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제18회 자동차의 생일날
[덕암 칼럼] 제18회 자동차의 생일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5.12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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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실 자동차의 생일은 1903년 고종황제의 어차가 등장한 해가 조선 땅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니 120년 전이 맞는 것이다.

그후 1955년 시발 자동차와 1975년 고유모델 포니가 생산되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산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 110주년인 2012년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에 오르며 반세기 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앞서 1999년의 자동차 수출 1000만 대 달성을 기념하여 2004년 5월 12일, 당시 산업자원부가 제정한 날이 ‘자동차의 날’이다.

이날은 자동차 산업 종사자의 화합과 결속을 도모하여 자동차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독려하고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자 정해진 날인데 산업훈장 등 유공자 포상이 진행된다.

혹자는 이런 날도 있었나 싶겠지만 2020년 1분기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500만대를 넘어섰다.

통계상 국민 2명 중 1명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인데 당연히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분야에서 엿볼수 있다.

남 얘기 할것 없이 필자의 경우 1983년 면허를 땄다. 이후 군 전역후 대형면허를 취득했고 당시만 해도 술 마시고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되면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부터 음주단속이 시작됐고 적당한 뒷거래로 넘어가던 일들도 있었으며 대통령 빽으로도 못 뺀다는 단속의 성역으로 남게 됐다.

그러한 배경에는 음주운전으로 해마다 많은 인명피해가 야기됐고 이러한 풍토가 근절되지 않는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며 대리운전 시장이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사전홍보해도 여전히 음주운전은 걸리지 않았을 뿐이지 도로위의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1980년 필자가 강원도 태백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시절, 회사 사장이 현장 방문할 때 흙먼지 날리며 등장하던 포니 승용차는 탄광촌 소년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후 지금까지 중고차부터 새 차 열쇠를 쥐어봤던 숫자만 헤아려 보면 약 20대가 넘으니 그에 따른 에피소드야 말해 뭐할까.

개인의 경험이 이럴진대 자동차로 인한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공감하는 대화의 소재로 부족하지 않다.

한국사회에서 초창기 자동차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어쩌다 여성 운전자가 폼 나게 머플러를 날리며 달리면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자동차의 구입부터 폐차까지 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전적,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사회적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취득세·등록세로 시작된 금전적 부담은 자동차세, 유류비, 오일교환, 타이어 교체 등 유지관리부터 보험료, 주차비, 과속카메라 과태료에 한발 더 나가면 튜닝, 광택 등 모두 돈이다.

한때 날고 기던 체력을 소유하던 필자가 운동신경이 둔해지고 고혈압·당뇨 등 이른바 현대병에 시달리게 된 것도 자동차의 편리함이었다.

다리품을 팔며 신문 배달을 하던 부지런함에서 가까운 주차장을 찾아다니는 이기적 안일함이 불러온 자업자득인 것이다.

비단 필자만의 이야기일까. 어쩌다 원치 않는 접촉사고나 한눈 팔다 앞차와 충돌해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례까지 합하면 정신적으로 피폐함을 겪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개정되는 도로교통법에 적응해야지 스쿨존이나 5030 속도제한 등 교통정체로 인한 스트레스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하이패스로 통행료를 수납했으며 자고 일어나면 생기는 도로확장, 토널, 교량 등 자동차 주행의 환경 또한 급속히 발전해 적응하기도 바쁜 세상이 됐다.

내비게이션 없이는 도로에 나서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은 지도를 펼치고 물어가며 다니던 때가 불과 20년 전이었음을 생각하면 앞으로 20년 뒤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아마도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자동차 아니, 하늘 공간을 날아다니는 자율주행 스카이 택시에 앉아 터치스크린의 입체영화를 보며 어떻게 사람이 직접 기계덩어리에 앉아 기름을 태우며 졸음운전을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는 세상에 직면하지 않을까.

문명의 총아이자 이적 산물이 되어버린 자동차, 밤이면 주택가나 아파트단지에서 주차장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조차 생활이 되어버린 작금의 세상을 보면서 오늘도 링컨의 운전석에 앉아 전국을 누벼야할 지점을 검색 창에 찍어본다.

반가운 녹색 신호등, 잠시 멈춰 온갖 잡념을 정리하게 하는 적색 신호등, 달리기만 할 게 아니라 잠시 멈춰보라는 황색 신호등, 우리는 검은 아스팔트위에 그어진 백색 선에 따라 움직인다.

절대 넘지 말라는 황색 겹줄 선은 사람이 살면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넘는 경우 치러야할 대가가 전제 되어있다.

하지만 나름 적당히 상황 봐가며 넘어도 될 점선을 보면서 각자의 노력이 주행차선 진입이라는 성과를 얻기도 한다.

사람 사는 것 그리 대단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것은 극심한 도심의 정체현상이 그러하고 한적하고 풍경 좋은 해안가 도로를 드라이브 할 때가 그러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늑한 공간에서 운전할 때 우리는 정작 고맙고 귀한 것을 잠시 잊는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독일에서 시작된 자동차의 등장은 짧은 시간 고도의 성장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문명의 총아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제 인류는 자동차의 주인이 되었고 주인답게 소정의 목적대로 안전운행을 하면 되는 것인데 그게 그리 쉽지 않은가 보다.

적당히 넘어가도 될 접촉사고까지 병원에 드러누워 보험금을 챙기며 평소 얌전하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폭군으로 변해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대단한 물건이라도 소변을 보면 요강단지요, 물을 담으면 항아리지만 보물을 담으면 보물단지가 된다.

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투자와 노력이 겸비돼 도로위에 올려진 자동차, 이제 안전하게 사용하면 인류에게 더 없이 귀한 보물단지가 될 수 있으니 자동차의 날을 맞이하여 모두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될 수 있도록 양보하는 매너와 법규에 따른 교통예의를 지킬 때 더 멋있고 편리한 이동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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