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변화가 필요한 도림천
[환경칼럼] 변화가 필요한 도림천
  • 성해인 객원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22.11.14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해인 객원기자
성해인 객원기자

[경인매일=성해인 객원기자]도림천은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산으로부터 안양천으로 흐르는 길이 약 11km의 지방하천이다. 이곳의 지역주민은 도림천에서 운동과 여가를 즐기며 하천과 함께 생활하곤 한다. 그러나 도림천은 매년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겉보기에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평범한 하천으로 보이는 이 도림천에는 과연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올해는 기록적인 폭우가 있었다. 도림천에는 여름철 우기가 반복될 때마다 하천수 범람 문제는 물론, 이에 따른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2020년 도림천에서는 범람에 의한 사망사고가 보고된 바 있다. 올 여름철 역시 폭우 이후, 동식물뿐만 아니라 인공 구조물까지 침수·파괴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도 도림천의 우측 산책로는 이용 불가로 복구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침수피해와 더불어 녹조 및 악취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도림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과거보다 개선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수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방안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실제 자연하천의 모습과 ‘인공적인’ 도림천의 모습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자연하천에서는 콘크리트 호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호안이란 침식 방지를 위해 하천수와 육지 사이 비탈면에 설치하는 공작물을 말한다. 하천에서 호안의 위치는 생태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갯벌을 생각해보자. 갯벌은 바다와 육지가 접하는 곳으로, 밀물과 썰물의 차이로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다. 이러한 갯벌은 해양 생태계와 육지 생태계를 직접 이어줌으로써, 수백 종의 생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수질 정화 및 홍수 조절에도 뛰어난 역할을 한다.  

호안도 마찬가지이다. 육지와 하천 생태계를 이어주는 이곳은 종 다양성뿐만 아니라 수질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어느 위치에 어떤 호안을 조성하는가는 엄중한 논쟁거리가 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도림천 일부 구간의 수직형 콘크리트 호안은 무심하게 자리만 잡고 있을 뿐이다. 수직형 콘크리트 호안에서는 식물이 자생하기 어렵고, 우수한 수질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의 흐름을 고려하여 호안의 높이, 경사, 재질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도림천은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물길과 인접한 도로에서는 버스와 차가 달리고 있다. 다시 말해 수질은 물론, 생태적 관점에서도 불리한 곳에 위치한다. 도심 속의 하천은 다른 생태계와의 상호작용이 어렵고, 결국 종 다양성의 결핍으로 이어지기 쉽다. 더욱이 이런 환경에서는 하천의 폭을 자유롭게 조절하기 어려워 하천 동식물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결국 도심 속에서 하천의 공간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도림천을 통한 편의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인근 주민들은 도림천의 자전거 도로와 각종 친수공간을 통해 여러 이점을 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도림천의 자전거 도로와 모든 친수공간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친수공간이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림천은 단순히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다. 하천에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농구장을 만들고 예쁜 꽃들을 심는 것은 순전히 인간을 위한 복원사업이 아닐까? 이런 친수공간 때문에 도림천의 동식물은 서식지를 잃고 있다. 자연 생태계 복원을 위해 우리가 자연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좁은 도림천 내에서 친수공간과 자연적 공간의 조율을 잘 맞추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도림천에는 각종 검토·개선되어야 할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하천의 유량은 충분한지, 인공 구조물의 재질은 적합한지, 하천 내 보의 역할이 올바르게 수행되고 있는지 등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보완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현재의 도림천은 수질악화, 침수피해 등이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발상을 전환하면, 올해의 폭우는 도림천 재정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도림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아무리 화학적 약품을 처리한다고 한들 도림천은 또다시 동네의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이번 정비를 통해 하천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분명 도림천은 긍정적인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진심으로 도림천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모색하고, 지금부터라도 의미 있는 투자와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