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기고]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 동두천시 송내동 행정복지센터 김혜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8.12.06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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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송내동~~~~”

수화기를 넘어 도움을 요청하는 통장님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화 내용의 요지는 며칠 동안 먹지 못한 노인이 있는데 같이 방문을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맞춤형 복지팀에 사례관리업무가 생기면서,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주민을 발굴하고 그 사람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아 연계해주는 것이 나의 업무이기에 전화를 끊고 바로 독거노인의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용변 냄새가 진동했고, 할머니는 침대에 와상 상태로 움직이지 못한지 족히 나흘은 넘어보였다. 서둘러 119를 부르고, 하의를 탈의한 채 있는 할머니에게 옷가지를 챙겨 입히려 하였으나, 허리 골절이 의심되어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할머니는 119를 통해 동두천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의정부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후송되었다. 병명은 “허리골절, 영양실조, 난소암, 자궁암으로 전이” 더 이상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가족이 전혀 없는 할머니에게 병명을 알리고 치료여부에 대해서 물었다. 할머니는 종교적 신념으로 항암치료, 연명치료 등 모든 치료를 거부했고, 돌봐줄 사람도 없는 집으로 가길 원했다. 할머니가 집으로 가면 일주일이내 고독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어렵게 찾은 형제들은 “당장 올 형편이 되지 않으니 할머니가 원하는 대로 해줘라.”라고 일축했고, 인간으로서, 사회복지사로서, 공무원으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2018년 2월 시행된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연명의료결정법’ 에 따라 할머니의 의견을 존중해 원하는 대로 집으로 보내야할까?

만일 할머니가 내 엄마라면? 내 할머니라면? 집으로 보냈다가 사망하면 그 책임은 누가지지? 집으로 가면 누가 돌봐주지?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용변은? 식사는? 병원으로 가면 병원비는? 병원으로 가도 바로 돌아가시면? 가족들이 병원으로 갔다고 원망하면? 머릿속엔 온갖 물음표로 가득했고 난 며칠 밤을 잠 못 이루며 고민했다.

결국, 난 할머니를 집으로 보내지 못했고, 관내 의료기관마다 전화해 임종을 앞둔 노인을 받아달라고 사정해야 했고, 어렵게 요양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할머니 일처리를 하느라 사무실 업무는 잔뜩 밀려있었고, 형제들에게는 할머니의 경과를 보고하며 제발 돌아가시기 전에 찾아와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그렇게 요양병원에 입원한지 삼주 만에 여동생이 찾아왔고, 할머니는 한 달 만에 사망했다. 비록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찌 보면 그 시간이 할머니에게는 웰 다잉(Well-Dying)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깨진 형제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서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종교적 신념에 따라 죽음을 맞이하는….

또다시, 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로서 “선택”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난 아직도 그 물음에 해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누군가가 나에게“정말 그게 최선이었냐?”고 묻는다면,“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적어도 할머니 혼자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었을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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