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덕암 칼럼]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5.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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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니 새삼 명예훼손이니 어쩌니 할 여지가 없기에 재론하자면 지난 2010년 11월 12일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국가적 망신을 떨었던 한국기자의 현주소가 지금도 거론되는 것은 왜 일까.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폐막 연설을 한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많은 외신기자들을 제치고 개최국인 한국기자들에게 영광의 질문 권을 주었지만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입도 뻥긋 못 하던 에피소드가 있었다. 한술 더 떠 오바마가 통역까지 해주겠다고 하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직역을 하자면 너희 나라에 우리 영어 한마디 제대로 하는 기자가 없으니 통역까지 해 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배려 깊은 비아냥 이다.

이때다 싶어 중국기자가 “아시아 대표로 질문하면 안 되겠느냐”며 영어로 나서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기자 한테 질문한 것이다”라며 권한을 유지해 주었고 이에 중국기자는 한국 기자에게 “자신이 질문하면 안 되겠느냐”며 참석한 한국 기자들을 두 번 조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어도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질문 기회를 빼앗긴 한국기자들, 비슷한 일은 약 10년이 지난 2021년 5월 21일 미국 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 여성 기자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여성 기자들은 손들지 않습니까? 라고 말한 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정적이 흘렀고 다시 한국은 여성 기자들이 없냐고 물으면서 성차별 논란까지 일었다. 기자의 질문에 남녀가 전제될 필요가 있을까.

외신들은 왜 한국 대통령이 굳이 여기자를 찾는지가 의아한 풍경으로 비춰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10년 전 영어 한마디 못 해서 국제 망신을 떨었던 악몽이 다시 살아났다는 비난과 함께 어떤 이유든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린 처신에 대해 대통령 수행 기자로서의 자질에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뿐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방문 현장에서 대통령을 동행 취재하는 우리나라 사진기자가 중국 경호원들에게 다부지게 얻어맞는 일이 생기자 외신들의 반응은 마치 불구경하는 꼴이다.

이를 두고 안철수 대표는 “대한민국 외교가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라며 “정상회담 수행 취재기자가 상대국 공안원에게 두들겨 맞을 정도면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보호한다는 것이냐”며 항의를 표한 바 있다.

위의 3가지 사건은 이미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바 새삼 명예훼손이니 할 여지가 없는 문제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질문 한 번 못했고 자국에서는 엄청 대단한 기자들이 중국 가서 얻어맞고 온 건 명백한 사실이다.

언어다. 미국갈 땐 영어를, 중국갈 땐 중국어를 기본은 할 줄 알아야 한다.

잘 하든 못 하든 아니면 성차별에 대한 불편함으로 질문을 하지 않았든 윤여정 배우처럼 유창하게 농담까지 하지는 못 해도 현장에 동행했던 취재진이라면 분위기 파악은 당연히 했을 것이고, 그 어떤 질문도 유창한 영어로 자신을 빛나게 하고 국가 위신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대한민국 모든 기자들이 다 그럴까.

아니다. 초등학생 영어 경연대회의 기초 수준만 되어도 기본적인 대화는 가능하고 중·고등학생 영어 경시대회까지 계산한다면 한국 학생들의 영어 수준은 전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못난 사람일수록 같이 있는 동료를 망신시킨다는 말인데 그렇게 사람이 없었을까. 대체 사전에 동행 취재 능력에 대한 검증 절차도 없이 수행했다는 뜻인가.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한국 기자들의 현주소, 지금도 전국 지역에서 소신껏 취재·보도해 가며 로컬지로서 충분한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 신문들이 넘친다.

비록 중앙언론처럼 대단한 조명을 받거나 막대한 예산지원을 받지는 못 하지만 보도자료에 길들여지지 않고 발로 뛰는 개발 기사로 지면을 채우는 한국의 풀뿌리 언론들, 어물전 망신을 꼴뚜기가 시킨다면 그 망신, 누군가는 채워주기 때문에 그나마 유지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국민들이 기억하고 실천해야할 숙제가 있다. 비단 정치나 선거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지역소식을 지역신문 만큼 정확하고 세밀하게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매체는 없다.

전국을 쪼개면 지역이 모여서 이루어지듯 지역소식에 충실 하는 언론매체가 살아 남아야 중앙의 메이저 언론의 장단에 내용도 모르고 춤을 추고 덩달아 놀음이 중단될 수 있다.

물론 중앙 매체가 제 역할을 한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이미 기득권의 안전한 환경에 길들여진 매체들이 과연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면 기자 각 개인의 취재 의지와 진실이 아무 제약이나 윗선의 눈치 안 보고 거침없이 지면이나 방송으로 포현될 수 있을까.

있다면야 다행이겠지만 한국 언론이 건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정치를 비롯한 모든 분야가 투명하고 상식선에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언론의 균형적 발전이야 말로 그 어떤 분야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며 이름만 걸치고 있는 권위주의적 기자들은 거침없이 솎아내고 언론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 하는 기자에게는 현실적인 지원과 행정적 협조는 물론 법률적 보호까지 뒤따라야 한다.

기자의 자질과 열정의 검증은 말이나 인맥자랑으로 될 게 아니라 이미 걸어온 발자취만으로 충분히 검증될 수 있는 만큼 옥석을 가리는 과정과 함께 다음 세대에게도 유능한 취재 재원을 육성하여 사회 전반의 소금 역할을 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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