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의 기자수첩] 시작하는 수험생을 위하여
[박미경의 기자수첩] 시작하는 수험생을 위하여
  • 박미경 기자 miorange55@naver.com
  • 승인 2022.11.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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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박미경 기자

모든 시작이란 말에는 아린 냄새가 숨어있는 것 같다. 최초의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의 탄생에서도 그렇고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사뿐사뿐 식장을 걸어나가는 신부의 발걸음에서도 그렇다.

어느 수업에선가 최초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나의 최초의 기억이 무얼까 생각하다가 국민학교 입학 때의 일이 떠올랐다. 

입학식이라면 삼 월일테고 삼 월의 눈은 흔하지 않을 텐데 내 최초의 기억은 눈과 맞닿아있다. 

눈이 쌓여 다져져 맨들맨들한 운동장이었다. 우리 국민학교 신입생들은 일렬로 줄을 서있었다. 아마 반 별로 또는 키 별로 뭔가 기준이 있었을 듯했다. 발이 시려웠다. 내가 밟고 있는 눈 위로 탁구공 만한 표지석 같은 게 있었다. 그 작은 표지석을 작은 발로 자꾸만 건드렸던 생각이 났다.

시린 감각이 아직도 발을 저릿하게 한다.

아마 유치원을 거치지 않은 나는 처음 접해보는 단체의 규율에 적지 않은 저항감을 느꼈을 테고 그 저항감이 작은 표지석을 툭툭 건드리는 행동으로 나타났을 터였다. 

수능이 있는 달이다. 수능이 끝나면 수많은 수험생들의 안타까움과 절규와 안도감이 어울려 여러가지 빛깔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시작이라는 말에서 아린 냄새가 난다는 말은 시작점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최근 방송된 「금수저」라는 드라마에서는 애초에 정해진 시작점을 바꾸고자 하는 가난한 청년이라는 설정이 나온다. 결말은 부가 결코 행복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고 있다. 물질적 행복이 정신적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음은 사실이다. 성적도 마찬가지다.

수능을 끝내고 교문을 나서는 수험생들의 발자욱에 대고 행복은 결코 성적순이 아니란다 그리고 인생은 마라톤이다,라고 말한다면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기우라고 반발할까? 

다만 수능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시작은 인생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복합적인 맛이 섞여있음을 미리 알고 결과가 흡족치 않더라도 마음을 담대하게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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