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4선·대구 동구을)이 좌초 위기를 겪고 있는 바른정당호(號)를 이끌 새 선장으로 선출됐다.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제3차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에서 유 의원은 책임당원 및 일반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한 결과, 1만6450표(득표율 56.6%)를 획득해 당 대표로 선출됐다.
33명의 국회의원으로 시작한 바른정당은 지난 5월 2일까지 국회의원 13명이 탈당하면서 원내교섭단체 지위인 20명을 위태롭게 유지해왔다. 그러다 지난 8일 김무성 의원을 포함한 8명의 의원이 탈당해 한국당으로 이동하면서 끝내 교섭단체 자격을 잃었다. 더욱이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전당대회를 끝으로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바른정당에 남아 있는 국회의원은 11명이다.
신임 유 대표는 이같이 비교섭단체로 전락해 난파 위기에 몰린 당을 추스를 책무를 맡게 됐다.
유 대표는 수락 연설을 통해 “지금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다”며 “이 겨울이 얼마나 길지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 대표는 “우리가 똘똘 뭉쳐 강철 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 봄이 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른정당을 지키겠다”며 “개혁보수의 창당정신, 그 뜻과 가치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새로운 보수를 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같이 하자”며 “우리가 합의한 대로 나라의 미래와 개혁의 길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중도보수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하자”고 당원들을 향해 단합을 호소했다.
전당대회 후 유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중도보수통합론과 관련, “(바른정당, 한국당, 국민의당) 3당이 같이 논의할 수 없다면 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상대할 창구를 따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내에서) 12월 중순까지 중도보수통합 논의의 성과를 내자는 합의가 있었고, 저도 약속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표는 다만 “새 지도부가 통합 노력만 하고 다른 일을 안 할 수는 없다”면서 “지방선거 준비와 우리당의 대표정책은 물론 기본 이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는 노력도 하겠다”고 했다.
유 대표는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제안하고,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 논의사항 중 하나인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행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및 비례대표는 전국적으로 정당 투표로 결정되는 방식에서 국민 유권자 한 분 한 분의 뜻을 국회에 정확히 반영하는 데 상당히 부족한 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선거구제에 관한 문제 의식에 대해서는 100%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유 대표는 “민주당, 한국당, 국민의당, 정의당, 바른정당 등 5당이 다음 총선이 임박하기 전에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합의하고,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해 유 대표는 “국회의원의 생각이 다 다르다”며 “개인적으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일관되게 통일되고, 경제·사회 발전 수준이 선진국으로 갈 때까지는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말씀 일관되게 드려왔다”고 전했다.
내년 6.13 지방선거 준비에 대해서는 “지방선거기획단을 바로 시작하겠다”면서 “흙 속의 진주를 찾아 바른정당 후보가 출마하는 지역에서 반드시 돌풍이 일어나도록 해보자”고 독려했다.
유 대표는 교섭단체 지위 상실의 원인을 제공한 탈당파 인사들에 대해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뜻한 곳, 편한 길을 찾는다”면서도 “최소한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하는 게 정치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풍파가 계속되면 누구나 처음 품었던 꿈과 희망, 열정과 의지는 흔들릴 수 있다”며 “그래서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원내 주요 4개 야당 가운데 3당이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가 대표로 당선됐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선 후보가 지난 7월 대표로 선출된 데 이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8월 대표에 당선됐다. 그 뒤를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잇게 됐다.
이날 바른정당 전당대회는 위기에 몰린 분위기를 극복하려는 듯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박종진 바른정당 서울 송파구을 당원협의회 위원장(전 앵커)는 간간이 유머를 섞어가며 청중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특히 바른정당은 6명의 후보들에게 ‘완주 감사패’를 증정했다. 이는 추가 탈당을 하지 말아달라는 당의 의지로 풀이된다.
국회 박정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