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여당 주도의 언론중재법 탄압의 전주곡인가
[덕암 칼럼] 여당 주도의 언론중재법 탄압의 전주곡인가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7.30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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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한국 ABC협회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대처나 중앙언론조차 유료부수에 대한 대국민 불신의 지적은 올 것이 왔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유가 부수의 허와 실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누가 감히 언론사의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공개할 수 있었던가.

하지만 이제 불투명한 통계에 의존할 시대가 지나고 ABC협회의 존립기반을 붕괴시켜버린 현실에 봉착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ABC협회는 기능과 역할이 전무했다는 뜻인가. 어떤 조직이든 일장·일단은 있게 마련인데 한 가지라도 하는 일이 있었으니 명맥을 유지해온 것 아닐까.

일부 부수조작이 있었다면 적잖은 언론사의 발행부수, 면수, 일자 등 현주소를 체크해가며 매년 공사보고서라도 발행해왔던 과거가 있었다.

이제 한국ABC가 해체되면 그 역할은 누가 할 것이며 언론사의 상황을 대외적으로 공증할 만한 대체 기구는 마련되었을까. 아무리 문체부에 고개를 빳빳이 든다고 일단 때려잡고 본다면 다음 대안 정도는 미리 세워놨어야 하는 것이다.

일단만 짚고 일장은 어쩔 것인가. 필자는 어떤 식이든 한국ABC협회 편을 들어줄 마음은 조금도 없다.

다만 다수가 공감한다고 대책없이 일을 저지를 게 아니라 신중히 살펴서 대안 마련을 해놓고 하는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제 발표된 가짜뉴스의 5배수 책임론은 그나마 권력의 부패에 접근하려는 일말의 여지마저 막아버리는 횡포로 활용될 소지가 높다.

일부 가짜뉴스를 막겠다고 전체의 함구를 요구하는 행태는 자칫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추락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또한 필요한 법안이겠지만 이현령비현령마냥 입맛에 안 맞는 뉴스를 골라 난도질 한다면 안걸릴 매체가 얼마나 될까.

기사내용의 토시하나까지 다 난도질해서 트집을 잡는다면, 그리해서 누군가 호되게 당하고 나머지 언론사들이 눈치만 본다면 대한민국에서 언론탄압의 서막이 오르는 것이나 진배없게 된다.

이미 올해 5월 18일 일부 개정되어 11월 19일 시행 예정인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언론의 새로운 미래를 예고했다. 언론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시작된 것이다.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입법목적도 모호한 법안들을 남발하다 공론 절차도 없이 내부 논의만으로 단일안을 만들었다며 개정 법안 취지에 해당되는 언론전문가들의 의견 청취는 입법 강행을 위한 명분이었을 뿐 실제 개정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아무리 좋은 법률이라도 이를 악용하거나 편법을 쓴다면 그 법, 아니 정하니만 못하다.

일각에서는 군사독재시절 정치권력이 언론의 기사 편집과 표현을 일일이 사전 검열하던 보도지침과 유사한 느낌마저 주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헌적 대목들이 넘쳐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개정안의 열람 차단 청구 표시 조항은 언론 입막음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정치인의 무책임한 발언이나 대기업의 불법노동행위에 대한 기사에도 열람차단이 적용될 수 있는 만큼 한국 언론의 후퇴는 불보듯 자명한 일이라는 의견이다.

고의와 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조항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원고의 증명책임을 대폭 완화하고 언론사·기자에게 적용된 공익성과 진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 등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

정치인, 공직자, 대기업에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준만큼 언론보도에 대한 부담을 높여준 셈이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 침해는 누가 보더라도 느낄 수 있는 것이며 시민의 권리 강화보다 정치·자본권력의 언론 봉쇄 도구로 변질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금도 어두운 한국 언론의 미래는 암흑처럼 변할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언론의 오만함과 자질부족, 검증되지 못한 가짜뉴스의 남발 등 오욕의 족적이 신뢰를 깎아 먹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짭새 한명이 있다고 치안을 포기할 것인가.

경찰의 자부심으로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절대 다수의 발목에 족쇄를 채운다면 과연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한 번씩 대통령이 바뀌거나 레임덕이 올만하면 별 법안이 다 요동을 친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안 그랬을까.

현대판 분서갱유라 불리는 5인 미만 미디어 등록 불가 방침을 내리자 지역 인터넷뉴스는 물론 10년 이상씩 유지해 오던 인터넷뉴스들이 대거 폐간을 신청했다. 정작 가짜뉴스는 SNS상에서 훨씬 더 많이 생산, 유통된다.

심지어 보이스피싱이나 음란 사이트, 도박, 가상화폐나 불법 사행성 내용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홍수처럼 쏟아져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속수무책 피해자가 양산되어도 사이버 수사관들은 서버가 해외에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전부다.

가짜뉴스 잡는답시고 엉뚱한 중소 언론사들을 휩쓸어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시끄럽다고 입을 막아버리면 정작 필요한 노래 소리나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소리까지 안 들리게 된다.

특히 내 입맛에 안 맞는 소리를 일방적으로 시끄러운 소리로 단정 짓는 잣대야 말로 참으로 민주국가의 근간을 역행하는 처사로 치부될 수 있으며 결국 결자해지의 길을 걷게 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뽑은 칼에 내가 다칠 수 있다. 어느 분야들 법을 개정하려면 그 분야의 경험자들에게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게 맞는 것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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