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는 사약
[덕암 칼럼]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는 사약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4.14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역사 드라마를 보면 간혹 유배된 죄인이 마당에 앉아 소반위에 사약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궁궐 방향으로 절을 하고 쓸쓸히 부는 바람을 맞이하며 온갖 폼을 잡은 후 조용히 약사발을 들이키다 컥! 하고 쓰러지는 것으로 끝이 나는 장면이다.

사람을 사망케 하는 독극물은 이처럼 다량을 한 번에 먹는 것도 있지만 서서히 시간을 두고 온갖 산해진미에 숨어 장기전으로 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가까이는 술·담배도 그렇겠지만 유전자 조작 식품도 그러하고 환경호르몬이 넘치는 스티로폼 용기와 인공 감미료도 그러하다. 뿐인가 각종 미세먼지와 비위생적인 조리과정도 문제이며 유통기한을 넘긴 식자재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서서히 몸이 병들어 가는 과정에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는 사약이 도처에 넘친다. 약 20년 전 경기도 안산과 시흥·화성을 끼고 조성된 시화방조제는 대부도를 육지로 만들었고 해수면과 내수면으로 분리됐다.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에서 배출하는 공장폐수는 일부 몰지각한 업체들의 무단 방류로 시화호는 점차 검은색으로 변했으며 언론에서는 인류가 만든 재앙으로 명명했다.

항공촬영까지 동원되어 비교된 내·해수면의 차이는 결국 해수면으로 방류하면서 맑아졌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맑아진 게 아니라 최악의 오염도를 나타낸 공장폐수를 천혜의 갯벌이 조성된 서해로 통하는 갑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방류했다.

앞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미처 처리되지 못한 시커먼 폐수가 시화방조제 인근 바다로 파이프를 연결해 수시로 방류했던 시절도 있었다.

필자가 당시 경비행기를 이용해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본 당시 장면은 푸른 바다 위에 작은 점 하나가 생기더니 점차 원을 그리며 커진다.

그리고 그 시커먼 폐수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지고 다시 점이 생기기를 반복한다. 한마디로 미친 짓이었다.

시화호에는 오염물질의 먹이사슬이 구성된 탓에 어획 행위가 금지되었지만 천적이 없었던 숭어 떼들은 갈수록 풍어를 기록했다.

당시 일본의 폐광에서 발생한 폐수로 인해 이따이이따이병(카드뮴 중독)에 대해 심층 취재한바 한국의 시화호에서도 유사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으로 어획 행위의 현장을 급습하여 잡은 물고기의 일부를 구입했다.

활어횟집에서 회를 뜨는 과정에 살집마다 기름 냄새가 풍겼지만 당연한 듯, 원래 그런 듯, 맛있게 먹는 시민들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서해안 중심의 관광지나 횟집을 다녀보았지만 이 같은 역겨움은 대부분 유사했고 특집 기사로 보도 된 이후 방송 전파를 타자 횟집 중심의 파급효과는 파격적이었다.

“영업이 안 된다”며 회를 뜨겠다는 협박과 함께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를 대라고 난리가 났다.

“당장 먹고 죽어야 되냐”며 살점을 코앞에 내밀어 시큼한 기름 냄새를 맡게 한 뒤에야 조용해졌다.

공장폐수를 먹고 자란 플랑크톤, 그걸 먹고 사는 치어와 치어를 먹고 사는 어류들이 포획되어 인체에 온갖 현대병을 일으키는 먹이사슬이 대외적으로 발표되고 나서야 시화호의 포획은 전면 중단됐다.

일부 상인들의 민생고보다는 국민들의 건강이 더 중요했기에 언론인으로서의 용기가 절실했던 시절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고 전세계가 공포에 떨었다.

당시 거대한 해일이 덮치던 전경은 지금도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대자연의 준엄한 심판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인근 해변에서 잡힌 모든 어종은 방사능 오염이라는 이유로 그 어느 나라도 수입하지 않았지만 유독 한국만 꾸준히 팔아주었다.

부산항을 드나드는 일본의 활어차가 시내까지 활보하는 모습이 상영되었지만 무슨 핑계가 그리 많은지 이미 전국 활어집으로 유통되어도 누구 하나 과감한 단속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일본 후쿠시마 해안에서 잡힌 명태는 러시아 배에 옮기는 순간 러시아산이 되고 국내에서 말리기만 해도 국산으로 둔갑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이미 국민의 안전은 먼발치 남의 나라 얘기였다.

이쯤 되면 식약처나 기타 사법기관에서 제대로 파 봐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이다. 대일 무역과 먹거리 안전은 별개 문제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지나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2년 후 해양 방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오염수가 그로부터 7개월 후면 제주도 앞바다까지 흘러들어 우리나라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안전성에 문제없고 마냥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며 언제까지나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그럼 타국의 해양에도 흘러갈 오염수를 당연하다는 듯 내보내도 된다는 것일까.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10년, 사고가 난 원자로 시설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하루 평균 160~17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독일 킬 대학 헬름홀츠 해양연구소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200일 만에 제주도에, 280일 이후엔 동해 앞바다에 도달한다는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내놨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일까. 아니다. 해양 방류가 가장 쉽고 돈이 적게 들기 때문에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류는 토양처럼 고체로 제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순환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 오염 발생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후쿠시마 저장탱크 용량의 90% 이상이 오염수로 찼고 2023년 10월이면 저장 용량이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오염수에 서식하는 물고기가 우리 국민의 밥상으로 올라온다면 서서히 먹게 되는 사약 사발이나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수 방류도 막아야 하고 처음부터 이 땅에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김균식
김균식 다른기사 보기
kyunsik@daum.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