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우리말에 남북이 있을까
[덕암 칼럼] 우리말에 남북이 있을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1.17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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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1443년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조선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한글을 통째로 망각할 수 밖에 없는 과정이 있었고 1920년경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문맹인들이 전체 국민의 99%에 달했다고 한다.

양반이랍시고 서민들이 글을 깨우치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텃세로 국민 전체가 먹고 살기 바쁜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러저러한 역경을 거치고 1945년 광복까지만 해도 78%에 달하는 문맹률은 1948년 41%로 급격히 떨어졌다.

그만큼 못 배운데 대한 한과 일본의 어두운 억압이 사라졌기 때문이며 2017년 기준 0.1%로까지 낮아졌다.

이러한 과정에는 누군가의 희생과 열정이 있었기에 현재의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로 모든 국민들이 자국의 언어를 유창하게 읽고 쓰는 시대에 돌입했다.

그러나 1945년 8월 광복이후 남북으로 분단된 조선은 같은 글을 사용하는 단일민족이었지만 각각의 정부와 국가를 수립하면서 7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한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멸공이니 종북이니 이념대립 타령을 하는가 하면 연일 쏘아 올리는 북한의 미사일 축제에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표적이 되고 있는 한국만이 무개념의 연속이니 얼마나 배짱이 좋은 국민인지 가늠이 가질 않는다.

실제로 대한민국 국방부의 모든 총구가 북한을 향하고 북한의 군사전략 대부분이 남한을 겨냥하고 있음에도 연일 정부는 대북정책의 기대감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통일의 꿈을 꾸게 한다.

막대한 통일부 예산이 그러하고 냉혹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도외시 하는 경향이라 볼 수 있다.

이쯤하고 오늘의 덕암 칼럼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한글창제 579년 만인 2022년 남과 북의 한글 현주소다.

필자가 소년기 시절 탄광촌 태백은 온통 일본어가 만연했다. 도시락을 벤또라 하고 기능공을 사끼야마라 했으며 공사현장에는 하수관을 묻기 위해 땅을 파는 호리가다와 건물을 짓기 위해 설치하는 비계의 파이프를 아시바라 했다.

고교시절 3년간 주경야독을 하며 익힌 공사장의 각종 일본어 용어나 시공방법은 쉽게 고쳐지질 않았고 언젠가부터 영어가 한국의 모든 분야에서 제2의 글자 식민지 시대를 맞이했다.

거리에 도배된 간판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의 용어부터 책자, 음악의 가사 등 영어를 빼면 무식하다는 소릴 들을만큼 난무하는 시대에 봉착했다.

당초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대한민국 뿐만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전세계에 알리는 우리민족 고유의 문자였다.

비록 국가는 분단되었으나 한글의 사용여부와 현존하는 모든 문서에도 같은 글을 쓴다는 점이다.

각설하고, 1월 15일은 북한의 한글날로 ‘조선글날’이라고도 부른다. 북한을 찬양하자는 것이 아니라 배울 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처럼 온통 영어로 도배하다보니 정작 자국의 문자는 터부시되거나 아예 잃어버릴 걱정까지 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 생활에서 영어라고 생각되는 단어를 삭제하고 나면 아무런 대화도 되지 않는 걸 알 수 있다.

거리의 간판에서 모든 영어를 삭제하면 얼마나 남을까. 나름 한글에 비중을 두는 필자도 칼럼을 쓰다보면 칼럼이라는 단어 자체가 영어임을 알고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칼럼니스트라고 하자니 필자 또한 한글의 폄하자이고 논평가라고 하자니 공감대를 구하기 어렵고 대략 난감이다.

굳이 반국가적인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남북의 창이나 우리 민족끼리 등 북한 관련 방송이나 사이트, 서적 등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북한 관련 전문학과도 있으니 이제 남북간의 대립문제가 특수층의 전유물은 아닌듯 싶다.

먼저 북한의 매체명을 보면 노동신문 등 필기체의 한글에 모든 기사내용이 철저한 한글 일색이며 표현방법을 보더라도 순수한 우리말의 색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대외적인 방송용어는 말할 것도 없고 거리의 이정표나 상점의 명칭에서도 한글 고유의 정체성을 유난히 잘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탈북민이나 남북한 공동 행사의 경우 북측 임원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다소 어색하고 촌스러운 말투임에도 조금도 이질감을 느낄 수 없는 것이 그 증거다.

한글은 전세계가 인정한 우수한 글자로써 해마다 열리는 문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연승 하는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과학성, 편의성, 다양성 등 모든 면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소리가 없으며 어떤 뜻이든 글자로 적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은 무궁한 자긍심을 가져도 될 것이다.

이러한 글을 지금까지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한글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계승·발전시키려는 국가적 노력이 병행되었던 덕분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한국어 보존 노력은 가히 칭찬할만한 소지가 있다 하겠다.

따라서 한국 정부에서도 이같은 흐름에 뒤지지 않도록 한글 장려운동을 하면 자국의 자존심도 지키고 우리가 우리글을 중히 여기지 않으면 누가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할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영어간판을 한글로 바꿀 경우 변경 비용을 지원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한글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여 성적에 반영하는 등 적극적인 한글 안착에 대한 정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외래어 습득과 우리말 보존에 대한 경계선을 명확히 그어 이도저도 아닌 우리말 실종현상을 방지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기왕이면 오는 삼일절 날 독도에 입도하여 ‘독도는 우리땅’ 플래시 몹과 독립선언문 낭독, 위안부 소녀상 설치 등 우리민족 얼 찾기 운동에 북한이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생활체육회와 본보가 북한의 공연단과 함께 연대하여 독도가 우리땅 임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그날, 다만 하늘의 기후가 도와주길 바란다.

그리고 요즘 한창 발사연습을 마친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열도를 겨누고 있을 때 멀거니 구경만 해야 하는 일본정부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남북이 하나 되어 독도를 지켜내는 그날을 위하여…….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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