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살아남은 자 되갚을 길도 있다
[덕암칼럼] 살아남은 자 되갚을 길도 있다
  • 경인매일 회장 德岩 金均式 kmaeil86@naver.com
  • 승인 2018.07.24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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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에 또 하나의 큰 별이 빛을 잃었다. 민주당 대세를 거슬러 정의당 소속 후보로 창원시 성산구에서 51.5%라는 득표를 얻은 노회찬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주목받는 정치인이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야권의 대표적인 인물로 정의당 원내대표를 역임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정치사의 흔적을 남겼다.

2004년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후 조선왕조실록 환수에 적극적인 활동을 아끼지 않았고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에 몸담으며 나름 깔끔한 이미지로 공중파 카메라 앵글에 포착됐다.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의원 당선까지 정계의 진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지만 한 순간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더 이상의 행보는 중단됐다. 뭐가 문제였을까. 지금까지 조사된 특검팀의 진행상황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는 지난 2016년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모임의 16개월 동안 약 8억원 가량의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결과 노 대표도 포함됐다는 점이 문제였다.

어쨌거나 안 그래도 민주당 독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 노 원내대표의 사망은 정계에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었다.

노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의석수가 부족해 교섭단체의 지위상실에 따라 이제 평화당이나 정의당에 추가 입당하는 국회의원이 생기거나 평화와 정의에 참여하려 하는 무소속 의원이 생기지 않는 한 당분간 교섭단체 지위는 복구가 불가능하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 의하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며 가족에게 미안함을 남겼다. 관련 단체에서는 비통함을 금치 못했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커다란 울타리를 잃은 셈이며 진보정치의 1번지라고 입을 모았다.

검찰의 수사가 여론의 주목을 받을 때면 짜여진 각본마냥 정계 재계 인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걸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번 노 원내대표의 죽음에는 경공모의 다수 회원들이 모은 자발적인 돈이었기에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많은 네티즌들이 반응은 뜨거웠다. 수 많은 정계의 돈봉투 사건에 눈 하나 까딱 않고 잘 버티는 의원들과 비교하며 살아남아서 시비를 가리는 게 정의롭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패 정도로 치자면 살아남을 의원이 몇 안 남을 것이라는 비아냥도 이어졌다. 누구나 자신의 목숨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살아남아야 결백도 밝히고 반성도 하는 것이지 죽음만이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비춰지진 않는다. 자칫 지나치게 청렴했다가 작은 실수에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유족들과 뜻을 함께했던 많은 지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가도 생각했어야 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공감도 가지만 살아남아서 정치사에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한데 이렇듯 운명을 달리 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아울러 검찰 또한 국민들의 불편한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수사진행에 따른 피의자의 범죄 추적은 사법기관 고유의 영역이자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과정에 발생하는 자살사건들은 자칫 수사위축과 명쾌하지 못한 종결로 마무리되기 십상이다. 최종 타킷만 사라지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죄와 벌, 사람이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죄를 짓게 되거나 의욕이 지나쳐 욕심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의 50대 남성은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난을 이기지 못해 현실도피로 선택한 경우나 지독한 시련 앞에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어 선택한 길은 아무리 확실한 당위성을 갖더라도, 아무리 힘들고 최악의 벼랑 끝에 몰리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란 말이 있다. 죽을 것만 같아도 지나고 보면 옛일 일수 있고 어쩌다 참으로 못난 짓을 했으면 살면서 갚으면 되는 것이다. 이번 참사를 보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저세상에서는 이생 같은 번민 없이 편안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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