국민적인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대선 당시 당 대표로서,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이런 조작이 나타났다고 하면 대단히 잘못됐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3일 전 당직자로부터 이런 일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검찰 수사에서 숨김없이 밝히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필요하다’고 말했다”면서 “국민의당이 잘못한 게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 책임을 지고 응분의 법적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이 대선 투표일 나흘 전인 5월 5일 조작된 녹음파일과 메신저 캡처 화면을 토대로 폭로한 준용 씨 취업비리 의혹을 사전에 보고받았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전혀 보고받은 사실이 없고 내용도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안 전 후보에 대해서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보고를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책임 있는 지도부 또는 관계자라면 이런 것을 조작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안 전 후보가 보고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저한테 특별한 보고가 없었다면 후보에게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표는 “안 전 후보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안 전 후보가 이유미·이준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저는 모른다”고 했다. 이어 “검찰과 특검에서 철저히 규명되면 된다”며 “조작에 가담했거나 보고를 받고 묵인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아직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며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검찰에 체포된 이유미 씨가 이준서 전 비상대책위원의 지시로 제보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라도 검찰 조사를 철저히 받아야 한다”며 “지시와 가담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27일 “안 전 후보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 사고를 일으켰으니, 응당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 제보 조작에 연루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해 “안 전 후보가 영입한 사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안 전 후보가) 이것을 알고 그럴 사람은 아니다”라면서도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 사고를 일으킨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안 전 후보가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 말할 수 없으며, 본인께서 생각이 있을 것”이라면서 “(고민을) 해야 할 것이고 해야 한다고 본다”고 거듭 밝혔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 당 대표였던 박지원 전 대표와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장으로서 의혹 제기 관련 업무를 했던 이용주 의원을 향해서도 “이게 얼마나 큰 사건인데 보다 확실하게 검증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설마 이용주 의원이나 선대위원, 본부장, 이런 사람들이 이걸(조작 사실을) 알고서 그럴 리는 없다”면서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며, 위에서 스크린하지 못한 것은 정말 창피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실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100% 사실로 확인도 안 된 것을 문제로 삼자는 얘기도 나오지만,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걸러진다”며 “선거 막판이다 보니 선대위 회의에서 사전 스크린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준용 씨 의혹 제기를 주도했던 이용주 의원과 김인원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을 향해 “어떻게 검사 출신인 사람들이 스크린을 못했냐”며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건 김대업 조작 사건 수준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 ‘병풍 사건’을 일으킨 김대업 씨의 폭로가 나중에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점을 이번 파문에 빗댄 것이다.

의혹제보 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당원 이유미 씨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지시로 일을 벌였다고 주장하면서 당 지도부 연루 가능성도 제기되자 이 의원은 “그건 우리가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유미는 진심캠프 때부터 안철수의 극렬한 광팬이었다”면서 “상층부와 연락이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준서가 이유미에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우리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경력도 일천하고, 최고위원이니 비대위원이니 타이틀은 거창하지만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국회 박정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