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는 세상 유전무죄 무전유죄
편견 없는 세상 유전무죄 무전유죄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0.28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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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교정 관련 종사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재소자의 갱생 의지를 키우기 위한 기념일로서 1959년 교도관의 날로 처음 제정된 이래 2002년 교정의 날로 변경되어 21년째 되는 날이다.

출발을 거슬러 보면 1945년 해방되고 나서 교정 관련 시설과 업무를 이관받은 날이기도 하다.

교정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재소자의 갱생 의지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지만, 각종 행사도 개최되고 모범 수형자의  경우 가석방도 실시된다.

교도소, 누구나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자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종착지로 한번 가본 사람은 전과자라는 오명이 평생 꼬리표로 따라다니는 곳이다. 정해진 법대로 살아도 살다 보면 원치 않는 사건에 휘말기도 하고 나름 뭐라도 해보려다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장소다.

일단 피의자 신분에서 경찰조사를 받고 검찰에서 기소하면 법원에서 최종 판결에 따라 입소가 가능한데 가는 과정에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고 돈으로 보석을 신청할 수도 있으며 지병으로 병보석이라는 이유로 더디게 갈 수도 있는 곳이다.

어렵사리 들어가도 수용자들 간의 갈등과 구속 상태에서 겪어야 하는 수모는 처한 환경의 자연스러운 옵션이다. 영장이 발부되면서 항문 검사까지 거치면 이름 대신 수형 번호가 적힌 명판을 들고 이른바 수형자 사진을 촬영하게 된다. 1차 구치소에서 재판받고 형이 확정되기까지 대기했다가 기결되면 교도소로 이감되는데 잘못해서 들어왔다는 재소자 보다는 억울하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온갖 핑계를 대며 변호사 못 사서 들어왔지만 출소하면 반성하고 열심히 살겠다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현재 전국에는 약 13곳의 구치소와 30곳 가량의 교도소가 운영 중인데 당연히 해당 기관의 교정 직원들은 이른바 반 징역살이라는 닉네임이 따라 붙는다.

창살을 두고 안에 있거나 밖에 있는 차이일 뿐이고 출·퇴근 하느냐 안 하느냐만 다를 뿐이지 밀폐된 공간의 동거인이기는 매한가지다. 어떤 이는 멋진 자연풍경속에서, 또 어떤 이는 활기찬 도심의 한복판에서 유행을 누려가며 살지만, 교정 직원들의 환경은 높은 시멘트 장벽에 연일 대하는 상대방이 죄수들이니 산다는 자체가 죄수들 못지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인권보호니 뭐니 해서 많이 밝아졌지만 온갖 비리가 난무하고 출소하면 퇴근길 조심하라는 협박이나 듣던 일부 직원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들의 노고가 있기에 범죄자들과 일반 사회인과의 구분이 명확히 지어지는 것이며 설령 죄를 짓더라고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역지사지로 재소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병행될 때 개선과 재활의 의지가 높아지는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입안의 혀도 깨무는 법이고 제 발등도 도끼로 찍을 수 있다. 신체적 장애인처럼 전과자라는 그림자만 보고 꺼리는 선입견으로 대한다면 감히 죄 없으면 돌 던지라는 성경의 요한복음을 인용하고 싶다. 필자 또한 오래전 부덕한 자의 옆에 서 있었다는 이유로 손도 안 대본 채 폭력 전과를 남긴 바 있다.

정작 성장기나 청년 시절 수도 없이 맞고 때리며 다닐 때는 멀쩡하다가 뒤늦게 어정쩡한 미온적 대처로 이른바 사식을 먹은 적이 있었다. 무조건 인정하라는 변호사 유혹에 넘어가 집행유예로 출소하긴 했지만 모든 게 경험이고 뒷배 없고 안일한 사회생활의 흔적이었다.

1988년 올림픽 직후 발생한 지강헌 사건 때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목 놓아 외쳤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산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그 말이 먹혀들고 있는 건 사법부의 형평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빵을 훔치면 구속이고 수백억 해 먹으면 로펌에 의뢰해 빠져나올 수 있는 곳, 물론 다 그렇다고 하면 법무부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 들어오겠기에 일부가 그렇다는 것이다.

출소해서 이력서 제출하면 전과자라고 면접에서 퇴짜 맞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자영업 뿐 일텐데 성공 확률은 5%로 안 된다. 전과로 인간의 평점을 매기는 세상에서 반성과 노력이 병행될 때 개선의 여지를 주어 새로운 희망을 찾는 갱생의 길로 안내하기보다는 안 봐도 뻔 하다는 편견으로 침을 뱉는다면 그러한 당사자는 정녕 임종 때 까지 운이 따르고 돈도 따라서 별일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죄를 짓는 데는 알고 짓는 고의가 있고 본의 아닌 운명의 장난질도 다가올 수 있다.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놓고도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주차만 하다가 처벌을 받는 주변의 이웃을 볼 때, 여자화장실 입구 간판을 잘못 봐서 출입했다가 소리 지르는 통에 성범죄자로 낙인 찍하는 자를 볼 때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금방 옷 벗은 부장판사나 검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을까.

그냥 가는 것이다. 원해서 가는 사람은 없지만 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전과자도 사람이고 일반인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저 편견 없는 세상, 상처가 있으면 감싸주고 안아주고 위로해주며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는 배려, 그것만이 재범의 여지를 줄이는 것이자 함께 사는 사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진정 용서못 할 사람들은 밖에서 활개를 치고 오늘도 이리저리 고급정보 빼서 사돈의 팔촌까지 공범으로 만들어 누군가의 피와 땀을 꿀과 술로 바꿔먹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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