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지못한 TV소리만 애처롭게…
끄지못한 TV소리만 애처롭게…
  • 안종현 기자 boxter0828@
  • 승인 2008.07.27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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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고시텔 화재 7명 숨지고 10명 부상
유독가스와 함께 불이 치솟은 것은 지난 25일 새벽 1시25분쯤, 용인시 처인구 김장량동 Y타워 9층 건물 T 고시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무려 40여분만에 7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당하는 인명피해를 냈다. (관련기사 14면)발생한 불은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40여분만인 2시5분쯤 진화됐지만 이영석씨(38) 등 7명이 사망하고 조선족 이철수씨(45) 등 4명이 부상해 용인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등 대형참사로 빚어졌다. 또 투숙객 6명은 병원치료를 받고 귀가했다.화재 수사중인 소방관계자는 화재의 발생지가 “8호실 침대에서 방화를 시도한 흔적이 있었다”면서 “불은 6호실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상가건물 8층에 있는 안마시술소 손님 등은 소방관들의 통제로 신속하게 대피했고 10층 병원은 영업을 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다행히 없었다.▲ 방화시도한 흔적있어 경찰은 28~29일쯤 방화인지 실화인지 국과수 감정결과가 나오는 대로 수사의 탄력을 받을것으로 보인다. 오전 오전 6시 40분쯤 비상계단을 통해 들어간 고시텔 안은 자욱한 유독가스와 소방호스에서 뿌려진 물이 발목까지 차 있었다. 10층 상가건물의 9층에 위치한 T고시텔은 552㎡의 면적에 6.6㎡ 남짓의 작은 방 68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다 화재 당시 유독가스 때문에 출입구를 찾을 수 없어 인명 피해가 커졌다. 투숙객 조모씨(20·여)는 “잠결에 경보기 소리가 들려서 잠에서 깨어나 불을 켰는데 연기가 자욱해 있었다”며 “밖으로 대피하려고 문을 열었더니 통로에 불길이 치솟아 있었고 유독가스 때문에 출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비상 출입구에서 3m 가량 발을 내디디면 폭 1m20㎝에 이르는 통로 입구가 양쪽으로 갈라져 있고 2평 남짓의 작은 방들이 불에 그을린 채 붙어 있다. 왼쪽 통로로 7m 가량 들어가면 씽크대 위에 전기밥솥 2개, 냉장고 1개, 선풍기 1개, 정수기 1개 등이 불에 탄 채 놓여 있고 의자 4개가 널부러져 있다. 한 사람이 들어가 겨우 새우잠을 잘 수 있는 조그마한 방 60여개가 늘어서 있는 이곳 방안에는 이불과 옷가지가 널부러져 화재 당시 긴박한 상황을 대변해 주고 있다. 전등은 모두 꺼져 있지만 방 한쪽에서는 긴급히 대피하느라 미처 끄지 못한 TV 소리가 애처롭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 사망자 부검 화재 현장은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과 자욱한 유독가스의 잔재가 남아 화마의 참상을 전해주고 있다. 경기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27일 오전 화재현장 앞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르면 다음주 말쯤 국과수의 감정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방화인지 실화인지 등 화재원인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사망자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 6명의 DNA와 대조할 유족들의 DNA를 확보한 상태며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도 오늘 중으로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사진행과 관련해선 “고시텔 거주자 42명 가운데 23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며 “하지만 조사 대상자 대부분 특별히 수상한 사람을 본 사실이 없고 당일 거주자간 다툼이나 소란행위 등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월 말 이후 고시원 출입구의 번호키를 변경한 거주자 89명을 확인, 빠른 시일내 이들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현관 등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지난 24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1시 35분까지 찍힌 100여명을 파악, 이들에 대한 조사도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이 계장은 고시텔에 대한 건축법 및 소방법위반 등에 대해선 “처인구청으로부터 고시텔의 건축도면, 건축물 관리대장 등 관련서류 등을 넘겨 받았으며 실제 시설과 대조 및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한편 사망자 빈소는 현재 용인 세브란스 병원 등 3개 병원에 나눠져 있으며 국과수의 부검 이후에나 장례 일정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안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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