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이상 사회’로 가는 첫걸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이상 사회’로 가는 첫걸음
  • 김도윤 기자 mostnews@naver.com
  • 승인 2019.07.18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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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김도윤 기자

 

지난 16일부터 직장 내 관계상 우위를 악용해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 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규정에 모호한 탓에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적잖다. 

우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생긴 배경을 살펴보면 기본적인 지위를 이용한 악·폐습,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 문화예술계의 선·후배 악습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작년 대기업에 입사한 모 신입사원이 선배의 지속된 질책과 따돌림에 못이겨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과 함께 모 대기업 회장의 갑질 육성녹음 파일이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사건도 있었다. 

대부분의 중·하위 직장인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분위기가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법이 개정됨으로서 직장 내 존중의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등 대체로 반기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법의 근본적인 실효성을 살펴보면 이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해당 법은 ‘괴롭힘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용자는 피해자가 요청하는 근무지 변경, 유급휴가 등의 보호를 제공해야한다. 가해자에게는 징계나 근무 장소 변경 등의 불이익 조치를 해야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나 괴롭힘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라는 대목도 우스운 대목이다. 

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직장 내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설 것, 그 행위가 노동자한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하는 것도 코미디다. 

법리해석으로 얼마든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괴롭힘의 개념과 요건 등이 모호한 만큼 당분간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실효성이 전혀 없을 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잖다. 

정말 이 법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본질적으로 바라봐야할 것은 법의 개정을 통해 법을 지켜야한다는 경각심도 좋지만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고 깊게 스며든 갑질의 뿌리부터 근본색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집단이나 계층, 지위를 통한 악습은 존재해왔다. 아니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어제까지 을이었던 이가 오늘은 갑이 돼 똑같은 악습을 저지르는 것을 우리는 군대, 직장, 단체 대부분의 집단에서 목격해왔다. 

이처럼 뿌리내린 괴롭힘과 갑질의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법도 무용지물이고 혼란만 가져올 것이 뻔하다. 법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벗어난 제2의 갑질도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추측도 해본다. 

그러나 필자는 앞서 밝혔듯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실효성과 기준에 의구심은 드나 기대도 큰 편이다. 오히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구절처럼 현재 모호한 기준과 실효성보다는 훗날 대한민국의 뿌리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란 희망을 품는다.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시 여기는 ‘근로기준법’이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불꽃으로 이 땅에 뿌리내린 것처럼 이 법도 대한민국의 잘못된 기준을 한걸음씩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던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불현 듯 머리를 스친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간된 주체로서 서로 존중하는 풍토가 이 땅에 뿌리내리길 바란다. 

‘이상 사회’라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겠으나 한걸음, 한발자국이 무서운 법이다. 대한민국의 작은 변화의 발걸음에 우리 모두가 동참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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