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더 큰 나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나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2.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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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삽자루 든 사람은 한 명인데 감독이 한 명, 감독을 감리하는 사람이 한 명에 감리를 관리하는 사람이 한 명, 여기에 시행회사 전담 직원까지 더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는 일하는 사람보다 일 시키는 사람이 더 많고 한 사람이 움직여서 몇 사람이 먹고 사는 구조다.

제조업부터 1차 산업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며 4차 산업으로 갈수록 너야 죽든 말든 나는 산다는 분위기며 수박 겉핥기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의 정책이 그러하다.

가령 폭염에 구슬땀을 흘리며 검게 그을리는 농민이 있다면 시원한 에어컨 틀어놓고 뼈 빠지게 일하는 농민보다 더 많은 월급 받아 가며 금융, 유통, 농자재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농협이 더 나은 편이다. 물론 순기능도 있겠지만 모양새가 그러하다는 의미다.

험한 파도를 이겨내며 비린내 나는 손으로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어민보다 수협이 더 안전하고 안정되며 위험한 환경 속에서 망치질 하는 건설근로자보다 시공사와 시행사가 더 수고 많았다는 표창을 받는 세상이다.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이 동정 어린 눈빛과 슬픈 표정을 지으면 쏟아져 들어오는 후원금은 어디로 갔는지 거둬만 들일뿐 어디에 썼다는 말은 없다. 후원단체의 월급과 상여금과 공과금에 업무추진비까지 다 쓰고 남아야 얼마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 구조적 문제다.

뿐인가 저출산 해결하겠다고 막대한 예산을 물 쓰듯 쓰지만 이 또한 겉도는 정책으로 실효성 없이 예산만 낭비하지만 낭비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는 침묵이다.

정작 총을 든 군인이 한 명이라면 분대장, 소대장까지는 당연하고 관련 종사자들이 52조 원도 넘는 예산을 그 한 명에 기대어 여럿이 먹고 사는 기형적인 구조는 개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 하나를 두고 내년 경기도 예산 28조8천724억 원 중 교육청 예산만 15조 9천 억 원으로 수 십 가지도 넘는 명분으로 수저를 얹어놓으니 당연히 핵심인 학생에게 돌아갈 수혜의 질은 한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다 보면 한도 끝도 없지만 한 가지 더 어필하자면 아이는 산모가 주역이다. 부부가 공동책임이 있다 보니 육아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인데 지난 10년 동안 21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정작 출산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추락했다. 이 또한 겉도는 정책이 낳은 기형아나 다름없다.

본질은 빼고 엉뚱한 분야에 귀한 혈세를 쏟아 부은 것인데 이 역시 책임질 사람은 없다. 이래저래 명분 만들어 빼먹는 놈이 임자고 못 찾아 먹는 놈만 병신 되는 세상이라니 죽어라 일하는 자는 죽는 날까지 일만 하는 구조다.

여기까지라면 지옥같은 한국 이라는 말이나 테스 형 이라는 노래가 어울리지만, 한국만큼 기회가 많고 다양하며 장점이 많은 나라도 없다. 원색적인 비난을 전제한 것은 반대급부적으로 계산할 때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다.

검을수록 회색도 흰색이 될 수 있기에 조금만 개선해도 잘하는 것처럼 보이며 조금 더 잘하면 박수 받을 일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선거할 때만 되면 나라를 구하겠다고 거품 물고 자기 자랑에 침이 마르는 출마후보자들이 그러하고 지켜보며 구경하는 관리·감독하는 사람들이 같이 삽자루를 들거나 일하는 자의 땀이라도 닦아 주는 배려가 그러하다.

책상머리에 앉아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것보다 현장에 직접 참여하여 당신 덕분에 내가 먹고 살게 돼서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 하며 학생을 진심으로 지도하고 훈육하는 스승들이 넘쳐날 때 진정한 교육의 개혁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과연 어렵고 불가능한 것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안 해서 그렇지 해보면 화합의 나라, 서로 위해주며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될 수 있기에 어필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자신의 돈도 아니면서 거둬들인 돈으로 생색내는 것부터 자제해야 한다. 지역구에 예산 많이 따오는 게 능력인 것 처럼 일단 자랑 하는 것도 문제지만 어차피 확보한 예산이라면 적재적소에 쓰여야 할텐데 장밋빛 청사진만 그려놓고 천문학적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비효율성을 지적받아 무용지물 된 사례가 한두 건인가.

최근 질병으로 편성한 코로나 방역 예산만 해도 막대한 국고가 지출되었지만, 나랏돈이라고 퍼내도 바닥없는 요술 샘은 아니다. 비워진 곳간은 어떤 식으로든 채워야 하기에 결국 돌고 돌아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니 당장 받는 재난기금도 이듬해 농사지을 볍씨로 밥을 해 먹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어차피 굶어죽는 것보다 나으니 당장 허기를 면하자는데 누가 반기를 들것인가. 문제는 이대로 가다간 곡기를 채우지 못하고 추위를 면치 못해 사망자가 속출하는 비극이 오지 말란 법 없다. 아니 오고도 남을 재앙수준의 미래가 우려된다.

진정 전체 국민을 위한다면 최소한의 전기와 식량과 가스 공급만큼 이라도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나름 잘 한다고 하지만 먹고 살만한 사람은 어떡하든 버틸 수 있을 것이고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극빈층에서는 요즘 같은 추위가 살을 파고드는 것처럼 예사롭지 않다.

급한 사람부터 해결한답시고 펼친 정책이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며 아우성칠 때 입막음해야 한다. 온라인 시대에 휴대전화 요금 2만원 지원은 아무 도움이 안 되며 이미 전신마비 상태에 돌입한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 멈춤법은 반창고를 붙이는 격이다.

임대료가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운영의 전반적인 틀이 무너진 상태다. 이러니 어설픈 정책으로 현실성이 없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부동산정책도 가만두면 적절한 시점에서 한정될 것인데 괜히 들쑤셔놔서 미친 듯 날뛰니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꿈으로 그치는 것이다.

장관 바꾼다고 면피 될 일이 아니다. 이래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나온 것이며 실책에는  누군가 책임이 따라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이 먹힐 시대는 지났다. 민심을 빼앗긴 야당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며 14평이 살만 하다는 공감대는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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