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들어서는 입동 옷깃을 여며야
겨울에 들어서는 입동 옷깃을 여며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1.0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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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는 7일은 24절기 중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이다. 하루가 다르게 단풍은 붉어지다 떨어지고 이제 서서히 동장군의 서슬퍼런 심술이 예상되는 시기다.

뉴스에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한판승부가 있든 말든, 사실 국민들은 관심없다. 더 가까이 보자면 당장 내손에 잡히는 재난지원금이 반갑고 입에 씹히는 고기가 더 맛있는 것이지 누가 어떤 정치를 하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게 중요하다.

현재 야당의 오랜 실정 덕분에 무임승차를 한 여당이 지금이라도 국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할텐데 하는 짓거리를 보면 걔가 가다. 이러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다하면 어떤 현상이 생길지 염려되는 겨울밤이다. 퇴임 후에도 전직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고 평안한 노후를 맞이하려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열정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태야 하지 않을까.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지지하고 환영하는건 각 개인의 취향이자 선택이다. 자유대한민국에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반대로 이념과 사고가 다른 자들의 선택도 존중되어야 한다.

이 같은 염려를 하는 건 처음 취임 당시 공정한 사회를 주장하던 국정 목표와는 달리 극한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의 팍팍한 삶이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차례 언급하지만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했거늘 조상들이 말을 어디로 들었는지 국민 세금으로 온갖 생색내며 구해줄 것처럼 강조했다. 이렇게 나눠준 복지정책으로 위기가구의 10가구 중 4가구만이 혜택을 누렸다.

물론 통계에 누락된 확률까지 끄집어내자면 더 하겠지만 어쨌거나 정부 발표가 그렇다는 것이다.

모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까지 전기료를 내지 못한 가구가 101만1905 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8%가 늘었고 같은 기간 수도요금을 내지 못해 단수된 가구도 8990명에서 1만801명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나름 먹고 살만한 부류에서는 말도 안 되거나 설마 하겠지만 현실이다.

입장 바꿔 단전·단수된 집에서 곧 다가오는 입동을 맞이하는 마음은 어떨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극한 상황은 누구든 해결해 줄 사람이 없다. 정부가 일률적 잣대로 정해진 재난지원금은 그러한 제도가 있는 줄도 모르고 설령 안다 해도 이래저래 차 떼고 포 떼고 반드시 필요한 국민들이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기·수도가 끊기는데 집없는 세입자들이 월세는 냈을까. 당연히 밀린 집세에 불안한 마음은 처음 겪어보는 나라를 보여주겠다는 그런 현실일까 싶을 것이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월세 취약가구는 293만3139명에서 326만831명으로 증가했고 공짜다 싶을 만큼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체납자는 6만9563명에서 14만2558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뿐인가 일선 보건소에서 상담하고 있는 자살 고 위험군은 지난해 8637명에서 올해 상반기 1만246명으로 증가했고, 자해·자살 시도자는 5만1682명에서 5만 8258명으로 늘어났다.

직장을 잃으면 받게 되는 실업급여 수급자도 50만4012명에서 60만8412명으로 늘어났고 또 다른 모 국회의원이 한국전력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 7월 기준 전기요금을 체납한 고객이 79만8000호로 201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63만호보다 16만호나 늘어났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100만 가구는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중 약 70%가 가정용이라고 하니 캄캄한 방에 TV도 전기장판도 켜지 못하는 곳이 사람 사는 곳일까. 이건 아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편의점 컵라면 하나도 공짜로 주지 않는 한국사회의 냉정함에 민심은 차츰 흉흉해져 간다. 당장 내가 급한데 누굴 돕겠는가.

올해 7월까지 이미 단전된 곳만 8만2000호로 집계됐다. 가구별로 2.5명을 가정할 때 약 20만명의 국민들이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심리적 암담함을 공감하고 있다. 인정할건 인정하고 뭐가 급한지 알아야 한다. 이대로 두면 삶에 대한 포기가 아니라 물귀신 처럼 누굴 물지 않고 혼자 극단적 선택을 할지 우려된다.

늘어가는 공무원, 옆집에 무슨일이 있는지 알 필요가 없는 사회라면 공동체가 아닌 사회적 레임덕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의 표현이 과장된 것이라면 똑같은 처지가 돼보고 나서야 아니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지인의 하소연을 빌리자면 월세를 내지 못해 임대기간이 만료되자 주거 당시 발생한 자연적 훼손 외에 온갖 트집을 잡아 보증금에서 삭감하는 일을 당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는 건물주에게 신임을 얻기 위해 과장된 설명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일단 금전적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건물주는 업자의 부추김으로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일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얻은 이익으로 다음 입주자에게 제공해야할 도배·장판을 공짜로 할 수 있는 구조, 민·형사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이 같은 반사회적 횡포가 공공연히 행해지는 각박한 일들은 집 없는 서민들을 더욱 위축되게 만든다.

뿐인가 지난 5일은 소상공인의 날이었다. 자영업을 하는 상가는 말해 무엇하랴. 지면이 짧아 거론하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의 현실은 소유하고 있는 휴대전화에 자영업 폐업률과 그 이후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경신대기근이 선조들만의 일은 아니다. 쥐도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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