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지사 새옹지마 시련을 훈련으로
인간지사 새옹지마 시련을 훈련으로
  • 김균식 기자 kyunsik@daum.net
  • 승인 2020.08.1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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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와 최근 전국을 강타하는 집중호우로 살림은 피폐해지고 민심조차 흉흉해 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취재 곳곳에서 듣게 된다.

제때 월급 받는 당·정·청이나 안정권에 들어선 공직자나 먹고 살만한 계층들이야 날이 갈수록 살벌해지는 서민들의 심경을 말로만 이해하겠지만 실제 현실적으로 닥친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 설상가상 졸지에 수재민이 된 국민들이나 축사에 있어야 할 소들이 지붕위에 올라선 현장 사진들을 보면서 매번 있었던 장마지만 올해는 유난히 극성을 부린다.

하지만 사람에게 닥친 어려움이 지나고 보면 좋은 일의 과정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웬 횡재냐 싶은 일도 화근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사태를 신중히 되짚어 보는 것은 어떨까?

업무상 늘 사람을 접하다보면 황금같이 중요한 의견도 듣게 되고 때로는 사소하지만 의미가 깊은 일들도 목격하게 된다. 필자가 어제 만난 경기도 부천의 중소업체 대표의 말을 전하자면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잃을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다는 전언이다. 대면금지, 외출자제, 집합금지로 인해 흥을 잃고 문화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적어도 10년을 지나야 가져올 새로운 변화의 결과를 불과 몇 달 만에 얻은 것이라는 말이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기도 꺼려지고 오프라인 행사나 기타 모임이 사라지면서 해결책은 인터넷 쇼핑이나 온라인으로 해결 될 수 있음을 체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50대부터 70대까지 대부분 직접 거리에 나가 시장도 보고 대폿집에서 술도 한잔하던 것이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주문을 하려면 홈쇼핑이나 각종 사이트를 뒤져야 하니 인터넷 접속 수준이 반 강제로 향상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함께 얼싸안고 밤새 마셔야 친분이 생기는 음주문화 역시 그렇게 마시지 않아도 사람 사는데 지장 없고 필요한 만큼 절제도 가능해 짐을 알게 된다. 자연스레 발전되어야 할 모든 분야의 성장이 코로나19로 인해 반 강제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이루었으며 이제 어떤 방식이든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잃어버린 문화 대신 새로운 문화가 자리하고 냉각된 사회적 분위기만큼 유통과정이나 생산과 소비자의 폭은 줄어들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하면서 더 처절하고 각박한 자유시장 경쟁 체제에 접어들었고 이제 어설픈 노력이나 식상한 기획으로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음식, 공연, 의복, 관광은 물론 풍습과 전통까지 사라지고 자고나면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신종 직업들이 지극히 독립적이고 정확하게 등장하게 된다. 이제 현금 쓰는 시대에서 카드조차 동전취급 받는 시대로 돌입했다. 각종 온라인 페이가 카드대신 통용되고 이 같은 변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이처럼 잃은 게 있다면 시간대비 얻은 것도 있는 것이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조선 땅을 떠날 때 우겨대던 이론중 하나가 국토개발이었다. 농촌에서 호롱불 켜고 살던 미개한 나라에 전깃불도 켜고 철도도 개설하며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주었다는 것이다. 실제 온갖 약탈의 통로로 사용되었음에도 겉으로 드러난 개발의 결과치만 생색내는 얄팍한 논리다.

하지만 일제가 우리 조선인의 강제 동원으로 인해 이뤄놓은 수많은 개발의 결과에는 당시 조선이 꿈도 꾸지 못할 설계, 시공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고 지금도 건설현장이나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에 일본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일본의 주장대로 강제적인 국토건설이 없었다면 조선이 스스로 유사한 성장을 가져왔을까. 물론 시간의 차이가 있어서 그렇지 기존을 잘 보존하면서 나름 변화는 있었을 것이다. 뼈아픈 시련은 겪을 때 힘든 것이지 지나고 보면 나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훈련의 과정일 수 있다. 이번 질병과 수해로 많은 시련이 있겠지만 반대로 변화와 새로운 발전의 동기가 될 수 있다.

‘바람 부는 만큼 뿌리도 깊어진다’ 했다. 당장의 극심한 피해에 망연자실한 수재민이나 어제 발생한 서울 남대문시장의 코로나확진 급증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더욱 깊은 골을 파는 형국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피하지 못하면 맞닥뜨려야 할 수 밖에 없으며 이겨낸 만큼 내성도 강해지고 잃어버린 빈자리는 새로운 것이 들어오는 게 자연의 섭리 아니던가.

다만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현 사회의 지도층인 정치, 권력, 언론이 함께 동반성장한다면 또 하나의 특별한 수확이 아닐까. 현재의 어려움을 견뎌내는 인내와 절망을 새로운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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