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요즘은 돈 나고 사람 났다
[덕암 칼럼] 요즘은 돈 나고 사람 났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6.04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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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고? 돈 없는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중 한마디다.

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을 지배하는 수단이자 목적이며 인간만이 갖는 모든 거래의 수단이다.

당초 물물교환 할 때야 몰랐지만 석기, 목기에서 엽전과 종이 어음으로 이어진 돈의 역사는 이제 가상화폐와 카드, 스마트폰 페이가 등장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돈 때문에 목숨 걸고 일하고 싸우고 죽고 죽이고 온갖 난리를 치지만 정작 돈이란게 원한다고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요 반대로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돈에 대한 사람의 집착은 곧 현실이기 때문이며 제 아무리 고고한 척 내숭을 떨어져 고액의 돈다발앞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첨 확률이 814만 5천분의 1이라는 로또복권 구입에 매주 토요일이면 장사진을 이룬다.

물론 앞뒤가 전혀 납득가지 않는 현상이고 월요일부터는 안사다가 토요일 오후 8시만 가까워지면 줄을 선다.

필자 또한 혼자만 동 떨어지는 기분 같아서 간혹 1만원으로 수기와 자동 반반으로 사 보지만 지금까지 약 10년간 100만원 정도 구입했을 뿐 1만원 이상 당첨된 예는 없었다. 문제는 그래도 주말이면 복권 판매점을 기웃거린다는 점이다.

본보의 본사가 경기도 안산의 법원 앞이다 보니 언젠가 추운 겨울 날 법원 앞 벤치에 걸터앉아 눈시울을 적시는 노인을 본 것이 있다.

하나 뿐인 아들이 음주운전으로 구속되었는데 합의금도 변호사 수임료도 없다면서 한숨짓는 경우였다.

사연이야 딱하지만 도와줄 방법도 없고 노인이 어렵사리 구한 몇 백 만원의 돈은 사실 변호사 입장에서 그리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 뿐인 월셋방 보증금을 털어온 돈이 누구에게는 하룻밤 술값 밖에 안될 수도 있다.

뿐인가 평소 잘 아는 준 종합병원의 응급실을 취재하다보면 망연자실한 환자 가족들을 본적이 있다. 물론 돈이다. 날 때부터 노래방 도우미로 태어난 사람이 있던가.

어제까지 잘살던 무남독녀 외동 딸로 집안 가장의 사업실패로 인해 술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한때 잘나가던 사람도 어느 날 버스 탈 요금마저 없어서 걸어야 하는 게 사람 사는 인생이다. 그 많은 직업 중 하늘에 가서도 죄받는 직종이 돈놀이라 했다.

합법적 명칭은 대부업, 하지만 문턱이 높다보니 음지에서 고금리로 채권자가 되는 사채업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기승을 부린다.

수요에 따른 공급의 원칙, 가진 자들이야 제1금융권에서 서로 빌려가라고 부탁을 하지만 이른바 없는 자들은 은행 문턱이 어찌 생겼는지도 모른다.

제2금융은 물론 캐피탈 같은 제3금융권에서도 온갖 서류와 절차를 요구하며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연리 30%대의 높은 이자율이다. 그나마 싫으면 관두라는 격이다. 당장에 죽을 만큼 힘든 사람이 무슨 이자율을 따질까. 요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걸음을 보면 다소 과장스런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얼마전 무연고 장례식의 참석을 보면 무연고는 이미 수 십년 전부터 있어왔던 우리 사회의 단면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무연고의 슬픔이 아니다.

가만히 잘 있다가 느닷없이 끄집어내 슬픔을 공감한다며 조의를 표한다. 사진상으로는 맞지만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

이건 뭐지 하는 느낌이다. 그 다음 십 수년 간 당연하다는 듯 조용하던 바다를 어느 날 대대적으로 정비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말이야 맞지만 느닷없는 조치에 이건 또 뭐지 하는 판단이 든다. 그러던 이 지사가 오늘은 사채시장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단다. 이론이나 내용이나 기가 막히게 좋다.

하지만 반대로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어떤 판단이 들까. 고금리, 돈놀이 라는게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떼이는 경우도 있고 요즘은 법이 까다로워서 빌려줄 때 앉아서 빌려주고 받을 때 서서 받는다는 말이 있다.

일부 사채업자들의 횡포가 전부인 마냥 없어서 서러운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의도적으로 긁어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채 시장, 어제 오늘 일일까. 어느 날 갑자기 도지사가 팔을 걷어 부치고 다부지게 단속한다면, 그동안은 뭐했을까.

갑자기 현행법이 어쩌고 불법 고리로 돈을 빌려주면 원금, 이자 모두 못 받게 제도화하겠다는 등 큰소리를 친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고 이제 와서 개선하겠다면 그동안은 할 수 있었는데 안한 것인가. 아니면 몰랐었는데 알게 됐으니 단속한다는 것인가. 그랬다면 직무유기나 직무태만이다.

빌린 사람이 고액의 이자를 빌리고 싶어 빌렸을까. 당장에 고액이라도 빌릴 데가 없고 빌려주지도 않을뿐더러 못 빌리면 당장 밥을 굶거나 빚에 쪼들려 죽을 만큼 어렵기 때문에 빌리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이런 난리를 친다고 이재명 한 사람은 생색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채업자들이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며 잠식해버리면 정작 급한 사람들은 그나마 어디서 돈을 구할까. 고양이도 몰리면 쥐를 문다고 했다.

도청 안에 앉아 제대 월급 받으니 당장에 급전이라도 빌리려는 사람들의 심경을 모르는 것이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사기 위한 일시적인 정책이나 생색내기 공약은 선포도 이행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정작 벼랑 끝에 몰린 도민들을 구제 하려면 쓸데 없는 예산 모아서 단전·단수 가구에 최소한의 전기와 수도를 유지시켜줘야 하고 굶는 자들에게 동사무소에 무상 양곡과 화장지와 기본 반찬이라도 공급해야 한다.

급전이라도 써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런 가구들이다. 앞뒤 모르는 장밋빛 청사진 보다 구정물이라도 마셔야 갈증을 면할 수 있는 자들의 환경부터 이해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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