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흥은 곧 열정이다, 신명 나는 대한민국
[덕암 칼럼] 흥은 곧 열정이다, 신명 나는 대한민국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5.31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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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어떤 일이든 타의보다 자의에 의한 성과는 더 높고 강하다. 시켜서 하는 일과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의 차이와 같다.

조용한 사찰에 앉아 있노라면 괜스레 숙연해지고 차분해지며 나이트클럽 무대에 서면 강력한 파워의 음향과 신명 나는 박자에 저절로 어깨가 흔들거린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이렇게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게 되는데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가 있었으니 바로 ‘여흥’이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흥겹게 상무를 돌리며 즐기던 농악, 풍년을 기원하는 풍어제, 우리 고유의 민요와 가락이 생활 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대대로 전해오던 숨결이자 정서였다.

높은 산 언저리 달 밝은 밤에 적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강강수월래가 그랬고, 사지를 넘나들며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군인에게는 목 놓아 부르던 군가가 그랬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울음으로 출생을 알리고 생일마다 축하곡을 듣다가 죽는 날 장송곡으로 생을 마친다.

우리네 삶은 말과 노래가 어우러져 문화가 되고 글이 있어 역사가 된다. 그만큼 노래는 우리 삶의 흥이자 신명이며 열정의 원천이다.

그저 흥얼거리던 노랫말들이 전해지고 계승·발전되어 후손들에게는 더 없는 유산이 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신나는 일, 흥이 나는 일, 열정이 저절로 생기는 일은 지치지도 않고 무한대로 발전하는 것이며 각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흥이란 대단한 정치인들의 정책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현실에 맞는 흥얼거림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며 가장 대표적인 예가 노래다.

그래선지 1990년 한국에 입성한 노래방 문화는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호황을 누리던 업종이었다.

최소한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저냥 먹고살 수 있었는데 집합금지 명령 이후 찬바람이 불었다. 뿐인가 공연장도, 가수도, 관련 업종의 모든 스탭진들까지 죄다 냉동상태다.

지난 28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 극장에서 열린 제27회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의 시상식장은 그 어떤 행사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대상을 받은 가수 조항조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약 200명의 수상자들이 영예의 시상식에 참석했다.

3층까지 꾸며진 객석은 텅 비어 있었고 화려한 무대에는 나 홀로 공연에 많은 가수들과 수상자들이 무관중 공연을 펼쳤다.

공연의 3대 요소인 무대, 배우, 관객 중 하나가 빠진 것인데 1년 반을 접어들면서 이제 제법 익숙해진 모습이다.

필자가 수상자들 중 약 30여 명의 유명 가수와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구동성 들은 말이 바로 희망과 용기였다.

한결같이 힘내, 괜찮아 등 희망적인 가사를 담은 신곡을 발표했다는 말과 함께 수상의 소감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건강과 무대에 서지 못 하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현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재 국내 무명 가수는 약 8만 명, 음반업계나 기타 공연 관련 종사자들까지 합하면 대략 40만 여 명이 재난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데 노래방 자영업자나 제3차 종사자들을 제외한 숫자니 실제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 기다리는 사람들의 아픔은 예상을 초과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생계도 중요하지만 한번 잃어버린 흥을 다시 찾는 건 마치 용광로에 불이 꺼지면 다시 피우기 어렵듯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의 감성이 동반되는 흥은 어떤 방식이든 불씨를 살려둬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시상식을 준비한 (사)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의 시상식은 상징적인 행사라 볼 수 있다.

국내 많은 가수들과 연예인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단체로서 그 명맥이나 연혁도 상당하지만 무엇보다 단체를 이끌어온 수장의 열정이다.

어떤 조직이든 잘 되면 조직원의 협력이고 못 되면 지도자의 부족함이라 말하는 석현 이사장의 덕담에서 알 수 있듯, 올해 80의 나이에도 청년 못지않은 열정으로 시상식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국민들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부르는 노래, 생활 속에 깊숙이 베여 있는 우리 가요를 총 지휘하며 28년째 협회를 이끌어온 그의 열정은 그 많은 정치인들이 채워주지 못한 국민들의 흥과 신명을 지켜온 주인공이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특정인 조명보다는 전국 각지에서 나름대로 혼신의 힘으로 자신의 열정을 표출하려는 무명 가수를 폭넓게 포용하려는 배려가 그의 마인드다.

때로 시기·질투와 사리사욕으로 흠집 내려는 특정인도 있지만 이 또한 필요한 불협화음으로 여기며 오직 협회의 발전을 추구하려는 의지가 가져온 선물이 오늘의 시상식이라고 한다.

모든 분야가 다 중요하겠지만 사람이 우선이다. 사람이 흥이 나고 신명 나게 살아야 열정을 살릴 수 있으며 그 원동력에 신바람 나는 희망의 노래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노래의 불씨는 남겨야 한다.

정작 필요한 예산이란 생색내는 돈이 아니라 코로나19 종식 이후 다시 불을 피워야 할 문화예술의 소중한 재원이 되어야 한다.

조직의 신뢰로 4년 짜리 국회의원 7선이나 해야 할 28년 동안 이사장을 역임한 석현(본명 윤승문)이사장.

정치가 한 번씩 바뀔 때마다 국민들에게 분노를 주는 동안 감동과 웃음을 선물했던 단체의 수장으로서 국민들의 뜨거운 박수가 아깝지 않다. 이제 어떤 예산이 급하고 중요한 것인지 스스로 말하지 못 하는 침묵의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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