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머리에서 어찌 시장판을 알까
책상머리에서 어찌 시장판을 알까
  • 김균식
  • 승인 2020.09.28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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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기 불황이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자 중고 집기 매장들은 평소 보다 훨씬 싼 값에 매입이 가능해졌다.

일각에서는 날로 처먹는다는 험한 소리까지 나오고 더 한 곳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버릴 사람이 쓸고 닦아서 가져와야 고물 값이라도 쳐 주겠다며 이른바 손도 안 대고 코를 푸는 업체도 있다.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간 것이라 봐야 하는데 개업당시 시설물 하나까지 빚내서 문을 연 자영업체 사장님들은 희망과 꿈마저 사장되고 말았다.

세상일이라는 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면위로 각기 모습은 다르지만, 물밑으로는 모두 연결고리가 있는 것이다.

1차 산업부터 잘돼야 4차 산업까지 가는 것이다. 수해가 없어야 벼농사, 밭농사, 잎채소와 과수가 잘되는 것이고 해수면 상승이 없어야 동해안 오징어가 금징어가 안 되며 이미 사라진 국내산 명태 자리를 이름만 러시아산이지 방사능으로 오염된 일본산 명태가 채우지 않는 것이다.

농·축·수산물의 성공을 시작으로 2차 가공과 3차 유통, 서비스업이 연이어 호황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소상공인이 망하면 그 다음은 관련 업체인 공인중개사, 인테리어 업종, 간판가게부터 개업과 관련된 가스시설, 조명, 에어컨, 정수기, 심지어 전단지 제조업체까지 동시에 불황을 겪는 것이다.

도미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영업의 3대 요소인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중 임대료를 받는 이른바 건물주는 마치 부의 상징이자 일하지 않고 먹고사는 부류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상황은 각자 다르다.

물론 대출 한 푼 없는 새 건물이라면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이 대출이자에 낡은 건물의 하자에 대한 개·보수와 일부 세입자들의 임대료 미납과 심지어 관리비 미납에 대한 단전·단수로 보증금을 다 까먹고 일명 야반도주의 잔재는 고스란히 건물주 몫이다.

이러다 보니 차 떼고 포 떼고 남는 돈에서 그것도 재산이라고 온갖 세금 내고 나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하소연이다. 정부는 마치 건물만 갖고 있으면 갑이거나 부유층으로 단정 짓고 세입자의 어려움만 들어주는 형국이다.

건물주는 조여도 안 덤빌 것이고 머릿 숫자도 세입자가 많으니 선거 때 한 표라도 더 나온다는 계산일까. 아니라면 건물주도 국민이고 세금내고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저 과정도 살피지 않고 결과만으로 우는 애 젖 주는 격이라면 누가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며 누가 건물구입해서 임대업에 나설 것인가.

지금은 상황이 이러니 눈치껏 따르겠지만 분위기 봐서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임대료를 올리거나 계약기간 만료돼서 해약하면 을의 입장에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민간인 간의 거래에 끝까지 함께 해줄 정황이 아니라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 자체가 개입하지 않아야할 부분까지 생색내는 결과만 초래하는 것이다.

최근 지침처럼 세입자들만 잔뜩 편드는 조항들을 세입자들이 악용하여 이리저리 건물주를 힘들게 할 경우 사람 마음 이라는 게 당하다보면 악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밑지지 않으려는 건물주들의 궁리에 방법만 다르지 집 없는 서러움의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의 몫이다.

두 번째 인건비 문제는 또 어떤가. 노조 중심의 목소리가 머릿수로 데시벨을 올리며 정권의 표심에 칼끝을 들이대니 당연히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책정된 최저인건비는 일선 구멍가게부터 사람을 고용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어 일명 내 머슴 내가 새경 주는 시대에서 고용노동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4대 보험부터 엄격한 근로기준법을 어기면 꼼짝없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 또한 약아빠진 일부 근로자들이 관련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다 보니 1인 업체나 가족들이 동원되어 운영하는 방향으로 변해간다. 채용을 피하니 당연히 실직사례가 늘어나고 정부는 이를 또 실업수당으로 때우니 당장은 현금으로 컵라면이라도 사 먹겠지만 그 다음은 어쩔 것인가.

위생교육 받고 영업허가증 받고 임대차 계약서로 사업자등록증 내서 사장이 되었지만 성공확률은 3%에도 못 미치고 있다. 자연재해로 1차 산업이 위축되니 원자재 가격의 인상으로 3번째 조건까지 악화했다.

가만있어도 임대료, 인건비, 자재비가 올라 버티기 어려운데 코로나19가 제때 맞춰 제대로 불을 지른 것이니 타오르는 불황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 번지는 것이다. 그런데 왜 불길이 잡히지 않고 번지기만하는 것일까.

그나마 코로나19가 왔으니 모든 걸 전가할 명분이라도 생기는 것이지 코로나19가 없었다면 경제가 좋아졌을까. 지금처럼은 아니겠지만 정당 간의 책임론이나 배고픈 자들의 환경도 모르고 갑론을박하며 국민들이야 죽든 말든 조선시대 보다 못한 애민 정책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염려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시장판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다. 불이 났는지, 기아에 허덕이다 도둑이 강도로 변할 수밖에 없는지, 굶주린 아이들이 성매매로 몰리고 가난한 가장이 극단적 선택을 앞두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제때 월급 받아 정책을 펼치는 사람들의 탁상행정은 이래서 현실성이 없는 것이다. 위에 거론한 3가지 문제가 피부에 와 닿는 것은 당사자 일뿐 온갖 미사여구로 길들여진 자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이쯤 되면 모든 공무원 월급의 10%라도 기부해서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에 생필품과 급식센터라도 설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단은 먹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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