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의 기자수첩] 수술실에서 생긴 일
[박미경의 기자수첩] 수술실에서 생긴 일
  • 박미경 기자 miorange55@naver.com
  • 승인 2021.06.2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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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박미경 기자

(경인매일=박미경기자) S시 의료원에 근무하던 남자 간호사가 이태원 클럽에 다녀왔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우연하게 그 20대 남자 간호사의 소식을 들었다. 그 남자 간호사는 결국 사직처리되었다고 한다. 이태원 클럽에 다녀와서 확진된 것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은 맞으나 사직까지 이어질 정도로 중대한 문제였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성정체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얼굴도 모르는 친구였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준공무원 입장의 직에서 물러나야 했을 때 그의 아픔도 짐작되었다. 그는 수술실 간호사였다고 한다. 수술실에서의 업무 미숙이 퇴사 이유로 제기되지는 않았을까 추측도 해보았다. 다른 억울한 사례는 없었는 지도 궁금해졌다.

최근 수술실 CCTV 문제로 말들이 많다. 의사 측에서는 환자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반대하는 입장이 많은 듯 하다. 환자가 탈의를 한 상태로 수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동영상이 유포되는 경우 나쁜 쪽으로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필자의 어머니는 95년경 강남의 모 명원에서 의료 사고를 당했다, 원장 단독으로 수술을 하다가 당시 병원에 처음 도입된 의료기구로 첫수술을 받은 걸로 기억한다.  단순하게 생각한 담석수술이었다.

30분이면 끝날 거라는 수술은 5시간 이상을 끌었다. 복강경 수술이 복부 개복 수술로 이어지는 대수술을 했고 결국 담석을 제거하지 못하고 복부를 닫게 되었다. 오랜 시간 어머니는 고통스러워 하셨고 가족 행사에 배에 거즈를 테이프로 붙이고 나오는 고름을 닦아내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의료 사고로 신고해야 하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언론계에 종사하셨던 아버지는 어차피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며 포기하셨다. 2010년 돌아가시기 일 년 전에 고통이 지속되자 재수술을 결정하고 동작구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재수술을 받게 되었다.

보호자 한사람을 들어오라는 말에 처음으로 수술실 현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어머니의 배를 개복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담당 의사는 그 이전의 수술 상황을 짐작한다는 듯이 ‘지금 이 순간 얼굴도 모르는 선배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어요’라는 말을 필자에게 했다.

수술 후 처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장기끼리 엉겨붙어 도저히 장 뒤에 있는 담석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무리하게 진행할 경우 천공으로 가게 된다며 보호자의 동의를 구했다. 그리고 그대로 배를 닫고 어머니는 이듬해 세상을 떠나셨다.

지금은 모든 곳에서 CCTV가 설치되어있다. 차량마다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어 예전엔 그냥 넘어갔던 사고들도 냉정한 카메라 아이에 정교하게 걸려든다.

한국만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라는 주장을 한다는 비판의견도 있다. 하지만 수술 도중 사망이나 수술 중 업무 미숙으로 사직을 당하는 경우 등이 발생하면 당사자의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카메라 밖에는 없다. 게다가 수술 당사자는 마취 상태이다.

내부에 있는 동료 직원들의 증언은 효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효율성의 문제 등으로 의사와 간호사 간의 업무 분담이 명확치 않은 점도 CCTV 반대 의견에 한 몫하고 있을 듯 하다. 수술실은 온 몸을 친친 감고들어가는데 어떻게 의사와 간호사 구별을 하느냐는 토론 프로그램의 패널의 의견도 들었다. 그렇다면 의사와 간호사의 옷색깔을 달리 하는 등의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학부 시절 정의에 관한 과목을 수강하면서 핵의 폭발 가능성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라는 숙제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중 흥미로운 가능성의 하나는 핵 버튼 담당자가 정신적 문제 등으로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였다.

한 사람의 그릇된 판단이 한 사람의 일생 또는 여러사람의 일생을 망가뜨릴 수는 없는지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국가에서 억울한 사람의 아픈 발을 부축해줄 수는 없는 일인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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