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전반에 '소프트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안팎 경영환경이 어려울 수록 임직원들의 기(氣)를 살려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프트경영은 성과주의, 경영혁신에 지친 임직원들의 재활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조직원들을 격려하고, 그 가족까지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 관리함으로써 조직력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유쾌하고 일 할맛 나는 직장으로 만들어 보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생활하자는 의미도 담겨있다.
그런 의미에서 직원들이 가족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메시지를 사옥 1층에서 방송하고 있는 SK그룹의 사례는 소프트경영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자주 술먹고 늦게 들어와 미안하다'는 고백부터 미혼인 남자직원이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사랑의 영상편지, '결혼기념일을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흘러나오면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지고 일할 의욕을 얻게 된다.
▲ 삼성 "칭이와 차니를 아시나요?"
'칭이와 차니'는 휴대폰과 프린터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임직원 간의 칭찬릴레이 캠페인이다.
구미사업장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내 인트라넷에 있는 '칭이와 차니' 코너에 접속해 임직원 중 한명을 선정, 사연과 함께 칭찬을 남기면 칭찬받은 사람이 또다시 다른 임직원을 칭찬하는 '칭찬릴레이'가 벌어진다.
이렇게 진행된 칭찬릴레이는 지난 주 드디어 5000번째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행운의 주인공은 제품기술그룹(프린터) 송주철 부장. 주인공을 추천한 같은 부서 김용진 사원은 "제가 얼마 전 아기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는데 부장님께서 많은 위로를 해주셨고, 그 전에 병원에 다닐 때에도 업무를 잘 조정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송 부장을 이 부서의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소개했다.
▲ 현대차, 다양한 휴가제도 '삶의 질 향상'
현대차는 매년 상·하반기 연 2회 가족사랑휴가를 실시 하고 있다. 평소 가족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는 직원들에게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 또 매년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후견인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유능한 선배사원(후견인)이 신입사원들을 지도함으로써 직무 향상은 물론이고, 조직 내 안정된 생활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 LG, 상호존중 호칭부르기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DA)사업본부는 최근 '상호존중 호칭부르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대리, 과장, 부장, 상무 등 직위를 사용하는 호칭을 더이상 쓰지 않기로 한 것. 대신 직책이 있는 경우 직책을 부르고, 직책이 없는 과장 이하 직원은 이름뒤에 '님'자만 붙여 부른다. 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박모부장은 '박부장님'이 아니라 '박홍보팀장님'이면 족하다. 담당 임원은 '그룹장님'으로 불린다. 사장도 '본부장님'으로 통일키로 했다.
▲ SK, '수펙스 환경조성'이 키워드
SK그룹의 소프트경영 핵심 키워드는 '수펙스(SUPEX, Super Excellent) 환경 조성'이다. SK는 '가정이 행복해야 회사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임직원 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행복해질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SK㈜는 울산공장과 대덕기술연구원, 물류센터 등 지방에서 근무하는 임직원과 그 가족을 본사로 초청,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지난 2004년 11월 처음 시행 이후 지금까지 매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이 행사에는 최태원 SK 회장이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꼭 참가해 가족들의 방문을 환영하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또 본사 근무 임직원들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1년에 2~3회 울산공장으로 초청해 울산공장을 견학하는 행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직원 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애사심을 키울 수 있다.
SK텔레콤은 임직원의 자율적이고 활기찬 조직 분위기 조성을 위해 '퍼너자이저(FunErgizer)'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퍼너자이저는 Fun과 Energizer를 합한 조어로, 신나는 일터, 재밌는 직장을 표방하며 임직원들에게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