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언론자유·독립' 강조한 文... 그럼에도 강행 이유는?
대선 때 '언론자유·독립' 강조한 文... 그럼에도 강행 이유는?
  • 윤성민 기자 yyssm@naver.com
  • 승인 2021.08.20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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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핌 제공
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핌 제공

(경인매일=윤성민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야당의 강한 반발 속에 강행 처리했다.

이같은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친여 성향의 언론까지 가세해 비판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여당의 강행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문재인대통령의 경우 대선 당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외치며 언론개혁을 이야기했다. 이는 언론중재법의 핵심 내용인 '징벌'과 크게 배치된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명시되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인권 회복 차트에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회복하겠다"고 명시하고 ▲언론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KBS, 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추진 ▲보도·제작·편성권과 언론사 경영의 분리·독립, 편성위원회를 방송사업자와 취재·제작·편성부문 종사자 대표가 동수로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하는 등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확보 추진 ▲특혜 없이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방송을 동일하게 규제하는 체제로 전환 ▲이명박정부 및 박근혜정부에서 억울하게 해직, 정직 등의 징계로 탄압받은 언론인에 대한 명예회복·원상복귀 및 언론탄압 진상규명 추진 등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또 인터넷상 익명표현의 자유 보장 토대를 마련하겠다면서 자유에 대한 보장을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상의 익명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개별법 상의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고 정보통신망법상 사업자의 일방적 임시조치에 대해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와 방어권 보장을 위한 임시조치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어 "인터넷 언론 자유를 위해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등록요건 법제화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위법성 조각사유를 대폭 확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대선 전 언론 관련 공약은 '자유'를 중시하고 있었으며 '징벌' 개념은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해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겠다'는 대선공약이 정면으로 배치됐음은 물론, KBS, MBC가 정권에 좌우되지 않고 독립성을 갖도록 하는 취지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또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다.

현재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나 대부분의 언론단체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크게 반발함은 물론 야권에서는 "언론재갈, 언론장악"이라고 비판하며 법안 처리를 막았으나 결국 여당의 독주로 처리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에 대해 "넘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넜다"면서 "부당한 수단으로 언론을 옥죈다면 표현의 자유가 숨 쉴 공간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되돌아간다"고 비판했다. 또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는 다수의 횡포이며 민주주의 후퇴일 뿐"이라며 "언론개혁이라 말하는 건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 철폐를 위한 범국민공동투쟁위원회 결성식'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을 겨냥해 "수구 꼴통, 기득권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은 죄가 많기 때문에'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한다며 "권력의 맛이 달콤하니 국민들을 속이고 눈과 귀를 막아놓고 영구 집권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 또한 문체위 회의장 앞을 찾아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 말살·장악 기도"라며 "(언론중재법 강행은) 최근 우리 지도부가 큰마음을 먹고 국민을 위해 마련했던 협치 틀을 민주당과 청와대가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의당 또한 개정안에 대한 반대를 표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변인은 "언론중재법은 평범한 시민이 언론보도로 인해 받게 될 피해를 막는 일에는 무기력한 반면, 우리 사회의 주요 권력 집단에겐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막을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며 "나아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 및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 역시 크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공론화 과정과 충분한 논의 없이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몇몇 독소조항은 결과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한다. 종국에는 민주주의 근본을 위협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같은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배경을 두고 대선을 앞두고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과 퇴임 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라는 해석까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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