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가뭄 속의 단비 월드컵
[덕암칼럼] 가뭄 속의 단비 월드컵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06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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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불타는 금요일, 밤을 새워 축구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환호와 광분을 넘어 주체못할 만큼의 기쁨에 모든 시름은 한순간 날아갔다.

한국과 포르투갈이 뜨거운 결전 끝에 후반 45분까지 모두 마치고 종료 시점을 넘어 추가 시간에 손흥민 선수가 5:1의 방어선을 기적처럼 뚫고 패스한 공을 황희찬 선수가 받아차면서 골대의 그물을 흔들었다. 순간, 관중석은 물론 서울 광화문, 전국의 모든 안방극장이 동시에 차가운 겨울밤을 뜨겁게 달구었다.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치킨집은 배달물량이 동났고 맥주 매출량도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어느 것 하나 웃을 일이 없던 현실 속에 한국 축구의 승리는 가뭄의 단비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대 장정이 16강 진출에 성공해 6일 오전 4시 축구의 강국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고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스포츠를 넘어 역사, 군사, 경제를 통틀어 맞바꿔도 시원찮을 한일전을 벌이게 된다.

6일 0시 일본이 크로아티아를 누른 후 한국과의 한판 승부에 올라와야만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한일전은 전쟁, 그 이상의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온 국민이 바라는 바이겠지만 일본, 올라와라, 꼭 올라와서 대한민국 태극기가 애국가와 함께 게양 될 순간을 지켜보길 바란다.

그래야 애국열사들과 순국선열들 앞에 머리 숙인 일본을 보여줄 수 있다. 스포츠가 스포츠로 끝나지 않고 이렇듯 그 이상의 의미를 담는 건 그나마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아직은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짚고 갈 내용이 있다. 축구가 왜 이렇게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축제인 월드컵으로 승화되어 인류의 공감대를 형성했을까.

바로 예측할 수 없는 경기 결과와 살아 움직이는 현장감이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이고 국가간의 소속감과 경계의 선이 되기 때문에 함께 축하와 기쁨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아무리 아니라 해도 소속감이란 다양한 분야에서 느낄 수 있다.

가령 내 자식을 나는 야단쳐도 되지만 남이 야단치면 열 받는 것이고 평소 투덕대던 같은 반 옆 짝이 다른 반 아이한테 맞고 오면 우리 반 친구가 맞은데 대한 의리(?)가 발동하는 것이며 이 같은 소속감은 행정구역이 분리해 놓은 경계선에서도 시민들이 겪는 이질감이 그러한 것이다.

그러니 국가간 스포츠의 경쟁은 승패를 떠나 자국이 승리하길 바라는 것이고 만약 상대 국가와 여러가지 사연이 얽혔다면 더더욱 광분하는 것이다. 2018년 여름 필자는 한국 권투계의 영웅으로 알려진 인사와 함께 프로모터를 설립, 한일전을 준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인사의 역할은 국내 주먹들 중에서 출중한 선수를 발탁해 오는 것이고 필자는 투자를 맡아 경기를 진행하는 것인데, 목표는 제32회 도쿄 올림픽 권투종목에서 금·은·동 메달 3개를 석권하여 일본 열도에 태극기 3개를 나란히 게양하고 애국가를 울리자는 것이었다. 상상만 해도 뭉클한 내용에 추진했던 조선 최고의 주먹 선발은 추진 1년도 안 돼 수포로 돌아갔다.

권투종목에 대한 무관심, 경기운영의 부실함과 여러가지 이유로 경제적 부담만 안고 중단됐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추진했던 과정에 대해 아직도 후회나 실망감은 없다. 결과도 중요했겠지만 과정이 있었고 반일감정이 높았던 필자 입장에서 실패가 두려워 안 했다면 오히려 더 자책감이 컷을 것이다.

비단 한일전 뿐만 아니라 기능 올림픽이나 동계 올림픽, 또는 외국 여행지에서 한국 기업의 로고가 대형전광판을 도배할 때 느끼는 자부심은 왜 일까. 소속감 그 이상의 애국심이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아니라 해도 우리 국민의 본능 속에 자리매김한 한민족의 자긍심, 역사적 깊이와 피는 못 속인다는 천부적 재능,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을 사용하는 민족, 폐허 속에 기적처럼 부국의 기틀을 잡고 미친 척 하며 흔들리지만 위기상황에 직면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보란 듯이 일어나는 저력, 바로 이런 게 한국인의 특징이다.

지금 국내 모든 분야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만약 한국 정치가 우리 축구선수들이 보여준 정성의 절반만큼이라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가대표팀이 서로 자신이 공을 넣으려고 패스를 안 해 주고 단독 공격하다 패한다면 국민들이 뭐라고 할까. 아마 입국하는 공항에서 몰매를 맞고도 남을 것이다.

축구가 경기에서 이기려면 골키퍼부터 공격수까지 각자의 포지션에서 맡은 바 역할을 잘해야 하는 것처럼 정치나 경제나 모든 분야가 각자 맡은 위치만 잘 지켜도 승리한다. 보고 배우자. 이겼다고 박수치고 졌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이제 국민들도 같이 동참해야한다.

농부가 농사짓고 어부가 고기 잡을 때 물류는 활성화 되며 간호사는 치료부터 해야 모든 국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며, 그래야 승리하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지난 11월 25일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에서 창립 61년을 맞이하는 한국연예예술인 총 연합회와 필자가 총재를 역임하고 있는 (사)대한생활체육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쪽 단체의 준회원을 포함 400만, 향후 대중가요와 생활스포츠를 규합하는 대한민국 민간 예·체능 연합회의 기초발판의 첫 출발이었다. 이제 국민들이 노래 한곡쯤은 흥얼거릴 수 있고 어떤 종목이든 함께 참여하여 건강을 추구할 수 있는 생활 스포츠의 발판을 다지게 됐다.

다들 힘들지만 다시 기적처럼 일어나는 국민들이 되길 바라며 행복과 건강의 안내자가 되어 절망이 희망으로 승화시켜 침체되었던 일상에 활기를 다시 찾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먹고 사는 건 각자의 몫이지만 노래가 행복을, 체육이 건강을 추구하는 신명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은 국민들의 동참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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