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현재의 오륙도 30년 뒤에는
[덕암칼럼] 현재의 오륙도 30년 뒤에는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2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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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2022년 50대가 30년 뒤인 2052년에는 80대가 될 것이고 60대는 90대가 될 것이다. 이는 산술적으로 명백한 사실이고 그때 이들의 삶을 예상해 보면 어떤 모습일까. 지금부터 시작되는 50~60대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할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나름 연금이라도 수령하는 층이야 근근이 끼니라도 때우겠지만 지금처럼 파지가 지천에 널릴 것도 아닐진대 과연 안전한 사회보장제도를 기대할 수 있을까. 편의상 50대나 60대가 도착하는 미래를 ‘오륙도’라고 칭한다. 이들의 출생년도는 1958년 베이붐 시대, 집집마다 5남매·7남매가 붐을 이루던 시대였다.

전쟁직후 가난했던 부모들이 자식만큼은 잘 가르쳐서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애쓴 세대였다. 1960년대 출생자들 또한 유사했다. 야근이나 철야작업을 해가며 고생한 끝에 단칸방 내 집이라도 살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오륙도 세대는 대부분 열심히 살았다.

개중에는 놈팽이나 백수들도 있었지만 사회적 분위기상 뭐라도 해볼 수 있는 시대였고 부모에 대한 근본적인 효심과 자식에 대한 애착이 강했으며 가족이라는 구성원의 중요성이 목숨만큼 귀한 세대였다. 그러한 오륙도의 현주소를 보면 참담함 그 자체다.

물론 일부에 국한될 수도 있겠지만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은 뒤 한참 후에 시신이 발견되는 고독사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전체 고독사 가운데 10명 중 6명이 50~60대 남성이다. 보건복지부가 국내 처음으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고독사 실태조사를 해본 결과 1만 5천66명으로 나타났는데 매년 8.8% 늘고 있다는 것이다.

내용별로는 여성보다 남성이 4배 이상 많고 남성 중에서도 오륙도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021년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5.3배나 많았다. 전체 고독사 가운데 50~60대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아직도 한창 일할 나이지만 열악한 환경이 허용치 않은 참담한 결과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대한민국 세 집 중 한 집은 1인 가구다. 1인 가구 중에서도 주로 이혼이나 실직으로 인해 혼자 살게 된 비자발적 1인 가구가 고독사에 매우 취약하다.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못하고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오륙도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사고가 경직되고 사회 적응 속도가 느려져서 소외되고 고립되기 쉽다.

소신이라는 명분으로 고집스럽고 권위적이며 가사에 서툴고 건강에 무관심하다. 세탁기 스위치나 전자레인지 사용도 서툴며 스마트폰 사용에도 그리 능숙지 않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대한민국 뿐만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지만 남이 그렇다고 우리도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해체되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먹고사는 문제 말고도 혼자만 방치된 환경이 주요 원인이다.

일본은 매년 3만 명 정도가 고독사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자의에 의한 자살까지 늘어나면서 담당 부서가 신설되었고, 이같은 현상은 영국에서도 이미 2018년부터 고독부를 설치할 만큼 위중한 실정이지만 한국은 설마 하는 상태다. 뒤늦게 2023년부터 제도적으로 대안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경제인구, 즉 스스로 벌어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데 오랜 연륜과 경륜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경력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4차 산업에 적응할 오륙도는 점점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다. 가까운 예로 운전면허의 회수가 있다.

지금은 자발적 반납정도지만 언론에서 노인들의 사고위험을 강조하거나 프레임 작업에 들어가면 젊은층들의 반발이나 이론적 명분에 의해 조용히 운전대를 놓거나 눈치가 보여 도로상에 나서지도 못하는 시대가 곧 찾아올 것이다. 어르신들은 하나 둘씩 사망하지만 표가 필요한 젊은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국회에서는 얼마든지 노인들을 도로에서 치워버리는 개정 법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보다 더 위험한 노인운전, 그날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대중교통은 지금보다 더 어려운 탑승시스템으로 변할것이고 집에 조용히 버티는 것이 상책인데 현실이 그렇게 녹록할까. 이미 언론에서는 2021년 고령 운전자 사고가 5만 6천 건으로 전체 중 28%나 된다며 과장 보도하고 있다.

노령의 운전자가 일으킨 특정사고를 나열하며 벌써부터 북소리를 둥둥거리고 있다. 이러저러한 통계를 거론하며 노령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 제도다. 반납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는 노인들이 택시나 버스 같은 운송업에 많이 진출한다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더더욱 필요한 게 자가 이동수단인데 이마저 내놔야 하는 분위기다. 모 지자체에서는 지난해 면허증 자진 반납시 10만원 정도 주던 보상금을 50만원으로 상향했다. 현재 일본과 독일, 호주에서 이미 시행 중인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한국에서도 2025년까지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나이 들면 아무데나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다. 고령자가 운전할 수 있는 장소나 운전 가능한 시간을 미리 정리해놓는 것인데 이런 미래는 곧 다가온다. 운전은 하나의 예일 뿐이고 먹고 자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은 점점 열악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유언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혼자 조용히 눈을 감는 오륙도가 지금부터 넘쳐나는 것이며 망자가 된 빈방의 냉장고에는 시어빠진 김치 그릇만 덩그러니 남는 것이다. 열심히 살았지만 자존심 하나 지키려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오륙도, 이제 복지제도를 전면 개선하고 이들의 연륜과 경륜에서 묻어나는 자산 가치를 살려야할 시기가 급선무다.

식당이나 체인점은 키오스크로 주문해야 로봇이 음식을 들고 다니고 스마트폰 앱에 익숙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노인은 사회발전에 짐이 되는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마진이 없는 상품은 거래가 될 수 없으며 폐기처분하는 것이 맞다는 공감대가 서는 날, 산술적으로 합리적 사고가 사람을 타 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나마 자식이 외면하여 요양병원에서 쉴 수 있는 세대는 호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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