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환의 時論] 조국 전 장관 ‘K-트럼프’ 발언, 제2의 광우병 사태 생각하는가?
[정상환의 時論] 조국 전 장관 ‘K-트럼프’ 발언, 제2의 광우병 사태 생각하는가?
  • 정상환 변호사 kmaeil86@naver.com
  • 승인 2022.03.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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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이 최근 가불 선진국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선진국 대한민국의 환호 뒤에 가려져 있는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가불 선진국이란 제목을 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언론의 관심을 끈 것은 본문의 내용보다는 윤 당선인을 향한 그의 날선 비판이다.

조 전 장관은 그 책 서문에서 "이 책을 탈고한 후 대선 결과를 접했습니다. 민주화 이후에도 탈민주화는 일어난다고 하지만, 전진 기어를 넣고 달리던 대한민국이 난폭 후진하게 될까 걱정이 큽니다.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 벌어진 상황이 떠오릅니다. 'K-트럼프의 시간'이 전개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을 활용한 사정정국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라고 썼다.

이명박 정부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광우병 파동이다. 2008년 4월 MBC PD수첩이 미국 광우병에 대해 보도하면서 고도비만 절제 수술 후 사망한 아레사 빈슨이라는 젊은 흑인 여성의 사인과 관련하여 인간광우병이 거의 확실하다는 보도를 했는데, 이것이 광우병 파동 확산에 절대적 기여를 했다.

필자는 당시 주미한국대사관에 법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아레사 빈슨의 부모를 방문하였다. 그녀의 부모는 사인이 의료과오가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었고 병원 측은 그에 대해 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언급하였다. 정작 미국에서는 짤막하게 보도가 나왔고 부검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MBC는 부검 결과를 기다리지도 않고 광우병이라고 거의 단정함으로써 광우병 공포에 불을 붙였다. 그후 그녀의 사인은 광우병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었다.

정치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성급한 한미 FTA 조기 타결, 광우병 사태 초기 대응 실패 등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광우병 사태는 이 정부 출범과 거의 동시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이 정부의 실정 때문에 광우병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조 전 장관이 굳이 이명박 정부 초기를 언급한 것은 제2의 광우병 사태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까?

그리고 윤 당선인을 K-트럼프에 비유한 것은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부적절하다. 대중심리에 탁월한 트럼프는 상실감에 빠진 백인 서민들의 분노를 잘 이용하여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기업가로서 여러가지 편법을 동원했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현재 회계 부정 등으로 맨해튼 검찰의 수사가 턱밑까지 와있는 상황이다. 반면 윤 당선인은 평생을 기업인들의 불법행위를 수사해 온 검사 출신이고, 정권에 맞서 수사를 진행하다가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다. 트럼프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도 부족하고 최고의 가짜뉴스 생산자라는 오명을 듣는 반면 윤 당선인은 과할 정도로 법치주의에 매달리는 사람이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은 기질적으로는 트럼프와는 다르지만 그와 이해 동반자 관계를 잘 유지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는 북한 인권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는 재선과 전세계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기 위해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북미 회담에 나서거나 도왔고, 두 사람은 서로를 잘 활용했다.

그러면 왜 조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초기’나 ‘K-트럼프’라는 언급을 했을까? 조 장관의 다음 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윤 정부가 검찰을 활용한 사정 정국을 조성할 것이다.” 그는 새 정부하의 검찰이 문의 청와대나 이재명 후보에 대해 수사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백현동,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고, 문 대통령 측근들은 울산시장 하명수사, 탈원전 관련 무리수, 블랙리스트 작성 등과 관련해서 검찰 수사의 향방에 대해 촉각을 세울 것이다. 수사를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반격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복잡한 속내가 담겨 있다.

이 수사 과정에 조금의 실수라도 있으면 제2의 광우병 사태와 같은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 윤 당선인은 민정수석을 폐지하겠다고 할 정도로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는데 이를 꼭 지켜야 한다. 그리고, 새 정부에서 공을 세우려 하는 검찰과 경찰, 또는 공수처가 경쟁심이나 조바심에서 조급하고 무리하게 수사에 나서지 않도록 경계하여야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검찰 수사는 윤 당선인의 의중으로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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