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대, 사람을 향하고 있나요?
[기고]그대, 사람을 향하고 있나요?
  • 동두천시 안전도시국 교통행정과 윤현웅 kmaeil86@naver.com
  • 승인 2018.12.26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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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를 논할 때 가져오는 기준은 다양하다. 상품이 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공무원의 경우 조금 특별하다. 이런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 3년간 소방관 1인당 담당인구는 전국 평균 1170명으로, OECD 주요국가인 미국 911명, 일본 779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하나 더. 공무원을 일컬어 ‘국민의 공복’이라고 한다. 이 말도 수없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공무원을 설명하는 것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떠올릴 수 있을까? 그렇다. 공무원은 결국, ‘사람’을 위해 노동을 하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은 힘들다. 사람은 너무도 개별적인 존재들이어서 법, 매뉴얼로 해결이 안 되는 일이 너무도 많기에. 임용 전 면접을 볼 때 사랑하는 사람을 향하듯‘한 명 한 명’ 민원인을 특별히 대하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매일같이 만나는 그 ‘한 명 한 명’이 너무도 달라 나의 포용력을 벗어나 흩어지기 십상이다. 그걸 감지한 민원인은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감정을 온전히 감당하는 우리는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사람은 어느 정도 공통적인 속성이 있는 존재들이어서, 매일같이 반복되는 민원을 상대하는 공무원들에게 민원인들은 ‘한 명 한 명’의 고유성을 잃고, 누구와 다를 것 없는 덤덤한 존재가 되어 다가오고, ‘식어버린 연인’처럼 대하기도 한다. 그 또한 민원인은 필히 감지하여 갈등은 필연적이다.

그럼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약간의 집중만 하면 된다. 다만, 사람을 향해 집중하자.

주정차 단속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고 항의하러 온 민원인. 그에게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여기 단속되신 사진을 보시면, 노란색 선 보이시죠? 이건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즉시단속지역이세요. 과태료 4만원입니다.” 어느 누가 화를 안낼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머님~ 아이고 급한 일이 있으셨나 봐요. 잠깐 대놓은 사이에 단속되셨네요. 저도 몇 번 시내에서 단속된 적이 있을 만큼 저희 열심히 일해요. 다음부터는 여기 주차장 있으니까 주차하시고 일보셔요.”

민원인이 공무원을 찾아오는 이유는 간결하다. 내가 할 말이 있어서다. 내가 겪은 일을 말하기 위해서다. 말과 일은 중요치 않다. ‘내’가 중요할 뿐. 그렇게 찾아오는 민원인에게 말을 따지고, 일을 따지면, 싸움만 날 뿐이다. 먼저 이야기를 듣자. 우리네 부모님, 아들, 이웃의 이야기는 충분히 들어볼 가치가 있다.

그 다음 앵무새가 되자. 상대가 하는 말들을 듣고 따라하는 앵무새가 되어보는 것이다. “아 정말요? 잠깐 병원 다녀온다고 그곳에 주차하신거구나.”라든지, “그렇구나. 손을 흔드시며 뛰어갔는데도 버스가 그냥 지나가신 거예요?” 같은 공감의 말은 사람을 여유로워지고 너그러워지게 한다. 문제는 가벼워지고 다루기 쉬워질 것이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라는 말이 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공직자의 덕목은 여기서 한글자만 바꾸면 되지 않을까 한다. ‘인즉변(人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즉, ‘사람을 향하면 변할 것이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갈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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