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환의 時論] 과잉의전과 갑질의 사이
[정상환의 時論] 과잉의전과 갑질의 사이
  • 정상환 변호사 kmaeil@kmaeil.com
  • 승인 2022.02.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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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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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씨의 법인카드과 관련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다수 언론은 ‘과잉의전’이라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정확하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다. ‘과잉의전’이라함은 의전을 과도하게 하는 걸 의미하는데, ‘의전’의 사전적 의미는 ‘정하여진 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를 말한다. 즉 어떤 사람에 대해 존중의 뜻으로 예의를 표하는 것인데 그 정도가 지나친 것이 과잉의전이다.

애시당초 김혜경씨는 공식적인 행사외에 의전의 대상이 아니다. 지사 관저에서 공적으로 사람을 초대하지 않는 이상,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행위는 의전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요즈음 해외공관의 대사들도 관저의 식사를 공적인 경우와 사적인 경우를 구분하여 회계처리를 하고 있는데 지사의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용을 ‘과잉의전’이라고 칭하는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물타기를 하려는 전형적인 ‘프레이밍’ 전략이다. 

진보진영의 이런 전략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발생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엄격히 말하면 성범죄의 피해자의 경우 무죄추청의 대원칙상 가해자의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는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칭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하지만 박 전시장 사건 피해자의 경우 여권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 

첫째, 이제껏 ‘피해자’란 용어를 잘 사용하다가 박 전시장 사건이 터지자 ‘피해호소인’이란 용어로 바꾸었다.

둘째, 이 사건의 경우 그 충격과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칭함으로써 피해자가 입게될 2차 피해는 엄청났다. 남인순 의원 등 여성권익 보호에 앞장서 왔던 분들이 ‘피해 호소인’이라 낙인했고, 일부 박 전 시장 지지자는 그의 실명을 공개하며 ‘꽃뱀’ ‘살인자’로 몰고 갔다.

셋째, 그 당시 여러 정황상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볼 사정이 충분히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하자 친여성향 일부단체는 혐의를 입증할만한 제대로 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무고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하는 것은 그나마 최소한의 비빌 언덕은 있지만, 김혜경씨의 경우 최소한의 근거도 찾기 어렵다.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은 객관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한 명백한 범법행위이고, 제보자인 A씨와의 관계에서 보면 전형적인 갑질이다. 갑질은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이 부당한 지시나 자신의 방침에 강제로 따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명 전 지사에 의해 신분보장이 불안정한 별정직공무원으로 채용된 A씨가 이런 부당한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을까? 그로서는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것이 바로 갑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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