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변해야 산다
북한도 변해야 산다
  • 원춘식 편집국장 직대 wcs@
  • 승인 2008.03.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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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7일 개성공단의 남측 상주 당국자 11명을 강제 추방했다. 이어 28일 서해상에서 옛 소련제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사정거리 46~50km) 3발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함정에서 상대방 함정을 공격하는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8년만의 일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통상적인 훈련으로 보인다며 북한도 남북관계 경색을 바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사무소의 남측 상주 당국자들을 강제 철수시켰다. 북핵 문제의 타결 없이는 개성공단의 확대가 어렵다는 김 장관의 발언은 이명박의 새 대북정책 기조를 담은 원론적인 얘기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를 구실 삼아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다. 북한의 도발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표시로 본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일방적인 대북지원과는 달리 최소한의 호혜(互惠)조치를 요구하는 상호주의에 대한 반발이다. 새 정부의 실용적 대북정책이 구체화하기도 전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4·9총선을 10여일 앞두고 남북관계의 경색 가능성을 과장함으로써 남측의 좌파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떤 경우든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정부는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은 과거에도 이처럼 상투적으로 어깃장을 놓곤 했다. 그 많은 세월을 적지 않은 규모의 식량과, 비료, 돈 등을 받아가면서도 큰소리를 쳤고,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대화를 중단하기도 했다. 과거 김(金),노(盧)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이런 행태를 조장해 왔다. 이런 일이 더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 햇볕론자들은 북의 이번 도발 행동에 내심 거봐라 라고 할지 모르나 지난 10년간 퍼주기의 대가가 핵(核) 개발이었음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 혹여 철지난 북풍(北風)이라도 기대한다면 남북관계의 바뀐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김정일도 변하면 산다. 낡은 수법 무익(無益)하다는 것을 왜 모르나. 북핵 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인다. 앞으로 대북정책의 궤도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남북관계 경색과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비용이다. 북한 측 조치에 일일이 맞대응할 게 아니라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는 의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일희일비하거나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꼴이 될 수 있음을 국민도 이해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상징이다. 가동 중인 69개 입주기업에서 2만3000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공단 확대는 북핵 문제 진전에 맡기더라도 기존 사업은 살려야 한다. 북한이 당국 요원 철수를 요구하면서도 민간 요원의 잔류는 허용한 것은 개성공단의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불필요한 말로 북한을 자극함으로써 기존 사업마저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삼갈 필요가 있다. 말은 최대한 부드럽게 하면서도 실제 정책은 새 정부 기조에 따라 집행하면 되는 것이다. 북한 핵을 가진 채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도 받고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하겠다는 것은 망상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이 핵을 폐기하면 이전보다 더 과감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北韓)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핵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고, 경협이든 국군포로 문제든 호혜원칙에 따라 새 정부와 협조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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